내가 퍼스널 컬러 이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

암탉



    이 사진, 익숙하지 않은가? ‘퍼스널 컬러를 검색하다 보면 한 번쯤은 꼭 마주치게 되는 사진이다. 일명 퍼스널 컬러 자가진단법이라고 돌아다니는 위 사진에 손등을 댔을 때 왼쪽이 더 화사해 보이면 쿨톤, 오른쪽이 더 화사해 보이면 웜톤이라고 한다. 지난 7월호에서 말했듯 필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에 관심이 참 많았다. 이 사진을 처음 본 것도 초등학생 때였다. 당시에는 퍼스널 컬러 이론이 화장품 업계와 완전히 결합하기 전이라서 이미지 개선의 개념이 더 강했고 (실제로 수업이나 강연에서 이미지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퍼스널 컬러 이론을 접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보다 상당히 마이너한 편이었다.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매우 적었고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유일무이했다. 이렇게 마이너했던 퍼스널 컬러 이론이 화장품 업계와 만나면서 퍼스널 컬러 이론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2012년 무렵 모 화장품 브랜드의 톤 마케팅이 그 시작이었다. 해당 브랜드는 간단한 웜톤, 쿨톤 자가진단법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우리 브랜드의 화장품을 이용해) 톤에 맞는 화장을 하라고 마케팅했다. 사실 위 사진도 그렇고, 해당 브랜드에서 배포한 자가진단법도 그렇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왈가왈부 말이 많다. 혹자는 발암 짤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인 지금까지 이 자가진단법들이 통용되는 걸 보면 사람들은 확실히 퍼스널 컬러에 매혹된 듯하다. 딱히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만 사용하면 더 예뻐 보인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최초로 톤 마케팅을 시도했던 모 화장품 브랜드의 대성공 이후로 각종 화장품, 의류 브랜드에서 퍼스널 컬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 해봐야 웜톤, 쿨톤 정도에 그쳤던 분류법이 라이트, , 뮤트 등등 더욱 자세히 나뉘어 대중화됐다. 여러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톤을 추측하거나 톤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그에 발맞춰 새로운 톤맞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다. 처음엔 나도 퍼스널 컬러 이론을 순수하게 즐기고 있었다. 나에게 맞는 색의 화장품을 바르면 정말 혈색이 돌고 피부가 좋아 보였다. ‘톤맞제품을 찾아 톤에 맞춰 화장하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뷰티업계 동향을 보면서, 최근 퍼스널 컬러 관련 여론을 보면서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다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린 같은 흰 피부를 가진 나는 쿨톤?

    어떤 이론이든지 대중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 또한 함께 대중화되기 마련이다. 퍼스널 컬러도 마찬가지다. 퍼스널 컬러 이론의 대중화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는 부분이 바로 피부 색(밝기)과 퍼스널 컬러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 화장품 브랜드의 톤 자가진단표가 악몽의 시작이었다.

 

(출처: 이니스프리)

 

    해당 브랜드의 홍보 과정에서 희고 분홍빛이 도는 피부는 쿨톤, 까무잡잡하고 노란빛이 도는 피부는 웜톤이라는 낭설이 시작됐다. 후발 브랜드들도 별다른 연구 없이 선발 브랜드의 마케팅을 모방하기만 하다 보니 흰 피부=쿨톤이라는 낭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렸다. 문제는 한국이 흰 피부를 극도로 사랑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쿨톤병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 퍼스널 컬러 이론이 대중화되고 흰 피부=쿨톤 공식이 퍼지면서 기다렸다는 듯 만들어진 신조어다. ‘쿨톤병은 쿨톤이 아닌데 쿨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단어다. 보통 여기서 쿨톤은 흰 피부를 뜻한다. 한 마디로 넌 쿨톤(=흰 피부)이 아닌데 왜 쿨톤(=흰 피부)인 척하냐는 거다. 인터넷에 쿨톤병을 검색해보면 본인의 피부가 하얗다고 말하거나, 본인의 피부보다 밝은 파운데이션으로 화장하는 사람들을 쿨톤병이라며 조롱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퍼스널 컬러 이론이 오도되면서 한국의 흰 피부 선망을 제대로 건드렸음을 보여준다. 사회가 강요한 미적 기준을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에 걸렸다고 조롱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쿨톤(=흰 피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비추면서 무의식중에 쿨톤(=흰 피부)이 더 우월한 것이고 웜톤(=까무잡잡한 피부)은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 결국엔 진짜 쿨톤(=화장하지 않아도 원래 흰 피부)’을 치켜세우며 미의 기준을 세분화하고 공고히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더욱 유해하다.

 

    쿨톤=흰 피부 공식이 유해한 또 다른 이유는 퍼스널 컬러 이론에 구체적인 특정인의 이미지를 끌어오는 데 큰 공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실용적인 면만 강조되어서 그렇지 퍼스널 컬러 이론은 일종의 색채학이다. ,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것도 단순히 색들을 이해하기 쉽게 분리할 목적으로 붙인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쿨톤=흰 피부라는 낭설이 퍼지고 퍼스널 컬러 이론이 뷰티업계와 결합해 대중화되면서 톤에 특정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부여됐다. “얘도 피부가 하야니까 쿨톤이야하면서 피부가 흰 온갖 연예인들을 다 소환해낸 것이다. 업계도 이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는 연예인이 광고하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소비한다. 요새는 퍼스널 컬러가 그 상품의 자리를 꿰찼다. 퍼스널 컬러에 특정 인물(연예인)의 이미지를 적용하여, 톤의 탈을 쓴 해당 인물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여름 쿨톤 아이린의 흰 피부와 청순한 이미지를 내 것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은 아이린이 광고하는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신체(흰 피부)를 토막 내고 대상화하고 미적 기준으로 내세워 결국 지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뷰티 산업의 전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왜 또 여자만

    누군가는 퍼스널 컬러를 알아감으로써 더 다양한 색들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퍼스널 컬러 진단으로 유명한 모 업체에서도 퍼스널 컬러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로 퍼스널 컬러 이론이 이롭게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을 보면 퍼스널 컬러라는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자신의 피부색에 대해 한탄하며 난 이런 피부색을 가졌으니 이 톤이고 이 색깔 밖에 못 쓴다고, 톤에 맞지 않은 색을 바른 날은 너무 못생겼다고 속칭 톤신병자적 면모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연예인이 어울리지 않는 화장을 하고 나오면 이 연예인은 무슨 톤인데 무슨 색을 써서 톤그로다.”, “톤그로를 끌어서 얼굴이 어때 보인다.”고 말하는 댓글들이 자주 보이지 않나? 퍼스널 컬러 이론은 정말 새로운 얼평의 잣대로 자리 잡았다. 화장 자체가 코르셋 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이젠 퍼스널 컬러까지 고려해서 화장하라니. 게다가, ‘톤신병자적으로 퍼스널 컬러에 집착하고 톤맞색만 사용해 예뻐 보이도록 꾸미는 건 결국 또 여성뿐이다. 모든 뷰티 아이템이 그렇다. 왜 항상 여성만 꾸미고, 여성만 강요받는가? 내가 환멸을 느끼는 지점은 여기다.

 

여대생들의 월경, 안녕한가요?

암탉

 

(출처: Gregory Reid)

 

    “이 생리대 써본 적 있어?” 얼마 전, ‘포궁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한 친구가 뉴스 링크를 공유했다.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 국내 시판 중인 생리대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0개 제품 모두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해 물질을 배출한 모 생리대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단톡방에 있는 친구 4명 모두 그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나도 써보았다. 해당 생리대는 지금 내 서랍 속에도 자리 잡고 있는 익숙한 제품이고, 반쯤은 이미 써버린 상태였다. 기사를 본 순간, 불현듯 지난 생리 기간들이 떠올랐다. 많은 피해자들이 호소하듯, 내 친구들도 말하듯, 나도 월경혈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둘째 날부터 눈에 띄게 양이 적어지더니, 적어도 5일은 가야 할 월경이 3일째 저녁에 끝나버린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불규칙해진 생리 주기 탓인 줄 알았다. 심지어 (나에게 월경이란 언제나 불쾌하고 피곤한 것이었기에) 빨리 끝나서 좋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사를 보고, 그저 둔하게 반응했던 내가 어찌나 바보 같던지. 왜 진작 의심해보지 못했을까? 포궁 친구들과도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생리대 포장지 속 방긋 웃고 있는 모델처럼 즐겁게 월경할 수 있는 날이 올까?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단무지: 숙명여대 3학년 재학 중인 단무지입니다.

 

데이지: 이화여대 재학 중인 데이지입니다.

 

부기: 을지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23살 부기입니다.

 

연꽃: 안양대학교 3학년, 22살 연꽃이라고 합니다.

 

2. 본인의 초경 경험에 대해서

 

암탉: 초경 이전에 성교육 수업, 혹은 책 등으로 월경에 대해 배워본 적 있나?

 

연꽃: 초등학교 보건 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초경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도를 배웠다.

 

부기: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초경을 했다. 월경을 일찍 시작한 편이라 그 전에 배운 적은 없고 다 엄마로부터 배웠다. 나중에 조금 더 크고 성교육 시간에 (월경에 대해) 배웠는데, 그때 아 그거(월경)구나하고 알았다.

 

데이지: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살아남기 시리즈 중에 성교육 만화가 있었던 게 기억난다. , 유명한 작가님이 소설식으로 월경이나 연애에 대해 짧게 묘사한 책을 본 적 있는데, 거기서 여자 몸에서 피가 난다는 구절을 봤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초경해보니 매칭이 되더라. 학교에서 정식적으로 배운 기억은 없다.

 

단무지: 나도 초등학교 때 월경에 대해 배운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초경을 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주워들었다.

 

암탉: (정규 수업이 아니라) 인터넷, , 주변인을 통해 알음알음 월경을 배워서 실제로 월경을 겪어보니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데이지: 연애 만화에서 피가 나온다고 묘사한 문장을 보았다. 그런데 실제로 (월경을) 해보니까 빨간색도 아니고, 선홍색도 아니고, 갈색 피가 나오더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이게 뭐지?’, ‘피인가?’, ‘내가 뭔가 잘못됐나?’ 생각했다.

부기: 나도 비슷하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침대에 피가 묻었는데 피가 갈색이어서 초콜릿이 묻은 줄 알았다. 음식을 흘린 줄 알고 엄마 몰래 숨겼다. 엄마가 이틀 후에 월경이 시작된 걸 아시고 이게 월경이라고 알려주셔서 그제서야 내가 초경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책에서 본 거랑 다를까 궁금했다.

 

연꽃: 생리대를 몇 시간마다 갈아야 하는지 몰랐다. (월경을 시작하고) 첫 한 해 동안은 샐까봐 불안해서 30, 1시간마다 갈기도 했다. , 어릴 때는 월경이 불규칙하지 않나. 2일 째까지는 피가 나왔는데, 3일째는 하루 종일 안 나오다가 4일째는 갑자기 많이 나오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꺼려지더라. 어쨌든 (월경이) 성적인 부분 중에 하나니까 그때는 엄마랑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단무지: 초경을 시작했을 때 엄마가 옆에 계셔서 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 다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을 시작했는데 (주변 친구들은 아직 초경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월경을 시작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아래에서 피를 쏟는다는 게 기괴하고 민망하게 느껴져서 힘들었다.

 

암탉: 당황스럽고, 생경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본인을 포함해서 주변인, 엄마나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데이지: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이 시작됐다. 그때는 발육차가 두드러지는 시기라서 월경할 것 같은 애들은 티가 났다. 그래서 (월경)하는 애들끼리 , 나 생리대 좀 빌려줘.” 하면 아 얘도 하는구나.’하고 뭔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는 (월경과 관련된)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연꽃: 나도 엄마 말고 아빠랑은 생리를 주제로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같이 살면 당연히 내가 월경하는 걸 알텐데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건지.

 

부기: 나는 친구들보다는 가족들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처음 초경을 했을 때 엄마가 아빠한테 말씀하셔서 아빠가 목걸이를 사다 주셨다. 밑으로 여동생이 2명 있는데 모두 초경할 때마다 목걸이를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처음 월경혈을 발견했을 때 당황했던 것 말고는 그렇게 나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월경을 일찍 시작해서) 친구들과는 월경에 대한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았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친구들과 월경 이야기를 나누면서 충격받았다.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하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고.

 

단무지: 엄마는 성인이 되었다고 축하한다고 좋게 말씀해주셨는데 나는 매달 아래에서 피를 쏟아내는 것도 싫고 생리통도 싫고 정말 우울했다. (월경이) 빨리 시작한 것도, 키가 자라지 않는 것도 싫었다. 초등학교 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일이 있는데, 어떤 친구가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크게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애들이 조용히 교실을 나가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거겠지.

 

3. 소설가 김훈이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속 허무맹랑한 묘사로 크게 질타받았다.

 

- , 어떡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 왜 그래, 언니?

-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나도 생리날이 임박해 있었으므로 핸드백 안에 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룸 라이트를 켜고 패드를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내 옆자리에서 언니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나는 언니의 엉덩이 밑으로 바지를 걷어내주었다. 언니의 팬티는 젖어 있었고, 물고기 냄새가 났다. 갑자기 많은 양이 밀려나온 모양이었다. 팬티 옆으로 피가 비어져나와 언니의 허벅지에 묻어 있었다. 나는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을 펴서 팬티의 가랑이 이음새를 잘라냈다. 팬티의 양쪽 옆구리마저 잘라내자 언니가 두 다리를 들지 않아도 팬티를 벗겨낼 수 있었다. 팬티가 조였는지 언니의 아랫배에 고무줄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패드로 언니의 허벅지 안쪽을 닦아냈다. 닦을 때 언니가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벗겨낸 팬티와 쓰고난 패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차 뒷자리로 던졌다.

(소설 언니의 폐경발췌)

 

암탉: 이건 김훈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월경에 대한 낭설들이 폭주하고 있다. 들어본 것 중 가장 웃긴, 황당한 낭설이 있다면?

 

부기: (생리가) 오줌인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 이번에 생리대 유해 물질 문제가 크게 터지면서 생리컵이 주목받지 않았나? 한 기사 댓글에 생리컵에 커피 담아서 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더라. 정말 컵인 줄 알았나보다.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 두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생리컵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정말 인 줄 알았나보다.

(출처: 오마이뉴스)

 

데이지: ‘너 생리 아직도 해? 일주일 째? 가서 빨리 싸고 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내 전 여자친구는 발레를 해서 생리 참았다가 한 번에 싼다는 글도 본 적 있다.

 

단무지: 중학생 때 친구가 남초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싸커에 글을 올려봤는데, ‘(생리) 힘주고 참으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보고 너무 충격받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한 남성이 여성인 척하려고 자기는 생리 3분에 한 번씩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봤다.

 

데이지: 모르는 남성들은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생리대 사이즈를 크게 쓴다고 생각한다.

 

부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한 번도 ~ 안 해본 사람들 이미지' 중에 여자가 화장실에서 치마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볼일을 보는 만화를 본 적 있다. 집에서 노브라로 티셔츠를 입으면 입지, 브라만 입고 있지는 않은데 브라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그린다든가. 모르니까 그렇게 그리는 거다. 생리는 더더욱 알려주지 않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 주제다보니 더 (모르는 게) 심한 것 같다.

 

데이지: 우리도 (월경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일주일 하고 하루 쉬었다가 할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하루 정도 건너뛸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책에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도 않으니까.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겪어보지 않았고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니까 모르는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오로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오로는 임신하고 애를 낳은 다음에 6개월~3년 동안 자궁 잔여물이 밖으로 나오는 거다. 나도 얼마 전에 킴 카다시안의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오로 때문에 매일 생리대를 차고 있어야 하고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임신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거다. 그것처럼 남자들도 추측해서 비난하고 비방하고 소설 쓰는 건 잘못됐지만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기: 모를 수는 있지만 모르면서 비방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남자애들 자위하는 건 미디어나 책에 자세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알지 않나. 반면, 여자애들의 자위 방법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는 것 자체가 몰라도 되는 데서 오는 권력이다. 우리도 잘 알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되는 건데 왜 저들의 무지까지 이해해줘야 하는지? 모르면 적어도 입이라도 닫고 있어야지. 그게 맘에 안 든다.

 

데이지: (생리 고충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같은 생물학적 성별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되는 것 같다. 겪은 사람만이 아니까. 최근에도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가 터졌을 때 남자친구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떻게 하냐?”고 화난 투로 이야기했는데, “. 그렇구나.”하고 끝내버리더라.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겪을 일이 아니니까 화도 내지 않는 것 같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자기 일이 아니니까.

 

부기: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 비슷한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잘 체하는 편인데, 체해서 신경이 곤두서있을 때 생리통까지 겹치면 너무 힘들지 않나. 내가 배 아프다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이때는 날 건들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하면 이해는 하는데 하지 말라니까 안 하는 수준. 딱 여기까지만. 그 이상은 귀찮아하고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더라.

 

암탉: 이런 무지는 월경에 대해 쉬쉬하는 문화로부터 출발하는듯하다. 월경을 감춰본, 감추도록 강요당한 경험이 있나?

 

연꽃: 다이소에서 팬티라이너를 산 적이 있었는데, 내가 해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신문지에 그릇 싸듯이 신문지로 포장을 해주시더라. 그게 신문지로까지 쌀 일인가? 당황스러웠다.

 

부기: 편의점에서도 원래는 반투명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는데 생리대를 사면 자연스럽게 굳이 아래쪽에서 까만 봉투를 꺼내 담아준다. 그리고 뿌듯한 눈길로 쳐다본다. 생리대 광고에서도 흰옷을 입고 나와서 나 이렇게 상쾌하다하는 거. 나는 항상 기분 나쁘고 찝찝한데. 나만 이렇게 예민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감정 기복 관리 잘하고 나만 그런 건가? 생각했다. 생리할 때마다 뽀송뽀송하다~ 기분 좋다~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데이지: 초등학교 때 까만 생머리,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벽에 하얀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고 어디 어디 대학교 무슨 학과 이름 세자가 나오며 끝나는 광고를 봤었다. 그때는 무슨 광고인지도 몰랐다. 생리를 시작한 후에야 그게 그거구나,’ 하고 매칭이 되더라. 생리대 광고에 왜 여대생을 쓰는지, 왜 이름이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화가 난다.

 

생리대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슨 광고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 생리대 브랜드의 광고

(출처: 화이트)

 

단무지: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쓰레기통을 두 개 둔다. 생리대를 (방 밖에 있는)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엄마가 제발 아빠 계시는데, 방에 있는 (생리대 전용)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하신다. 단순히 아빠가 생리대 쓰레기를 보는 걸 안 좋아하지 않겠냐는 이유만으로.

 

데이지: 자취할 때 삼촌 차를 타고 가족들 다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고 박스에 담을 때 부피가 크면 포장 상자를 버리고 내용물만 싸가지 않나. 그때도 부피를 줄이려고 생리대를 뜯어서 내용물만 가져가려고 하는데, 삼촌이 너는 조카가 삼촌한테 생리대까지 만지게 하냐?”고 하더라. 기분이 나빴다. 생리대를 보고, 언급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특히 남자 어른들은.

 

연꽃: 한 번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생리대를 갈고 나오다 월경혈이 묻었는데 그걸 미처 닦지 못하고 나온 적 있었다. 그걸 보고 엄마가 아빠도 같이 쓰는 욕실인데 왜 깔끔하게 처리 못 했냐.”고 엄청 혼내셨다. 뒤처리를 깔끔하게 안 했다고 혼내면 되는데 굳이 아빠 이야기를 붙이면서. 아빠도 변기를 깔끔하게 쓰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아빠한테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조심하라고만 했으면서, 나한테는 그거 한 번 그랬다고 그렇게 혼을 내시더라.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숨겨야 하는 일처럼.

 

4. 대학과 월경하면 생리 공결제 이야기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생리 공결제는 학생이 생리통으로 결석할 시 공적인 결석, 즉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도입되었지만, 필수 적용 대상인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는 권고 대상으로 남아 현재 상당수 대학교에선 인정하지 않는다.

 

암탉: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재학 중인 학교에서 생리 공결제를 인정하나?

 

부기: 생리 공결제를 학교에서 쓸 수 있다는 걸 지금 처음 알았다. 우리 학교는 입원하는 정도가 아니면 질병 결석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다른 질병들도 안 해주는 걸 보면 (생리 공결제도 아마) 시행하지 않는 것 같다. 질문지를 보고 생리 공결제에 대해 처음 알았다.

 

연꽃: 여중, 여고를 나와서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고는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원활히 사용해서 (생리 공결제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대학교는 입원이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인정을 해주지 않고 그냥 결석으로 처리된다.

 

단무지: 숙대의 경우 아마도 안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숙대는 인정을 해주는가...?

 

암탉: 애초에 도입을 안 했다.

 

단무지: 고등학교 때 반에 생리통이 정말 심한 애가 있었는데 빠지지는 않았다. 욕하면서 공부했다. 고등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대학 와서 뉴스 기사를 보고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게 됐다.

 

데이지: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니고 있는데, 생리 공결제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이게 우리 학교만 그런 걸 수도 있고, 모든 여대가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도입을 하더라도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여대가 경쟁이 빡세잖나. 우리 학교는 1교시가 8시에 시작하는 학교인데도 출석률이 100%였다. 멀리 사는 애들은 다섯 시에 일어난다. 결석 한 번으로 큰 차이가 나니까. 음성 녹음 파일도 사고팔지 않나. 그 정도로 빡센데 (생리 공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고, 대학생들이 거의 그렇듯 아프면 자체 결석을 하면 했지 (공결제를 활용하진 않을 것이다) 예전엔 병원을 다녀왔다는 처방전 정도만 제출하면 (병결) 인정이 됐는데 작년의 정유라 사건 이후로 병원장이 쓴 소견서가 아닌 이상 병결 인정이 안 된다. 응급실 간 게 아닌 이상 아예 인정을 안 한다. 그래서 더 힘들 것 같다.

 

암탉: 이 중에 살아남은 학교가 없다.

 

부기: 회사에서도 육아휴직을 쓰면 욕먹고 눈치 보이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것과 비슷하다) 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냥 이런 게 있다고 전해지는 전설처럼 듣기만 할 뿐. (웃음)

 

연꽃: () 과가 공대라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생리 공결제가) 있다고 해도 쓰면 남학생들이 욕을 한다. 쟤네는 저걸 이용한다고. 이건 다른 얘긴데, 성적을 매길 때 우리 과가 여자가 없다 보니까, 교수님들이 여학우들을 배려해준다고 남자들이 생각한다. 여자애들 점수를 더 잘 준다는 거다. 시험을 잘 본 건데! 그런 걸 보면, 생리 공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쟤는 저걸 한 달에 한 번씩 이용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것 같다.

 

데이지: 이런 얘길 들으니까 아파도 더러워서 약 먹고 울면서라도 버틸 것 같다. 그냥 내가 아픈 게 낫지, 뒷말 나오는 게 더 싫고 힘들 것 같다. 이건 개인적 의견인데, 만약 내가 입사해서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안 쓸 것 같다.

 

부기: 나는 생리통이 원래 심했었는데 약을 안 먹었다. 엄마가 내성 생긴다고 싫어하셔서 나한테도 먹지 말라고 얘기하신다. “탐폰 쓰지 마라.”, “약 먹지 마라.” 그런데 나도 아프니까 공부를 해봤다. 겨우 이만큼 먹는다고 내성 생기지도 않더라. 옛날에는 일주일 내내 너무 힘들어도 안 먹었다. 그때는 생리휴가 있으면 꼭 써야지, 이렇게 힘든데 하루라도 안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약을 먹으니까 확실히 안 아프더라. 그래서 당장 안 아프니까, 쪼아대면 기분 나쁘니 그냥 생리휴가를 안 쓰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약 먹으면 참을 수 있는데 저렇게 찌질하게 우리한테 뭐라고 하니까.

 

5. 2013년 한양대에서 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생리대 자판기 설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해당 후보는 공약을 지키려 했지만 끝내 자판기 설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학생들이 역차별이라 주장하며 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암탉: 학교에서 갑자기 월경이 시작됐을 때 학교 내에 월경 용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나?

 

부기: 학교 안에 건물마다 편의점이 있는데, 다들 거기서 구매한다. 과방이 없기 때문에 생리대를 비치해 놓을 곳도 없다. 여학생 휴게실에 생리대를 비치하자고 건의는 올라간 상태이다. 만약 나중에 비치된다면 거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꽃: 학교가 언덕 꼭대기에 있다. 한 번 올라오면 내려가고 싶지 않은 그런 언덕인데, 과에서 쓰는 건물은 한정되어 있고 생리대 자판기는 딱 한 대, 그것도 저 멀리 다른 건물, 여학생 휴게실이 있는 2층 화장실에만 있다. 가다가 다 새겠다. 보건실에서도 안 준다고 들었다. 편의점은 없고 매점만 있는데, 매점도 딱 2개 건물에만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데이지: 각 단대 건물에 생협이 있는데, 라이너까지 구비되어 있고, 생리대를 100, 200원 정도 가격에 낱개로 판다. 편의점에서 사면 묶음으로 사야 해서 남기도 하고 너무 비싸다. 큰 화장실에는 자판기도 있다. 의식하지 않고 이용해와서 다른 학교도 이런 줄 알았다.

 

연꽃: 내가 입학할 땐 여학생 휴게실이 있었는데, “왜 여학생 휴게실만 있냐.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서 남학생 휴게실이 생겼다. 남는 과방이나 동아리방 중 하나를 남학생 휴게실로 만들어 줬다. 공간이 작으니까 침대 하나에 이불을 여러 개 비치해 놨는데, “왜 여학생들은 침대 쓰고 우리는 이불 쓰냐?”고 역차별이라고 하더라. 생리대 자판기도 역차별이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설치 불가능하다. “그럼 여학우 휴게실에 비치해두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여학생 휴게실이 멀리 있어서 이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자가 많은 과라면 과방에 (생리대를) 비치할 수 있겠지만, 남초과는 과방도 거의 다 남자들이 써서 과방에 비치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암탉: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리에 대한 공학과 여대의 분위기 차이가 꽤 극단적일 것 같다.

 

부기: 아예 이야기를 못 한다.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자들끼리도 쉬쉬하는 느낌이다. 화장실 안에서는 여자애들끼리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화장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월경에 대해) 모두 입을 다문다. 신입생 때부터 남학생 단톡방 사건이 연속으로 터져서 혹시 나도 그 대상이 될까봐 내 몸이나 생리 현상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된다.

 

연꽃: 맞다. 강의실 안에서는 배가 아프다 정도로 이야기하고, 갑자기 월경이 시작됐을 때도 혹시 생리대 있냐고 소곤소곤 묻는다. 옷도 샐까봐 신경 써서 입게 된다. 강의 끝나고 옷에 묻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어두운색 치마를 입는다거나, 오버해서 생리대를 찬다거나. 하나 찰 거 소형 하나 더 해서 찬다거나. 새는 것보단 이게 낫지 싶은 마음에.

 

데이지: 우리 학교는 에타에도 나 생리해서 짜증 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길을 가다가도 나 오늘부터 생리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오늘 뭐 먹었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6. 최근, 모 생리대 브랜드를 시작으로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성환경연대 및 식약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개 제품 모두 발암물질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암탉: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연꽃: 친구가 이미 생리컵을 쓰고 있어서 (나에게) 갈아타라고 권유했다.

 

부기: 모 생리대 브랜드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탐폰을 쓰고 있었는데) 생리컵으로 바로 갈아탔다. 친구들끼리 써보고 후기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생리대를 쓰게 되더라. , (생리컵이) 초반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처음 쓰는 사람들은 겁낼 수밖에 없다.

 

데이지: 그렇다고 면 생리대를 쓰기도 곤란하다. 사회 생활하면서 (면 생리대를) 빨고, 삶고, 널어서 말릴 시간 내기가 쉬운 일인가? 생리대 기사에 그럼 여자들 면 생리대 쓰면 되지!”라는 댓글을 봤다. 자기네들이 직접 빨아줄 것도 아니면서 쉽게 말하니까 웃긴다.

 

단무지: 그냥 마저 써야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남교수님은 요새 생리대 문제로 말이 많은데,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쉽게 말한다.

 

데이지: 학교 언니와 생리대에 대해서 얘기해봤는데, “아 맞다 이거 안 좋지.”하면서도 바쁘니까 넘어가게 되더라. 비슷한 이유로 이번 사태 이후에도 계속 유해물질 생리대를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연꽃: 우리 어머니도 그럼 뭐 어떡해.”라는 생각으로 그냥 쓰신다.

 

암탉: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살충제 계란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나? 둘 다 생필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건이었는데, 반응은 무척 달랐다.

 

데이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자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 것이다. 딸이 쓰는 생리대가 유해물질 덩어리라고 생리대 회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아빠가 존재할까?

 

암탉: 기사가 뜨고 나서 대안 제품(해외 생리대, 생리컵, 생리팬티 등) 품절 대란이 났다고 한다. 회담자들은 어떤 대안을 택했나?

 

연꽃: 한 친구는 아기 기저귀 소형사이즈를 쓰겠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생리컵을 썼는데, 잘 안 맞아서 (다음 월경 때는) 생리대를 쓸 거라고 했다. 그래도 생리할 때 보지 털이 뽑힐 것 같고, 내장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고통이 (생리컵을 썼더니) 사라져서 좋았다고 했다.

 

데이지: 학교 앞에서 나트라케어를 판매하긴 하는데 너무 비싸다. 자취하면 생리대값이 꽤 나가서 부담된다. 월경만으로도 짜증 나는데, 생리대도 비싼 돈 주고 사야 돼서 짜증 난다.

 

암탉: 후속 대처에 참여하셨는지 궁금하다.

 

데이지: 항의할 줄 몰라서, 대응할 줄 몰라서 할 수 없었다. 회원가입에 뭐에, 너무 절차가 복잡해서 안 쓰고 말지!’ 혹은 쓰고 죽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단체 행동을 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지만 혼자 할 힘은 안 난다.

 

단무지: 나 혼자 하기엔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누군가 총대를 매줬으면 좋겠다.

 

부기: 환불해주겠다는 곳도 처음 문제 된 브랜드밖에 없었다.

 

7. 내가 원하는 나의 완경

 

암탉: 우리 모두 언젠가는 완경하게 될 텐데, 내가 원하는 나의 완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것 같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편협한 개념의 완경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완경, 주변에 완경을 맞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꽃: 사실 완경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봤다. 확실히 (미디어에서) ‘완경이라는 소재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드라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윤유선 배우가 맡은 역할이 완경을 맞았는데, 마치 인생이 끝난 것처럼 묘사하더라. ‘폐경이라는 말도 그렇고, 월경이 끝나면 여자로서 뭔가 끝난 것처럼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솔직히 나의 완경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동생한테 물어봤다. 동생은 강경하게 비혼을 주장하는 아이인데,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하지 않을 거라 완경을 하면 해방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하더라.

 

부기: 예전에는 ‘(완경이) 언젠간 오긴 오는구나, 이때쯤이면 멈추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미디어에서 (완경이 오면) 여자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것처럼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데, 몇 년 전 한창 단어 바꾸기 운동이 유행하지 않았나. ‘자궁포궁으로 바꾼다든지, ‘폐경완경으로 바꾼다든지. 그걸 처음 듣고 곧 완경을 하실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본인도 폐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싫었는데 완경이라고 하니까 정말 뭔가를 완성 시킨 것 같고, 기나긴 레이스를 완주해낸 느낌이라고 하셨다. 되게 뭉클했다. 그때부터 나도 완경이라는 단어를 꼭 쓰게 되었고, 나도 미래에 완경이 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나에게 월경을 가르쳐주신 엄마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데이지: 주변에 완경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호르몬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완경이 오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탈모나 우울증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고쳐야 하는 증상이다.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고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월경하는 게 그 기간에는 싫지만,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몸이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단무지: 나는 완경을 하면 월경이 끝나니까 좋을 것 같다. 내일 완경을 한다고 하면 "아싸"할 것 같다.

 

8. 후기

 

부기: 친구들과도 대놓고 이야기하기 민망할 수 있는 주제인데, 터놓고 이야기하고 다른 분들 생각을 들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연꽃: 알게 된 것도 많고)

 

데이지: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언제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게 포럼 형식으로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단무지: 공학에서는 여성혐오라거나 월경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데에 놀랐고, 탐폰이라거나 생리컵이라거나, 대체 월경 용품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꽃: 여대가 부러워졌다. (부기: 맞다) 사실 (학교 내 여혐에 대해) 무덤덤해졌는데, 우리 학교가 이렇다고 말하면서 새삼 충격받았다.

 

데이지: 여대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자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미안했다. 사회에 나가면 이런 (여대 환경과 같은) 분위기가 아닐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기: 미안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닌데.

 

 

 

 

 

 

 

 

 

 

 

 

 

 

 

 

 

 

 

 

 

자기만족일까 코르셋일까

암탉

    ‘코덕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요즈음 고민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나는 조금 이르게 코덕에 입문한 편이다. 내가 초등학교~중학교에 다닐 무렵 뷰티 블로그붐이 불기 시작했다. 우연히 포털 사이트 메인에 뜬 뷰티 블로그 글을 보고 다양한 색의 화장품에 매혹됐다. 이후 적은 용돈을 모아 야금야금 화장품을 사 모으고, 메이크업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하며 즐거운 코덕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그렇듯) 그러던 어느 날, 불편한 부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으로 도배된 광고 문구를 볼 때나 그런 화장은 남자들이 안 좋아해~” 따위의 말을 들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 무렵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다. 여성의 행동을 모두 남성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 혹은 그래야 한다는 강요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자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페미니즘이 코덕 정체성에의 돌파구로 작용한 셈이다.

 

    믿었던 페미니즘이 발등 찍은 건 최근의 일이다. 아니, 사실 양심적으로 말하자면 코덕이자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한 그 순간부터 항상 맘 한 구석에서 나를 쿡쿡 찌르던 불편한 생각들이 있다. 내가 활동하는 메이크업 커뮤니티는 페미니즘적 성향을 띄고 있다.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 상대적으로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기 자유로운 분위기다. 현실에서 겪은 성차별적 상황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며, 서명 운동 링크를 공유하기도 하고,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에 분노한다. 내가 정말 즐거워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화장한다는데 누가 참견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자기표현을 위한 메이크업이라기엔 우리는 너무 똑같은 화장을 하고 있지 않나? , 얼굴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메이크업의 특성상 이목구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정말 세세하다. 눈이나 얼굴 길이 등을 자로 재서 공유하기도 한다. 당연히 외모에 대한 강박적 집착 및 우울함을 호소하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뷰티 유튜브를 볼 때도 그렇다. 화장으로 다크서클이나 여드름 자국을 가리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것이고, 화장 후 얼굴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며, 어느 정도 화장을 완성하면 빼먹지 않고 이제야 사람 같다고 한다. (여성의 민낯은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인가?) 이제 여성들 사이에서 화장은 자기만족을 위한 행동이라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 심리적, 물리적으로 제약이 생긴다면 그걸 정말 자기만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엠티 가서 일부러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자는 친구들을 볼 때, 화장을 망친 날은 미묘하게 다운되는 나를 발견할 때 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과 코덕으로서의 정체성이 충돌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왜 민낯 공포증에 걸렸을까

    화장을 하지 않고 학교에 왔을 때 예의 없다며 주변에서 핀잔을 주는 친구들, 그 옆에서 모자를 꾹 눌러쓰고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죄스러워하는 민낯의 친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민낯에 대한 거부감이 공포증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건 포비아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것 같다. 사실 민낯으로 학교, 토익 학원에 간다고 해서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민낯 공포증을 앓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볼에 여드름이 나서? 안색이 창백해보여서? 이런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다. 문제는 훨씬 크고,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온 것 같다. 우리가 왜 우리의 민낯을 부끄럽다고 여기게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미미박스)

 

    작년 119, 한 뷰티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올라온 유두 미백 크림 광고가 저급한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다. ‘늑대들이 좋아하는 핑크빛 유두,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진한 색상 유두 NO’ 따위의 문구를 내걸고 (전혀 궁금하지 않은) 여성 유두에 대한 남성 9명의 의견을 함께 게시한 것이다. 위 광고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해당 사이트는 결국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였다. 사실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화나긴 했지만,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남성의 시선을 부각해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하는 방식은 화장품 업계의 유구한 광고 전략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손톱에 난 세로 결을 없애준다는 손톱 영양제 광고를 본 적이 있다. 3가지 종류로 구성된 해당 제품을 통해 꾸준히 손톱을 관리하면 손톱에 난 세로 결이 없어지고 여성여성한손이 된단다. 광고가 끝난 후 형용할 수 없는 회의감에 사로 잡혔다. 이제 손톱 결에도 신경 써야 하나? 광고를 보기 전까지 난 내 손톱에 세로로 결이 있는지도 몰랐다. 뷰티 업계가 우리의 몸을 토막 내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S라인, T, 헤어 라인, 수분부족형 지성 따위의 단어들은 사실 뷰티 업계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멀리서 몸을 보았을 때 몸매의 외곽선이 S모양인지, 얼굴의 중심의 T존이 입체적인지, 헤어 라인이 동그랗고 머리숱이 빽빽한지를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뷰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기존 제품으로 승부하기엔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니, 원래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신체 부위까지 끌고 와 (자사의 제품을 이용해) 자사가 제시하는 정답에 자신을 끼워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시감을 느끼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 이는 곧 미의 기준으로 굳어진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신체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종용하여 미의 기준을 전파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뷰티 업계는 항상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들이 지적하기 전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혹은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별별 신체 부분에 아름다움의 가이드라인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여기에 미디어가 나서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미의 기준으로 확정지어진다. 뷰티 업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는 실제 사람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미디어는 가이드라인 안에 속한 이들에게 무결점, 여신 같은 온갖 찬사를 퍼붓는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평가의 시선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평가자의 위치에 서있는 남성의 시선을 빌려온다.) 혹은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사람을 데려와 인위적으로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노력, 자기관리 따위의 미사어구로 아름답게 치장한다. (여성들이 말하는 자기관리의 범위가 외모 쪽으로 치중되어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사람들은 이쪽에 더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관념상으로만 존재했던 가이드라인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 즉시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연예인 누구누구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뭘까? 사실은 연예인 누구누구니까저렇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화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뷰티 산업 및 미디어는 (화장 방법은 둘째 치고) 화장하지 않은 상태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라고 강요한다. ‘화장은 예절따위의 말을 동원하거나 화장 하지 않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노출시킨다. ‘민낯 공포증은 여기서 출발한다.

 


(출처: 알바노조, 한국일보)

 

    사회는 이를 착실히 받아들였다. 작년 3, 한 영화관 프랜차이즈에서 여성 직원에게만 더 엄격한 외모 꾸미기 규정(화장, 머리 모양, 의상 등)을 적용해왔던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을 시 꼬질이딱지(자신의 담당 구역을 청소하지 않거나 유니폼을 더럽게 관리하는 등 위생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부여되는 패널티)가 붙고, 벌점이 누적되어 임금 삭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여성에게만 엄격한 외모 꾸미기 규정을 적용하는 곳은 위의 기업뿐만이 아니다. 작년,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하이힐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 접수원을 해고했다가 항의 끝에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한 증권사의 여성 직원 복장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 직원들은 사용해야 할 아이섀도우 숫자, 스타킹 색상까지 규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남성 직원에 대해서는 노타이 정장, 콤비(혼합 정장) 금지 정도만 언급되어 있었다고 한다. 화장이 (인위적인 방법으로) 정말 예절’, 즉 규범이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민낯 공포증을 하나의 방어 기제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출처: APA/FRANZ NEUMAYR, 한국일보)

 

    메르켈 총리와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보자. 두 사람 모두 항상 비슷한 복장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반응은 전혀 다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옷 고르는 시간마저 아끼는 성실한 CEO의 대표적 사례로 항상 언급될뿐더러 패션 아이콘에 등극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경우 패션 테러리스트딱지에, 옷이 한 벌 뿐이냐는 비아냥을 받는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A: 남자애들은 왜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는 걸까?

B: 왜냐면 사회가 남자애들한테는 화장 안 하면 못 생겼다고 하지 않았거든.

(출처: Feminist Apparel)

 

    취업 포털 커리어에서 여성 직장인 422명을 대상으로 화장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62.8%체면(품위) 유지를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62.8%의 여성은 화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화장하지 않아서 예의없다는 잔소리를 들은 남성 직장인을 본 적 있는가? 화장을 못해서 모자를 눌러쓰고 등교하는 남학생을 본 적 있는가? 꾸미지 않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남성들은 꾸미지 않아도 괜찮다. 꾸미지 않아도 생긴 그대로 인정받는다. 이게 권력이 아니면 무엇인가? 여성들에게도 직장에서, 학교에서 이런 권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민낯 공포증의 종말을 원한다.


그래서 뭐, 화장하지 말라고?

    난 정말 화장품을 좋아하고 화장하는 과정이 즐겁다. ‘코덕질은 하나의 취미 생활로써 내 삶의 작은 활력소가 되어준다. 하지만 나의 이런 취향이 형성되기까지 사회적 압박의 영향이 전무했느냐고 묻는다면 확답할 수 없다. 내가 즐기는 화장에 억압적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에게 화장이 정말 선택일 수 있을까? 화장을 통한 자기만족에 외모 경쟁력을 갖췄다는 안도감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화장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 제도적 차별, 자유도의 부재에 대한 고민 없이 자발적 행동이라고 뭉뚱그려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당장의 여성혐오적 발언(‘화장은 남자보라고 하는 거잖아~’)은 받아칠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또 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억압은 타인, 99%의 확률로 여성에게 적용될 것이다.

 

    화장하지 않는 사람만 자신감 넘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고 화장하는 사람은 자신감 없는 반여성주의자라고 매도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여성에게 실체 없는 미의 기준을 실현하라 강요하는 여성혐오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화장은 가장 손쉬운 방어법이다. 완전한 자율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여성 개인을 탓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문제는 한쪽 성에게만 화장을 의무화했다는 것, 미디어와 뷰티 산업이 이에 발맞춰 여성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화장을 좋아해서 즐기는 것과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 위축되고 불이익 받는 것, 나아가 맨 얼굴을 택할 권리가 없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브라, 하이힐 등 여느 뷰티 아이템들이 그러했듯이 자유도의 문제다. 그래서, 코덕 동지로서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누가 화장 코르셋을 조이고 있고, 어떤 화장이 코르셋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화장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억압적 성격을 인정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전복해야 할지를 같이 고민해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기표현으로서의 화장을 위해서 말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필자소개

여태껏 내 손으로 덕질한 것 중에 페미니즘만큼 재밌는 게 있었나? 페미니즘에 강하게 치인 새내기 페미입니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를 위한 노출일까요? 우리는 언제까지 성희롱이나 몰카, 품평을 위해 노출하는 것으로 여겨질까요?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울 앞에서 한참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는 래시가드를 만든 사람은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하석진과 노브라로 미친년이 된 설리가 공존합니다. 말하자면 오빠가 허락해준선에서만 노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출처 : 구글)

 

이번 회 여대회담에서는 여성의 패션에 대한 자유를 다루어보았습니다. 여자와 패션 그리고 여대와 패션에 대해 이야기 해 볼 건데요. 그럼 제9차 여대회담, 지금부터 시작해볼까요.

 

 

9차 여대회담: 패션에의 자유

회담진행: 나나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완: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지완이다. 오늘로 페미니스트가 된지 딱 2년이 됐다.

 

 

Q. 오늘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지완: ‘오늘도 고생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꾸미려면 한두 시간은 걸리니까 거울만 봐도 피곤하다. 오늘 입은 옷은 내가 봐도 참 예쁘고 또 가슴이 파이지 않아 신경도 안 쓰이고 편하다.

 

-나나: 꾸미지 않고 편안한 차림으로 외출할 때에는 어떤지?

 

-지완: 민낯으로 편한 옷을 입고 나오면 움츠러드는 편이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내가 너무 후줄근해서 쳐다보는 건가?’, ‘서울 다니는데 너무 안 꾸몄나?’ 이런 생각을 한다.

 

-나나: 가슴이 파이지 않은 옷을 입어서 편하다고 하셨는데, 옷을 고를 때에 시선폭행 때문에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편인지?

 

-지완: 피곤한 날에는 일부러 노출 없는 옷을 고른다. 남자들이 쳐다보면 신경이 곤두서서 더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깊게 파인 브이넥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나갔는데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운전하면서까지 쳐다보더라. 한번은 학교 앞 역에서 한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우후~’라는 소리를 냈다. 내가 ?’라며 소리를 쳤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를 떴다. 파인 옷을 입으면 저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기분 나빴다.

 

 

Q. 일상생활 속, 특히 어떤 점에서 여성의 패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완: 브래지어와 속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내 친구들은 브라 끈이 보이면 부끄러워하며 당장 가리라고 한다. 친구들 때문에 나도 강박이 생겨 한여름에도 브래지어 위에 민소매를 항상 같이 입었다. 지금은 노브라로 다닌 지 두세 달 정도 됐다. 편하다. 친구들은 부끄러워하더라. 나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그래도 니플 패치는 꼭 붙인다. 하지 않고 명동에 갔다가 심하게 시선폭행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여자는 섹시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가뜩이나 가슴, 브라까지 안 하고 있으니 얼마나 작아 보이는 줄 아냐?’라고 하시며 여자로서의 매력이 반감된다고 하더라. 더워서 안 하는 것일 뿐인데 무슨 섹시얘기까지 나오는지. 가슴이 작으면 노브라로 다니는 게 이상한건가?

 

(출처 : 구글)

 

-나나: 집에서 노브라로 있을 때에는 어떠한지?

 

-지완: 집에선 무조건 브라를 하지 않는다. 내가 아빠나 오빠를 잘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시원해보이게 입고 있으면 조금 눈치를 보게 된다. 말은 안 해도 시선이 있다는 걸 아니까. 친구들은 나에게 집에 남자 형제가 있는데 어떻게 브라를 안 하느냐, 젖꼭지가 다 보이는데 쪽팔리지도 않느냐고 한다.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속바지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하다. 예전에 학교 모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글이 생각난다. ‘한 여성이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속바지가 다 보였다. 가방으로 가리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는 건 예의 없는 짓이다.’ 댓글로도 꼭 가리고 올라가야 한다는 글만 올라오더라. 팬티 보이지 말라고 속바지를 입었는데, 속바지를 또 가려야 한다. 브라랑 똑같지않나. 가슴 가리려고 브라를 했는데 브라까지 가려야 하니까. 온 몸을 꽁꽁 싸매고 다녀야하나? 엄마는 내가 속바지를 입는지 확인한다. 난 속바지 입는 게 너무 싫다. 지금이 32도인데 내가 또 안에 속바지를 입으라고? 그래도 엄마가 왜 걱정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다. 지하철만 타도 몰카를 찍으니 걱정하시는 거다. 어쩔 땐 나도 몰카가 걱정이 되어 속바지를 입는다. 여자라서 몰카의 표적이 될 상황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다.

 

 

Q. 시선폭행으로 특히 불쾌했던 경험이 있나요?

 

-지완: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어떤 할아버지가 나를 계속 쳐다보더라. 그래서 나도 계속 쳐다봤다. 그런데 내가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욕을 하고 도망갔다. 내가 남자였다면, 하다못해 내 옆에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봐서 충격적이었다. 노출이 있는 옷을 입으면 남자들이 추근대거나 시비를 걸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또 오프숄더를 입었다가 시선폭행을 굉장히 심하게 겪은 일도 있다.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앉았는데,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심하게 쳐다보더라. 너무 불쾌해서 자리를 옮겼다. 내릴 때가 되어 버스 손잡이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가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몰래 보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피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일부러 쳐다봤는데도 계속 보고 있더라. 소름끼쳤다. 내리니까 창문으로 빤히 보고 있더라. 무서워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엄마는 뭐 입고 있었는데?’라고 물었다. 오프숄더를 입고 있었다고 하니까 별 반응이 없었다. 서러워서 울었다.

 

(출처 : news1)

 

 

Q. 남성과 비교해봤을 때 패션 자유도가 더 낮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완: 그렇다.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는데, 모든 쇼핑몰마다 남친이 반했어’, ‘남친이 또 반했어’, ‘남심 흔드는 샤랄라 원피스막 이러고 있더라. (웃음) 정말 모든 쇼핑몰이 다 이런 문구야.

 

-나나: 옷을 구매할 때 그런 문구를 신경쓰는지?

 

-지완: 나는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걸 신경 쓰진 않지만, 그런 문구들을 보면 많은 쇼핑몰 취향이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걸로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안 예쁘다고 생각한 옷들인데, ‘남자친구가 좋아해’, ‘남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해라는 문구로 세뇌를 시키니까 진짜 예뻐 보이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 번 더 보게 되더라. 남자들을 반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옷을 입지 않고, 그런 마음에서 최대한 벗어나려 하지만, 완전히 벗어나는 건 힘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스타일대로 꾸미는 것에 대해서도 자유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숏컷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싶은데 여자한테 잘 안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해서 못 자르겠더라. 타투도 하고 싶은데 어머니께서 심하게 반대하신다. 엄마가 허용하는 유일한 문신은 눈썹 문신이다. 항상 여자 몸에는 함부로 새기면 안 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화장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렇게 입술을 빨갛게 하고 다니면 남자들이 별로 안 좋아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난 빨갛게 칠하는 걸 좋아하는데. 악세사리 또한 이와 비슷하다. 큰 귀걸이를 좋아하는데 이런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튀는 건 별로라며 남자들이 다가가기 편한 수수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출처 : 구글)

 

 

Q. 패션에 대한 여대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이 있지 않나. 여대 다니는 사람이 풀메이크업에 예쁘게 꾸미고 왔을 때에는 역시 여대에 다니는 사람들은 빡세게 꾸미네라고 말하고, 추레하게 다닐 때에는 여자들만 있는 학교 다니는 거 티 내냐?’라는 내용의 짤.

나도 이전에는 여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명품백만 들고 다니며 사치스러울 것이라는 편견. ‘이대 애들은 어떻고 숙대 애들은 어떻고...’ 루머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믿더라. 그로인해 여대생에 대한 혐오도 더 생기는 것 같다. 사촌오빠는 내게 여대 애들이 좀 사치스럽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그런 애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애도 있으며, 그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사촌오빠는 내 말을 안 듣는다.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갑자기 휴대폰을 하더라. 내가 만약 여대 다니는 사람들은 다 김치년이고 남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백을 사주며, 그 백을 들고 클럽에도 다닌다라고 말한다면 , 그래?’하면서 귀 기울였을 걸? (웃음) 자기가 생각할 때 자극적이고 여대혐오에 적합한 이야기를 해주면 귀 기울이고 아니면 아무 말도 안 한다.

 

(출처 : 구글)

 

-나나: 그렇다면 여대와 패션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지완: 자유로움. 공학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패션에 대해 더 자유로울 것 같다. 내가 공학에 다녔다면 시선폭행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것 같다. 여대에 다니면 파인 옷을 입어도 편하게 등교할 수 있다. 브라나 속바지를 입지 않는 것도 용기를 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시선폭행은 일반화가 아닌 팩트다. 보통 일반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남자, 즉 그런 시선을 당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적어도 한 번씩은 겪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선폭행을 하는 사람들은 노출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몇 초 보는 건 괜찮겠지라는 생각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거리에 몇 명씩 있다고 생각해보라. 노이로제 걸린다. 우연히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시선폭행은 눈이 마주치는 빈도나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다르다. 그런 걸 살면서 여자들이 자주 겪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여대에서는 이런 일을 안겪는다.

또 남자들이 많으면 몰카 걱정을 해야 한다. 이런 말도 일반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남자가 많으면 몰카 설치 비율이 높다. 뿐만 아니라 공학 학교 커뮤니티에는 여자 학우들을 품평하는 글도 올라오더라. ‘오늘 지나다니던 어느 학과 여자 너무 예뻤다라고 공개적으로 쓴 글을 봤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더라. 이런게 아니더라도 빤히 쳐다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시선폭행 때문에 지금보다는 얌전하게 입어야 했을 것 같다.

 

-나나: ‘노출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완: 그러니까 그들에게 여자는 성적 객체다. 여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해서 조금만 노출이 있어도 시선폭행을 하는 것이다. 오프숄더가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도 아닌데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보니까 어깨만 보여도 시선폭행을 하지 않았나. 지하철 몰카 중에는 노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반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 그 여성을 몰카로 찍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다리만 살짝 보여도 디지털 성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news1)

 

 

6. 모든 방해물이 제거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이 특히 있으신가요?

 

-지완: 브라탑, 브라렛에 청바지만 입고 돌아다니고 싶다. 외국에선 브라탑, 브라렛을 단독으로 입고 다니는데 한국은 쳐다보는 시선이 있어서 꼭 티셔츠와 함께 입지 않나. 그리고 팔 전부를 덮는 용 문신을 하고 싶다. 이효리가 공중목욕탕에 갔더니 여자가 몸에 그림을 그렸냐고 지적했다고 하더라. 이런 시선들이 사라진다면 여기저기에 타투를 하고 싶다. 또 투블럭컷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치마를 입었을 때 가방으로 가리고 계단 올라가는 것 좀 안 하고 싶다, 몰카에 대한 걱정 없이.

 

(출처 : 코스모폴리탄)

 

 

7. 후기

 

-지완: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는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답답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나? 보여지기 위해 그렇게 입은 거 아니냐는 둥 맨날 도돌이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자끼리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브라 태우는 여자들

 암탉


만화 재윤의 삶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굉장히 보수적인 기독교계 여자 고등학교였다. 여름이면 겉보기에 비치지 않는 얌전한브라에 브라를 가려줄 하얀색 민무늬 반팔 티셔츠를 입고 그 위로 또 하복 블라우스를 입어야 했다. 만에 하나 위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선생님은 젖가슴 내놓고 다니지 말라며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르곤 하셨는데, 너희들이 단정하게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수치심을 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 몸엔 가슴이 달렸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내 몸에 가슴이 달렸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의 가슴을 금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나는 가슴을 가려줄 브라를 해야만 했다. 내가 브라를 착용한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브라를 했다는 사실이 티 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색깔이 도드라지는 브라를 하면 안 되고 브라를 가려줄 옷을 겹쳐 입어야 한다. 그마저도 브라 끈이 보일 수 있으니 끈 민소매는 금물이다. 브라를 가려줄 옷입고 등교하는 것도 금물이다. 그 위에 학교에서 규정한 하복 블라우스를 입고 단추도 풀면 안 된다. 조오신하지 않으니까. 도대체 뭐 어쩌라는 걸까? 고등학생 암탉이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의 시초는 나름 페미니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여성들은 몸통을 꽉 조이는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코르셋에 비유하듯, 코르셋은 여성 신체에 엄청난 위해를 가하고 있었다. 몸통을 비정상적으로 변형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소화에 지장을 줌은 물론이고 호흡 곤란을 유발해 질식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코르셋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경고했지만, 이는 보통 촌스러운-패션 센스와 거리가 먼조언으로 받아들여졌고, (오늘날의 브라처럼) 여성에게 필수적인 속옷으로 여겨져 미착용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한다. ‘패션의 이름으로 여성의 허리-, 건강을 졸라매던 코르셋이 브라에게 밀리기 시작한 것은 1913년이었다. 당시 미국 사교계를 휘어잡던 유명인사 메리 펠프스 제이콥스는 저녁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 맘에 드는 드레스인데, 상체가 비쳐 코르셋을 착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드레스를 포기하기 싫었던 메리는 손수건과 끈 몇 가닥을 이어 현대의 브라에 가까운 손수건 브라를 만들어냈다.

 

      

() 현대식 브라의 창시자 메리 펠프스 제이콥스, () 메리가 만든 즉석 손수건 브라

 

당시에도 여성의 신체를 감추기 위해 속옷을 착용해야 하지만, 그 속옷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모순은 그대로였다. 따라서 여성들은 불편한 코르셋을 착용하고, 코르셋을 감춰줄 수 있는 두꺼운 옷만을 착용해야 했다. 메리의 손수건 브라를 본 여성들은 열광했다. 가슴을 가려주면서도 무척 얇아 의복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패션이라는 매력적인 명목으로 여성들에게 다가간 브라는 삽시간에 코르셋의 자리를 빼앗았다. 여성들은 숨통을 졸라매는 코르셋의 악몽에서 벗어났지만, 상대적으로 덜 가혹해 보이는 브라의 지옥에 빠지게 됐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 폐지 시위 현장 (출처: 구글)


    ‘페미니스트하면 화난 여성들이 브라를 태우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고정 관념의 시초는 1968년 행해진 미스 아메리카 반대 시위이다. 급진 페미니즘이 부흥하면서 브라, 하이힐 등 여성을 향한 물리적 구속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여성의 몸을 성 상품화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남성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분노한 페미니스트들이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 앞에 모였다. 그들은 준비해온 구호를 외치며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Freedom Trash Can’에 브라, 하이힐 등을 내다 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로 브라를 태우지는 않았다. 경찰의 진압으로 시위가 생각보다 빨리 해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 브라 태우기 퍼포먼스(미수)’가 페미니즘 운동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은 걸까? 이건 공포감에 가깝다. 브라를 태우는 것 곧, 노브라 상태가 얼마나 무서우면 하나같이 공통된 진술을 읊는 걸까? “그 미친 여자들이 브라를 태우면서 (안 태웠다니까) 난동을 부렸어···.”라고 말이다.

 


    2015년 여름, 인스타그램 측에서 여성의 유두가 부적절하다는 규정을 내세워 여성의 가슴 사진만 대거 검열·삭제한 일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이에 유쾌하게(?) 대응했다. #this is a male nipple 운동이 그것이다.

 

인스타그램,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세상은 무시무시한 여성의 젖꼭지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여성의 가슴에 남성의 젖꼭지만 합성한 사진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this is a male nipple 태그를 걸고 젖꼭지만 잘라 놓은 사진에 이것은 남성의 젖꼭지입니다.’라고 적어 놓거나,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의 몸에 남성의 젖꼭지사진만 합성하는 등 인스타그램의 여성혐오적 규정을 비꼬는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놀랍게도 이러한 사진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의 검열을 피할 수 있었다.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가슴 차이 몰까...? 남성의 젖꼭지라는 사족이 달리면 사진의 유해함이 증발하기라도 하는 걸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건 공포감에 가깝다고.

 


    인스타그램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노브라 포비아들의 바람이 무색하게 요 몇 년 사이 한국에도 노브라 담화가 대두되고 있다. 언급하기도 식상하지만, 노브라 담화의 확산에 힘을 보탠 주역이 설리의 인스타그램 사진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작년 4,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브라 차림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설리의 브라 착용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댓글들이 (무려 9000여개 가량!) 이어졌다. 긍정적인 점은 이 일을 통해 노브라담화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졌다는 것이다. ‘미친 꼴페미의 상징이었던 노브라 담화가 설리라는 유명 연예인 이슈의 탈을 쓰고 활발하게 소비되기 시작했다.

 

좀 더 편안한 형태의 브라, 브라렛. 정말 편할까? (출처: 구글)

 

노브라에 대한 관심이 좀 더 편한 브라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브라렛이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회차에서도 말했지만 브라 선택의 완전한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설리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들처럼 쏟아지는 시선과 오지랖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브라의 부담감은 줄여주면서도 훨씬 편안한 브라렛은 훌륭한 대안이다. 많은 브랜드에서 브라렛을 내놓고 있고 내 주변에도 브라렛 전도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브라렛의 유행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찝찝한 것도 사실이다. 포털 사이트에 브라렛을 검색해보자. 편안한 착용감을 내세워 마케팅하고 있지만,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디자인의 브라렛이 대다수이다. 실제로 쇼핑몰을 둘러보면 까슬까슬한 레이스 탓에 피부가 간지럽다거나, ‘레이스가 힘이 없어서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댓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안함을 위해 선택한 브라렛 마저 불편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에 예쁜디자인을 취하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과거 브라가 패션의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다가갔다면, 이젠 편안함이라는 좀 더 교묘해진 방법으로 여성들에게 다가가는 건 아닐까? 더는 엮이고 싶지 않은 덜 가혹해 보이는구속의 연속은 아닐까? 난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을 원한다.

 


    이쯤에서 2014년 개봉한 ‘Free the Nipple’(한국 개봉명 가슴 노출을 허하라)이라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여성의 신체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검열법에 항의하고자 노브라 시위를 진행한 활동가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쟁과 여성의 가슴 중 무엇이 더 음란한가?”

 

미디어는 폭력, 살인, 전쟁 등의 비윤리적 행위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내보내면서, 여성의 신체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그들, 곧 남성의 기준에 맞는 여성의 신체는 환영받고 선별적으로 노출되며 나아가 신격화된다. 하지만 여성이 주체적으로 내보이는 신체는 검열의 대상이 된다. 사회가 여성의 가슴을 신체가 아닌 성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감추라고 강요당한다. 폭력과 가슴 중 무엇이 더 음란한가? 음란한 것은 여성의 가슴을 음란하다고 낙인찍은 시선 아닌가? 성적 대상인 가슴이 아니라 우리 몸인 가슴을 되찾기 위해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소개

여태껏 내 손으로 덕질한 것 중에 페미니즘만큼 재밌는 게 있었나? 페미니즘에 강하게 치인 새내기 페미입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외롭지 않은 덕질 ; 페미바순허브와의 인터뷰

By.광개토女



via.구글


 슬프게도, 페미니스트는 외롭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모두 웃을 때 홀로 웃지 못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비유에 홀로 의문을 갖는다. 주변 사람들은 둔해지라고 말한다. 어떻게 둔해질 수 있단 말인가? 페미니즘을 안 이상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페미니스트인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여성혐오가 숨 쉬듯 벌어지는 한국사회에서(지구에서?) 페미니스트는 다수일 때보다 소수일 때가 더 많고, 자주 혼자됨을 경험한다. 국립국어원은 외롭다라는 형용사를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 없이 쓸쓸하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원이 페미니스트에 대해 내린 정의인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보다 외롭다의 정의가 더 정확하게 페미니스트를 설명하는 것 같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연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거창한 목적과 행동의식을 가지고 모이지 않더라도,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란 걸 확인하면 개인은 더 강해진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야라는 슬로건은 이런 페미니스트의 상황을 잘 말한다. 페미니스트는 모여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165월 등장한 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을 시작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내 아이돌의 여성혐오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다. 팬덤 내 젠더 감수성 상승은 콘텐츠의 변화로 이어졌다. 마마무의 소속사는 논란됐던 뮤비 데칼코마니를 유튜브 계정에서 내렸고, 빅스 라비는 자신의 솔로 앨범 타이틀 곡 뮤비 ‘BOMB’에 대해 사과했다



마마무의 소속사 RBW는 타이틀곡 '데칼코마니' 뮤비 속 데이트폭력 장면을 삭제하고 재업로드했다.

via.마마무

페미니스트들을 공격하던 팬들이 자기 아이돌의 책장에 맨박스가 꽂혀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빠지다가도, 팬덤 전반이 페미니즘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현 시점에서 아이돌 팬은 문화예술 소비자들 중 가장 활발히 페미니즘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도 페미니스트 팬들은 아이돌에게 페미니즘 서적을 서포트 하기 위해 모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서 벌어진 페미니스트 팬을 향한 사이버불링과 오프라인 린치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알계와의 분투 속에서 홀연히 등장한 한 트위터 계정은 홀로 외롭게 싸우던 페미니스트 팬들에게 안정을 주었다. 저기에 가면 우리가 된다는 희망, ‘-한 페미-바순들의 안식처를 자칭하는 페미바순허브의 등장이었다.



페미바순허브 로고

via.페미바순허브


 ‘페미바순허브는 페미니스트 팬들이 정치 세력화할 온라인 기반을 제공함은 물론, 페미니스트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페미바순파티와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에서 가진 전국페미바순대집회까지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도 이어 나가고 있다. ‘페미바순허브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궁금하다. 과연 페미바순허브에서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을까?

 



Q.‘페미바순허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페미바순허브는 페미니스트 팬들을 연결하고 의견을 나누는 허브다. 페미니스트 팬들이 좋아하는 그룹/개인(아이돌, 배우, 모델 등)DM(direct message)으로 보내면 해당 그룹/개인 리스트에 등록한다. 리스트를 통해 페미니스트 팬들은 서로 친목을 도모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장르의 여성혐오적 발언이나 그러한 콘텐츠를 지적·연대할 수 있다. ‘바순이 원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리스트를 작성하며, 리스트에 등록하지 않아도 누구나 열람해 페미니스트인 팬들과 친해질 수 있다.

그밖에 새로운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이 생기거나 페미니스트 팬에 대한 사이버불링 등의 사건이 생기면 쉽게 연대할 수 있도록 리트윗을 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페바헙 파티’,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에서 주최한 페밋-테이블참가 등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허브가 실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여러 활동을 기획, 진행 중에 있다.

 


Q.‘페미바순허브계정은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만들게 되었는가?

20164월부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여성혐오적 콘텐츠(가사, 공식 트위터 멘션)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는 운동을 했다. 167월 경,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여성혐오 콘텐츠를 지양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공식적으로 받았다. 문제되는 트위터 멘션은 삭제하지 않은 점, 여전히 문제가 되었던 노래가사를 수정하지 않고 부른다는 점, 피드백을 동아일보에서 기사화한 이후 팬클럽에만 올렸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이었다.



via.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란화 계정


1610, 방탄소년단의 컴백 트랙리스트가 공개되었고 ‘21세기소녀라는 제목의 노래를 확인했다. 제목을 보고 여성혐오적이라고 생각했다. 소녀를 대상화하고 있는 제목이라고 느꼈다. 이에 대해 개인 트위터 계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아직 가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 왜 소녀가 여혐이냐, 팬 맞냐, 탈덕해라등등 욕설 섞인 다수의 멘션이었다. 그들과 일일이 싸우던 와중 나와 뜻을 같이하는 아이돌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트윗과 디엠으로 응원을 해주고 의견을 내는 등 같이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맞팔을 하고 트친소(트위터 친구 소개)를 대대적으로 했다. 서로 연결해주는 일만 세 시간 정도 하다 보니 아예 아이돌 팬 페미니스트 트친소 계정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은 아이돌 팬 트친소가 목적인 계정이었지만 배우, 모델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했고, 운영진을 추가 모집한 현재는 활동 영역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Q.‘페미바순허브계정을 운영하면서 겪은 사건들 중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최근에 페미바순허브의 이름에 들어가는 '바순'에 대한 논의가 의미 있었다. 페미'바순'허브 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운영하면서 빠순이가 팬덤 외부에서는 멸칭으로 쓰이지 않느냐, 모든 젠더를 포괄하지 못하는 말이 아니냐라는 의견들이 나왔고 이에 대해 팔로워들(혹은 이 논의를 우연히 접한 사람들)과 페바헙을 태그하여 의견을 보내는 형식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페미바순허브'에서 '바순'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의견(위)과

'페미바순허브' 운영진의 입장(아래).

via.페미바순허브


운영진들은 팬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빠순'이라 호명하고 긍정적으로 전유함으로써 단어가 가진 비하를 전복할 수 있고, 여성형 단어인 '빠순'이 성별 상관없는 단어로 확장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의견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빠돌이'''가 바로 여성형 단어에서 젠더 상관없는 단어로 확장된 전례라며 충분히 '빠순' 또한 확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도 페바헙이 던진 논의 주제를 통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논의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페미바순허브가 가진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페미바순허브가 단순히 페미니스트인 팬들을 묶는 역할 뿐 아니라 공론을 열어줄 수도 있고 이들의 목소리를 퍼지게 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역할 가능성을 보았다.

 


Q.‘페미바순허브계정을 운영하면서 많은 애로사항을 겪었을 듯하다. 운영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

자금 문제가 크다. 무슨 행사를 하던 돈이 든다. 온라인에서 리트윗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돈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자금을 운영진이 부담하는 건 모순인 것 같다. 수익성이 있으면서 의미 있는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또 돈이 들지 않으면서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는 무엇인지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또 개인들을 모아 놓은 허브이니만큼 페미니스트끼리도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걸 페미바순허브에서 어떤 식으로 조율하고 담론을 이끌어낼지, 또 트위터가 그런 일에 맞는 매체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페미바순파티 PPT 이미지

via.페미바순허브



Q.‘페미바순파티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해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페미바순파티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론화 계정들이 하나 둘씩 목소리를 잃어 가고, 지속되는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페미니스트 팬들이 위축되어 갈 때 파티를 하자고 생각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우리가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서로 외롭게 싸워오던 분들이 많아서 다 같이 더 친해지고 그동안의 괴로움을 풀 기회를 만들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무엇보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다.

 


Q.행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땠는가?

페미니스트 빠순들만이 할 수 있는 게임이나 이벤트를 생각했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준비된 아이돌 이름표를 랜덤으로 뽑아 닉네임을 정했고, 조를 짜서 각 조마다 한명씩 나와 그 사람의 본진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맞추기 놀이를 했다. 그 다음은 한명씩 아이돌 춤을 추어서 해당 노래를 맞추기를 했다. ‘아이돌 혐오발언 어워즈는 행사의 백미였다



페미바순파티에서 개최한 '아이돌 혐오발언 어워즈' 각각 노래, 방송, 팬사랑 부문 후보에 올랐던 그룹과 혐오발언들.

이외에도 다양한 그룹들과 다양한(?) 혐오발언들이 후보에 올랐다. 

via.페미바순허브

방송, 노래, 팬 사랑 부문으로 나누어서 각 분야 혐오왕을 뽑았다. 참고로 1회 수상자는 인피니트이다. 생각보다 다들 긍정적인 평가를 주셨다.


 

Q.행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어려움이 있다면?

참가자를 신청 받는 과정에서 사이버불링 위협이 있었다. 파티 신청을 처음 받을 때 참가 희망자의 계정을 폼으로 신청 받고, 희망자에 한해 프로텍트 계정으로 초대해 다시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 희망 의사를 밝히신 분의 Ask(익명질문)계정에 오프에서 보자는 내용의 사이버불링 협박이 있었다


via.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사이버불링' 항목


당시 린지님 등 사이버불링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해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행사를 중단할지 고민이 많았다.[각주:1] 실제로도 파티 시작 전까지 참가자가 페미니스트인지확인하는 방식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한번 중단할 뻔한 뒤로 급하게 준비한 파티였기 때문에 예산 책정 부분이나 계획 부분이나 구멍이 좀 있었다. 다음 파티 때에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Q.‘페미바순허브계정 운영진이 바라는 페미니스트-바순이 문화는?

아이돌 산업 내 여성혐오 이슈가 대두된 지는 꽤 시간이 지났고, 페바헙 팔로워가 2000명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도 늘었다. 다만 아직도 많은 바순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여성혐오에는 귀를 막아버리거나 이런 저런 핑계를 붙여가며 합리화 하는 등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싫어하는 아이돌이 여성혐오를 드러내면 눈에 불을 켜고 비판을 하기 바쁘다.



via.구글



'페미빠순판'의 내부자로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이런 '선택적 페미니즘'을 하는 바순들을 볼 때이다. 나는 이 현상이 바순들이 본인과 가수를 동일시하고,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여성혐오로 비판받으면 마치 자기가 욕을 먹은 것처럼 가슴아파하고 상처받는다. 이 때문에 팬덤 내 사이버불링이 일어나기도 한다.

많이 걸어왔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이돌 팬들도 트위터라는 매체 속에서 여성혐오 이슈를 접하고 페미니즘을 배워가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비판하지 못하는 선택적 페미니즘을 한다면 페미빠순들의 목소리는 억압받을 수밖에 없다. 팬들이 본인과 가수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판단하여 페미빠순들의 목소리를 크게 해줬으면 좋겠다.

페미바순허브 트위터 계정의 헤더 이미지

via.페미바순허브



Q.‘페미바순허브계정의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그동안 페바헙은 조용히 페미빠순들을 연결해주고 연대하기만 하는 계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초반과 다르게 굉장히 많은 페미빠순들이 페바헙을 팔로하고 페미빠순 리스트에 등록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필요성을 느낀다. '전국디바협회'가 다양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여성 페미니스트 게이머를 가시화한 것처럼 많은 페미빠순들이 모여 있는 허브에서도 페미니스트 팬들의 목소리를 가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페스티벌인 페밋이 주관한 토크테이블 페밋-테이블에 참여한 것도 이런 생각의 일환이었다. 페밋-테이블 참여를 기점으로 기사를 기고하거나 페미바순파티2, 아이돌 팬 페미 스터디 등 여러 온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해 페미빠순을 가시화하고 고여 있는 물을 순환시키고 싶다.



※페미바순허브에서 제공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페미바순허브에 있습니다.



 필자 광개토.

광개토대왕님 만큼이나 넓은 (덕질영역을 자랑하는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 덕후

최근의 즐거움은 NCT와 아이유입니다.  

 

  1. 샤이니 팬덤 내에서 혐오에 대해 지적한 팬(린지님)들을 사이버불링한 사건. ※참고 : 5.팬덤이 허락한 페미니즘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찾아서 http://weolganyeogi.tistory.com/44 [본문으로]

<털에게 자유를!>

암탉


마돈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일부 미디어에서는 이 사진을 두고 기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까지 여자는 겨드랑이 털이 나지 않는 줄 알았다. 나도 겨드랑이 털이 나지 않았을 때였고, 이전까지 겨드랑이 털이 난 여자를 본 적 없었다. 당신은 언제 처음 여자의 겨드랑이 털을 보았는가? 난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처음이었다. 여름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반팔을 입고 팔을 드는 순간, 담임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멈칫했다. 처음엔 저게 뭐지?’하다가 겨드랑이 털임을 눈치 채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너도 봤냐며 제각각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다음날 선생님은 겉옷을 걸치고 오셨다.

 

    왜일까? 왜 아이들은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수군대었고, 왜 선생님은 조용히 겉옷을 입고 오신 걸까? 나는 왜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휩싸였고, 여자도 겨드랑이 털이 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됐던 것일까? 난 왜 이전까지 여자의 겨드랑이 털을 접해볼 수 없었을까? 여자도 털이 나는 건 확실한데 왜 여자의 체모만 부끄러움과 금기,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우리들은 왜 제모할까?

    친구들에게 첫 제모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를 꼽더라. 나도 같다. 살결이 드러나는 스타킹을 신고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어야 하는데, 털이 난 내 종아리가 부끄러워서 엄마에게 제모 용품을 사달라고 졸랐다. (제모 지옥의 시작이었다.) 서투른 솜씨에 피도 많이 났고 물이 닿으면 무척 쓰라렸다. 그래도 털이 보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에 만족스러웠다.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갈수록 나는 점점 더 다양한 영역의 털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쯤부터는 막 난 여린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기 시작했고, TV에 나오는 제모 크림이 좋아보여서 제모 크림으로 다리털을 제모하기도 했다. 눈썹도 뽑아 정리하고 가끔은 눈썹 칼로 인중 털을 밀었다. 솜털 때문에 화장이 뜨는 것 같아 스트립 왁스로 볼에 난 솜털을 제모해본 적도 있다.

 

    제모를 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면도칼, 제모 크림 등으로 피부 위의 털만 걷어 내는 방식의 제모는 금방 털이 다시 올라오고 아차하면 다치기도 쉽다. 왁싱, 족집게로 모근까지 털을 뽑아내면 털은 느리게 자라지만 무척 아프다. 물론 이 방법도 오래가는 건 아니다. 레이저 반영구 제모 시술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방법 또한 아프다. 사람 따라 털이 금방 다시 자라버리기도 한다. 제모의 왕도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왕도를 찾아야 한다. 찾지 못했더라도 찾은 체 하라고 강요받는다. 그 비용과 고통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된다.

 

    얼마 전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하게 옷을 입는데, 따뜻해진 날씨에 맞게 짧은 옷을 입었다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말았다. 까먹고 제모하지 못한 것이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긴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급하게 역으로 뛰어가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자 너무 억울했다. , 털 만큼 죄책감 없이 혐오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부터 여자의 체모는 금기시되었을까?

    여성의 체모가 금기시된 역사, 즉 제모의 역사를 훑어보려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의 기준 즉 이 털 한 올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노예나 이방인을 제외한 모두가 제모를 했다고 한다.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에서도 바닷조개를 족집게처럼 사용해 털을 뽑아내거나 불에 그슬려 태워버리는 방식의 제모가 유행했다. 기원전 500년 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비디우스의 저서 사랑의 기교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연출하기 위해 종아리 털을 깎는 것은 필수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임산부의 조오신하지 못한 처신이 신의 노여움을 사 체모가 많은 여자아이를 낳게 한다고 믿고, 체모가 많은 여자아이를 학살하거나 구경거리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의 제모 문화는 이슬람 사회로 건너갔다. 가부장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은 성인의 생리적 기능을 가졌더라도 권리를 행사하는 문제에 있어선 아동 취급을 받았다. 이슬람 사회는 여성의 성숙한 몸을 그 법적 지위에 걸맞게 끌어내릴 수 있는 상징적 절차로써 제모를 활용했다. 성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털난 성기를 제모하게 해, 어린 아이의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1915년 질레트사의 여성용 면도기 광고. 

소매가 없는 여름 드레스를 위해 질레트사의 면도기로 '무례한 털'을 제거하라고 하신다.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건 10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성 해방 운동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성들은 불편하게 질질 끌리는 옷을 벗어던지고 짧은 치마와 짧은 소매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옷이 몸 전체를 감싸는 스타일이 유행했기 때문에 체모가 노출되지 않았고, 옷을 벗는 실내에서는 체모가 보여도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여성들이 여성스러움을 잃을까 걱정했던 여성지 칼럼니스트들은 겨드랑이와 팔뚝의 털을 면도할 것을 권했고, 미국의 화장품 회사들은 여성의 체모가 해로운 박테리아의 온상이라고 낙인찍으며 탈모제를 내놓았다. 1915, 세계적인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가 최초의 여성 (겨드랑이용) 면도기를 발명하면서 "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는 광고 문구로 여성들의 털 혐오감을 부추긴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질레트의 혐오 조장 광고는 역겹게도 대성공을 이루어 1916년에만 782,028개의 면도기가 판매되었고 1917년에는 백만 개 이상의 면도기가 판매되었다. 1차 세계 대전 전에는 어떤 미국 여성도 다리를 면도하지 않았지만, 1964년경에 이르자 44세 이하 여성의 98%가 다리털을 밀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완벽한 승리였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여성의 체모

    책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은 2012년 한 지상파 방송에서 18개월간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노출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전국적인 스타로 거듭났다고 한다. (그 털 진짜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 영화 <색계>를 검색하면 색계 줄거리, 색계 주인공 같은 그럴듯한 검색어들을 제치고 탕웨이 겨털이 연관 검색어 가장 상단에 올라 있다. 모두 여성의 몸에서 체모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체모가 보이는 순간, 체모의 존재를 처음 안 것처럼 뻔뻔하게 굴곤 한다. 도대체 여성의 체모가 뭐라고 생각하기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다루는 방식에 유념해야 한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찾아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다룬다고 하면 대부분 개그 프로그램에서, 엽기적이고 비하적인 뉘앙스로 다뤄진다. 이는 유머로 소비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체모를 지우고, 여성 신체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준다. 또한 이는 꼼꼼하게 제모된 여성 신체에 대한 숭배와 병행되어 여성에게 (제모 열심히 하라는) 경고 내지는 공포감을 심어준다.

 

    개그 프로그램 외에도 여성의 체모가 언급되는 미디어가 있다. 뷰티 프로그램이다. 뷰티 프로그램도 여성의 체모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개그 프로그램과 별 다를 바 없다. 개그 프로그램의 모멸적인 언어들을 정제해 돌려 말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해한 척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유해하다. 이러한 언어의 정제전략은 이전에도 널리 쓰인 적 있다. 한창 여성 제모 대중화를 주도하던 1920년대 질레트사는 민소매 댄스 드레스를 위한 에티켓’, ‘박테리아따위의 핑계를 대며 여성들에게 자기 신체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었다. 뷰티 프로그램이 곧장 뷰티 산업과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여성들에게 제모가 에티켓이라고 말하는 뷰티 프로그램의 배후에 뷰티 산업이 버티고 있다. 과거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고 광고했던 질레트사처럼 말이다.

 

    만약 이 외의 미디어에서 우연히 여성의 체모가 노출된다면 그것은 방송 사고가 된다. 특히 아이돌, 배우의 경우 타격은 배가 된다. 여성의 체모는 우스꽝스럽고 비천한 것으로 여겨져 아이돌, 배우에게 요구되는 모든 이미지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털은 그냥 신체 일부일 뿐이다. 여성의 체모가 시한폭탄이라도 되는 양 다루는 꼴을 보라. 명백히 여성의 신체를 향한 유해한 검열이다. 이는 여성의 체모를 죄악시하는 문화를 더욱 견고히 한다.

 

우리들은 제모해야 할까?

 

영화 러브 픽션 中

 

    영화 <러브 픽션> 중 희진(공효진 역)이 애인 주월(하정우 역) 앞에서 당당하게 겨드랑이 털을 내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희진은 당황하는 주월에게 이게 (겨드랑이 털이) 뭐가 어떻냐고당당하게 되묻고, 주월은 그런 희진에게 더욱 마음을 빼앗긴다는 내용이다. 이 장면에는 다소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공효진은 <러브 픽션>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속 겨드랑이 털은 사실 가짜였다고 밝혔다. 원래 감독의 요구는 공효진의 진짜 겨드랑이 털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공효진도 이에 동의했지만, 촬영 일정이 다가오자 부담감이 들어 거절했다고 한다. 만약 공효진이 아닌 하정우가 겨드랑이 털을 내보이는 내용이었다면 그는 공효진과 같은 고민을 했을까? 아니, 애초에 남성의 겨드랑이 털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서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고민해볼 거리가 하나 생긴다. 우리는 앞에서 여성의 체모를 죄악시하고 제모를 강요하는 문화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것임을 합의하고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모하면 안 되는 걸까? 결국 제모하기로 결정내린 공효진을 비난해야 할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제모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제모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구속인 건 알겠는데, 제모하지 않은 여성을 흉보는 이들 앞에 제모하지 않은 내 살갗을 내놓긴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 우리는 여성을 구속하는 미의 신화, 그리고 그것의 다양한 발현을 지적하려는 것이지 그것을 수행하는 여성을 질타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털이 난 상태 혹은 제모한 상태를 자유롭게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 상황은 타인의 개입 없이 온전히 내 의지에 따라 제모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성이 지하철에 타 손잡이를 잡는 상상을 해보라. 칸 안의 사람들이 그의 겨드랑이를 힐끔거리고 불경하게여길 것은 뻔하다. (제모하지 않은 여성을 향한) 조롱과 (조롱을 피하기 위한) 검열이라는 두 선택지만이 주어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부끄럽게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자랐다. 부끄러움을 내재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부끄러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이가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성이 결여된 선택을 한 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정말 고민해봐야 할 것은 왜 제모라는 선택지가 등장했고 강요되는가, 나는 왜 털이 난 그대로의 상태 혹은, 제모한 상태를 편하게 여기는가 하는 점이다. 미의 신화 담론의 의의는 제모를 해라, 말아라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의 신화를 인지하고 미의 신화가 의도한 바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제모하든 말든, 염색하든, 파마하든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봊대로 행동하자.

 

참고 문헌

: 수염과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본 체모의 문화사, 다니엘라 마이어, 작가정신

아름다움의 발명, 테레사 리오단, 마고북스

여자다운 게 어딨어: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 에머 오툴, 창비 


필자 소개

여태껏 내 손으로 덕질한 것 중에 페미니즘만큼 재밌는 게 있었나? 페미니즘에 강하게 치인 새내기 페미입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필자는 게임 문외한, 일명 겜알못이다. 오버워치를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게임 컨텐츠를 맡았냐 하면 궁금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가 왜 페미니즘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는지 말이다.

 

 

2016년 한 해가 페미니즘 이슈로 뜨거웠듯,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게임계에도 많은 페미니즘 이슈들이 대두되었다.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자. 일단 20165, 오버워치가 출시됐다. 이례적인 수준의 다양성을 가진 캐릭터들, 특히 한국 출신 프로게이머라는 설정의 D.Va가 큰 주목을 받았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618, 인벤 주관 넥서스 컵 8강전 오버워치 팀 아티즌과 디지니스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팀 디지니스 측은 팀 아티즌의 게구리선수에게 핵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게구리 선수가 여성임을 의식한 명백히 여성혐오적인 의혹 제기였다.[각주:1] 게구리 선수는 개인 플레이 화면을 공개하여 핵 의혹을 벗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가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집단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11, 미래의 D.Va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조직된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가 그 시초였다고 본다. 전디협은 223,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 제프 카플란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사실 오버워치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많은 비판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캐릭터 설정의 경우, 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이지 절대적으로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남성 캐릭터의 경우 왜소증 캐릭터도 있고(토르비욘), 뒤뚱대며 걸어야 할 정도로 과체중인 캐릭터도 있고(로드호그), 심지어 고릴라인 캐릭터(윈스턴)도 있다.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어떠한가? 아나는 프로필상 60세지만 주름을 제외하면 20대의 얼굴에 가깝다. 메이는 여성에게 비만이라는 특징을 부여한 전무후무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지만, 비현실적으로 잘록한 허리에 갸름한 얼굴형을 갖고 있다. 쫄쫄이의 저주에 걸린 트레이서, D.Va, 위도우 메이커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일부 남성유저들의 성차별적 태도도 심각하다. ‘송희롱을 아는가? D.Va (송하나) 캐릭터를 일부러 늦게 죽여 리스폰을 꼬는 게임 방식을 말한다. 성희롱이라는 단어에 송하나의 성씨인 송을 붙여 송희롱이라고 부른다. ‘일부 남성유저들은 D.Va의 쓰러진 모습을 두고 강간을 암시하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머로 소비하고 있다. 오버워치 내 성차별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분위기에 저항하기 위해 유저들이 끊임없이 제재를 요구해왔지만, 제작진의 우유부단한 태도 탓에 별 소득은 없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지 않나? 왜 오버워치가 여러 페미니즘 담론들 사이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묵직한 존재감을 갖게 됐을까? 왜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여성 게이머들의 가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까? 왜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가 집단화되었을까? 페미니스트들은 왜 오버워치를 할까?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게임할까? 대학생 여자들은 어떻게 게임하고 있을까? 그래서 모셨다. 여자 대학생 페미니스트 게이머들과 얘기해보자. 게임, 여성, 그리고 오버워치에 대해.


제7차 여대회담:

안녕 친구들? 옵치하는 여대생이 왔어!

회담 진행: 암탉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감나무 : 전디협 회장 감나무다. 어른들이 넌 뭐 하고 있니하시면 취준생이라고 둘러대며 여러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중이다. 주변 친구들이 다 게임을 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마비노기 처음 나왔을 때쯤, 게임계의 얼리어답터 같은 친구가 권해 마비노기를 시작으로 새 게임이 나오면 친구들과 하나하나 장르를 갈아타면서 계속 해왔다. 작년부터 스팀 게임에 입문했고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폰 게임으로 욕구를 채우고 있다.

 

겜송이 : 숙명여대 교육학부에 다니고 있는 겜송이다. 유치원생 때부터 꾸준히 게임을 좋아해 왔다.

 

리리 : 단국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릴 땐 오프라인 게임을 했고 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꾸준히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2. 게임 내에서 여성임을 밝히는 편인가?

 

감나무 : 절대 밝히지 않는다. 밝히지 않는다기보다 일부러 여자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편이다. 게임을 하다가 여성으로 추정되면 그래서 어쩔 건데?’ 식으로 나가긴 하는데, 자진해서 여성임을 밝히지는 않는다. 일부러 닉네임도 남성스럽거나 무성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당에 여성이라고 먼저 밝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겜송이 : 나는 말만 해도 다 여자인 걸 알더라. 그래서 욕을 먹으면 고소하기 쉽게 하려고 아예 실명과 학교를 닉네임에 밝히고 시작한다.

 

리리 : (여자라서 당하는 성희롱과 폭력적 언행이) 너무 괴로워서 아예 남자처럼 하고 다닌 적도 있다. 사이퍼즈를 할 때는 나를 남자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 오버워치에서는 보이스톡을 켜면 바로 아니까 혼자 게임할 때는 보이스톡을 잘 켜지 않는다. 이 회담을 위해 3일 정도 오버워치 하면서 보이스톡을 켜봤는데 게임에서 나갈 때 맥락 없이 메갈년소리를 들었다.

 


게임 내에서 여성임이 밝혀지면 듣게 되는 말들. 여성 게이머들에겐 이미 일상이 된 듯하다.

제발 게임 좀 하게 내버려 둬!

 

3. 대학 내에서 게임하는 여자임을 밝히는 편인가? 동기나 선후배의 반응은 어떠했나?

 

감나무: 주변에 친한 남자가 없어서 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 친구들 같은 경우 감나무는 게임 좋아하잖아’, ‘너 게임하고 있었어?’, ‘게임 재미있게 해하고 넘어갔다.

 

겜송이: 게임 동아리 소속이라 주위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게임한다고 하면 다들 무슨 게임하냐?’ 이런 반응이다. 동기나 선후배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교수님께 동아리 지도 교수를 부탁드렸을 때, ‘무슨 여대생이 게임을 하냐는 반응을 보이셨다.

 

암탉: 어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계신지?

 

겜송이: E 스포츠 동아리로 롤, 하스스톤, 오버워치 세 게임을 중점으로 두고 여성 대회 혹은 기타 교류전을 진행하고 싶어서 만든 동아리이다.

 

암탉: 동아리 창설 계기가 궁금하다.

 

겜송이: 20153월쯤, 에브리타임이라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우리 학교 게임하는 여자들끼리 뭉치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 구심점을 만들고자 창설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동아리 운영이 쉽지는 않다. 대회에 나가자고 하면 남자들한테 질 텐데,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더라.

 

리리: 나는 게임하는 여자임을 말하고 다녔는데,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시선은 있었다. 여자애들은 관심이 없으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남자애들은 랭크를 물어보곤 했다. 왜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았다.

 

암탉: 여자 동기들은 게임에 관심이 없나? 접근도가 낮은 것인가?

 

리리: 동아리 내에는 게임하는 여자애들이 조금 있었는데, 파이널 판타지, MMO, AOS 장르를 주로 하고 FPS 장르는 잘 하지 않았다. 그래서 FPS 게임 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3-1. 함께 게임을 한 적이 있는지?

 

감나무: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다 게임을 좋아해서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 같이 게임하고 있다. 동기를 끌어들이려고 했었는데 나 그런 거 잘 못 한다고 지레 겁먹는 경우가 많아 설득하기 어려웠다.

 

겜송이: 게임 동아리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데, 롤을 할 때 클랜으로 동아리, 학교명을 닉네임 옆에 달고 한다. 닉네임 옆에 숙명여대라고 뜨니까, ‘거기 보지팟이냐?’, ‘남자애들이 다 올려줬지?’, ’미팅할래?’, ‘나랑 소개팅할래?’, ‘전화번호 알려줄래?’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래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클랜을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리리: 주위 여자애들이 게임을 잘 안 해서 남자애들이랑 어쩔 수 없이 게임을 같이 했었다. 여자라고 시비 걸리면 당시에는 같이 욕을 해준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여성 유저를 보면 내가 들었던 성희롱 발언, 비하 발언을 똑같이 하더라.

 

3-2. 동기 및 선후배들과 게임 세계에서 벌어지는 여성주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본 경험이 있는가?

 

감나무: 마비노기를 할 때, 남자 유저가 껄떡대곤 했는데 그때는 페미니즘에 결부시켜서 생각하지 못했다.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다. 왜 그러지?’ 하면서 넘겨왔다.

 

암탉: 그런 경험들이 파편적으로 벌어지던 것인가?

 

감나무: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을 겪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냥 이상한 사람한테 걸렸다고 생각했다.

 

겜송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게임 동아리 내에서는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지만, 오버워치 여성 클랜에서는 대화의 98%가 게임 속 성차별적 발언, 성희롱 발언에 관해 토로하는 것이다. (넥슨) 보이콧 사건에 관해서도 얘기했었다. 클랜 가입 동기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한테 지쳐서 들어왔다고 한다. 남자들이랑 게임하면 여왕벌이라는 소리를 듣고, 혼자 게임하면 남자들한테 성희롱, 비하발언을 들으니까 다들 지쳐있다. 클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암탉: 그런 피해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긴 하는데, 그걸 여성주의로 연결시키지는 않는 분위기인가? ‘페미니즘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분위기인가?

 

겜송이: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이 성차별적 발언을 들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이야기해주신다. 알려주신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욕을 먹으면 울 것 같고 떨려서 대처를 잘 못 하겠더라.

 

리리: 학교 애들이랑 만든 단톡방에서 게임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항상 여성주의 이슈는 일명 메갈 사건이라고 퉁쳐진다. 김자연 성우님 메갈리아 티셔츠 사건 같은 경우,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메갈은 정신병자 집단이라고 말하더라.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눈치 볼 것 없이 신나게 욕하고, ‘남혐 여혐 다 나쁘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중립충, 여혐충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상황이다. 끼어 들어볼까 생각도 해봤었는데, 지금은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대학별 게임 대항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가?

 

겜송이 : 에카(ECCA)[각주:2]라는 대학교 게임 동아리 연합회에서 대항전을 연다. 그때 여성팀으로 많이 참여했다.

 

암탉 : 여대 대항전은 어땠나?

 

겜송이: 숙명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4팀으로 진행했다. ‘왜 이분들이 대학 대항전에 안 나왔지?’ 싶을 정도로 모두 게임을 잘했다. (나는) 오버워치 대항전에서 우승했다. 여대 대항전이 아닌 전체 대학별 게임 대항전은 주로 남자들이 활약한다. 여성 게임 대항전은 작은 이벤트 수준으로 취급한다. (대항전이) 아프리카TV에 중계됐었는데 채팅창엔 게임 실력이 아닌 얼굴 평가만 계속됐고 사회자는 이것만 보고 싶네요.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나와서~ 칙칙한 남자들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너무 기분 나빴다.

 

암탉 : 혼성팀은 없나?

 

겜송이: 혼성팀은 (본 적) 없다. 점수가 객관적으로 높은데도 남자가 대신해줄 수도 있으니까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배제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혼성팀이 없는 것 같다.)

 

리리 : 게임 대항전은 참여해본 적 없지만, 액션 토너먼트[각주:3] 방청을 가본 적 있다. 거기서 여자 방청객이 카메라에 잡히면 외모 평가를 당한다.

 

감나무 : 대학은 아니고 오프라인 PC방 오버워치 대회에 참가했었다. 인상 깊었던 게 당시 우리 팀만 팀원 중 여자가 두 명 있었고 나머지는 다 남자였다. 팀장이 대전 상대를 제비뽑기로 뽑고, 부전승을 뽑은 팀은 자기가 상대할 팀을 직접 정할 수 있었는데 단번에 우리 팀을 골랐다. 왜 우리를 골랐는지 보이지 않는가? 오버워치 정식 오픈 전이라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자가 있는 팀을 고른 건 속이 뻔한 선택이었다. 같은 팀이었던 남자가 내가 그럴 줄 알았다고 소리쳤다. (방송) 카메라도 우리 팀 남자들도 부담스럽다고 할 정도로 계속 나와 친구만 찍었다.

 

5. 많은 FPS 게임 중 오버워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감나무 : 앞서 말했던 오프라인 오버워치 대회에서 팀장을 맡았던 친구가 오버워치를 개발 단계부터 기다려왔다. 일이 년 전부터 개발 영상을 보여주며 영업했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메르시를 보여줬다. 나는 새를 좋아해서 날개만 붙어있으면 환장을 한다. 메르시가 날개 펼치고 날아다니는 걸 보니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겜송이 : 원래 AOS 게임을 좋아해서 롤을 3년 했다. 오픈베타 쯤 남자친구가 ‘AOS인데 FPS인 게임이 거의 없는데 오버워치는 특이하다며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리리 : 처음에는 디바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다. 디바 원챔으로 오래 했다.

 

암탉 : 오버워치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감나무 : 친구에게 영업당하고 나서 내가 영업을 하게 됐다. (예전부터) 같이 게임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오버워치를 시작했다. 게임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연락이 오면 하게 된다.

 

겜송이 : 나는 무슨 게임을 하든 즐겁게 하기보다는 빡세게 해서 무언가를 남기자는 주의다. 롤을 할 때도 여성 대회를 나가려고 했는데 (팀원을) 못 구했다. 오버워치는 팀원을 구해서 꾸렸다. 그것 때문에 하는 것 같다. 이기고 싶다.

 

암탉 : 롤 대회에 나가고 싶었는데 사람을 못 구했나?

 

겜송이 : 대회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롤은 안 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오버워치는 롤보다 잘하는 여성분들이 많다.

 

암탉 : 왜 그럴까?

 

겜송이 : 롤은 챔프가 너무 많아서 하다가 질려 하는 사람이 많다. 오버워치의 경우 롤보다 플레이 시간도 짧고 덜 질린다. FPS 게임 중에서 에임이 쉽기도 하다.

 

암탉 : 여자들은 챔프가 많거나, 플레이 시간이 길거나, 에임이 어려운 게임은 잘 못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겜송이 :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FPS 게임을 한다. 여자들은 보통 MMORPG 게임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FPS 게임을 해왔던 사람들은 남자보다 훨씬 잘한다. 플레이 시간이나 선호하는 게임 성향 차이인 것 같다.

 

감나무 : ‘여자는 이런 게임 못 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친구가 오버워치를 영업했을 때 (지금 내 실력은 보통인데도 불구하고) ‘FPS? 나 그런 거 못 해'라고 했었다. 막연하게 그건 남자애들이 많이 하는 거고 나(여자)는 왠지 못 할 것 같다라는 편견이 있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이 FPS 게임을 시작하는 것보다 (여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더 높다. 롤은 앞서 말한 대로 (어려워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남자들은 못해도 남자라는 이유로 욕먹지는 않는다.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욕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욕을 들으면서까지 게임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단 마음이 있는 거다.

 

리리 : 여자는 왜 게임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생각해본 적 있다. 남자들은 친구 관계를 맺으려면 게임을 해야 한다. 좋든 싫든 어릴 때부터 게임을 시작하니 익숙한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여자들은 사교활동에 (게임이) 필요하지 않다.

 

암탉 : 오버워치 캐릭터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게임과 어떤 차이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오버워치의 영웅들. 다양성 측면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리 : 사이퍼즈에는 늙은 여자가 없다. 프로필은 늙었으나 얼굴은 10대다. 오버워치에는 늙은 여자 캐릭터 아나가 있다. 아쉬운 건 늙은 할아버지 캐릭터 토르비욘은 배도 나오고 키도 작은 것에 비해 (아나는) 객관적으로 예쁘다는 점이다.

 

감나무 : 오버워치는 잘했다 싶은데 좀 아쉽고 아쉬운데 좀 잘 했다 싶은 느낌이라면, 다른 게임은 그냥 아쉽다. ‘잘했다가 없다. (메이는) 나름 뚱뚱하다고 만들었는데 진짜 뚱뚱하지는 않다. 동양인은 살이 찌면 얼굴부터 찌는데 메이는 얼굴이 너무 갸름하다. ‘우리 뚱뚱한 동양인 여성 캐릭터 만들었어라고 생색낼 수 있는 캐릭터다.

 

리리 : 그 뚱뚱함도 성적 대상화를 노린 뚱뚱함이다. 이번 신년 스킨에서도 허리가 과도하게 강조됐더라. 보고 놀랐다. 일반 스킨을 착용했을 때보다 허리도 가늘고 엉덩이도 크다. 모델링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암탉 : 보통 오버워치 캐릭터는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서든어택2’의 캐릭터와 비교된다.

 


서든어택2의 캐릭터 원화. 남성 캐릭터들은 온몸을 감싸는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방탄복도 없이 맨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다.

 

겜송이 : 서든어택은 아이돌과 콜라보해 모델링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탱크탑, 숏팬츠, 비키니 등 전투에 부적합한 옷을 입힌다. ‘이 천 쪼가리로 어떻게 총을 막지?’ 싶을 정도다. 나는 오버워치에 감동했던 게,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해봤는데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가슴이 엄청 부각되어 있다. (여자면) 아무튼 날씬하고 가슴이 크다. 스킨 자체도 야하고 선정적이다. 남자 캐릭터는 안 그렇다. 남자 캐릭터는 못생기거나 키가 작거나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여자 캐릭터들은 다 예쁘고 몸매가 좋다. 오버워치는 부담스럽지 않다.

 

리리 : 남성유저들을 신경 쓴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여성 성적 대상화에) 무감각해진다. 나는 처음 오버워치를 할 때 메이를 보고 얘는 왜 이렇게 크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스스로에게 놀랄 만큼 무감각해진 거다. 오버워치는 여성 캐릭터에게 전신 수트를 입히기는 해도 대놓고 노출을 하지는 않는다. 전신 수트 집착은 그만했으면 좋겠지만.

 

6. 블리자드의 메인 게임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IGN D.I.C.E 행사에서 전디협을 언급한 사실이 화제였다. 제프 카플란의 언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인 제프 카플란은 IGN D.I.C.E 행사에서 플레이어들이 오버워치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장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중 "정말 특별한 일을 목격했다(we saw something very special happen)"며 전국디바협회를 언급하였다.[각주:4]

(영상 3645초경부터)

 

감나무: 당시에는 물론 좋았는데, ‘성차별 신고 항목을 만들어 달라’, ‘제재를 강화해달라는 유저들의 계속된 요구에 대한 피드백은 전혀 없는 와중에 (전디협을) 이렇게 언급했다는 건그냥 자기에게 이득이 되니까 날름 주워 먹은 거 아닌가? 싶더라. 본인이 보기에 옳은 가치라고 생각해서 전디협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게이머들의 건의 사항을 처리하지 않는 건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리리: 처음엔 번역으로 접했는데, 나중에 원문을 읽어보고 매우 돌려 말한다고 생각했다. 전디협 언급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꼭 해야 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피해가 안 오는 방식으로, 피해는 없지만 체면은 차릴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우린 정치적인 게임은 아니지만, 좋은 말, 좋은 말, 좋은 말그래도 그게 최소한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감나무: 그래도 언급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언급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상황 아니었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얘기한 거라고 생각한다. 전디협말고 다른 단체가 있었다면 다른 단체를 언급했겠지만, 전디협 밖에 없었으니까 언급한 것 같다.

 

암탉: 전디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전디협이 나왔을 때, 겜송이씨와 리리씨는 어떻게 생각하셨나?

 

리리: 처음에 되게 놀랐다. 하야 시위로 처음 접하고 나서 팔로우를 하고 지켜보는데, 갈수록 비난 여론이 거세지더라. 깃발 아래 서 있으면 공격받을 수도 있는데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조심하길 바랐다.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감나무: 조심하라는 얘기들도 참 많았는데, (인터넷상의 비난을) 실제로 행동에 옮길 만한 사람은 생각보다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작년 12월쯤에 미트쉐어 컨퍼런스 페미니즘 섹션에서 동국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 제작진을 만났다. 신분이 노출돼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데, 혹시 공격당할까봐 두렵진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실제로 공격당한 적도 없고, 인터넷에서만 말하지 자기 앞에서 직접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거기서 많이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계속 활동해보니까 없더라. 정말 졸렬하다고 생각했다. 전디협 시즌1을 마치고 페미니즘 카페에서 쫑파티를 했었는데, 장소를 밝히고 진행하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실제로는 페미니즘 카페가 너무 무서웠는지 어쨌는지, 우려하던 일은 딱히 일어나지 않았다.

 

겜송이: 나도 박근혜 하야 시위 때 처음 전디협 깃발을 봤다. 전디협이 페미니즘 성향을 띠는지는 몰랐고 제프 카플란이 언급했을 때 (페미니즘 성향의 단체임을) 알게 됐다. 한 번 전디협 인식이 안 좋다고 느낀 게, 오버워치 페이스북 그룹에 전디협 대회 나가실 팀원 구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는데 메갈이냐면서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전디협이 했던 일 중에서 잘못된 행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인식에 갇히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나무: 사실 하는 활동은 여타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똑같은데 자기 마음에 안 드니까 디바를 이용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여자를 메갈이라고 부른다. ‘메갈과 상관없다. 왜냐면 실제로 상관이 없고, 메갈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거기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을 해도, 제프 카플란이 전디협을 긍정적으로 언급해도 똑같다. ‘제프 카플란이 잘 모르고 있네’, ‘Do you know feminazi?’, ‘페미나치라는 걸 빨리 메일을 보내서 알려줘야 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제프가 뭘 모르고 있다.’고 한다. 제프 카플란의 언급 덕분에 많이 알려졌지만,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7. 최근 페미니즘 이슈가 큰 물결을 타면서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다.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는가?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소속되어 있다면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감나무 : 나는 전디협을 커뮤니티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전디협을 만들게 된 데에는 페미니즘 영향이 크다. 기존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 중 페미니즘 가치를 가져가는 곳이 없었다고 알고 있다. 성차별주의자인 여성과 게임하는 것과 성차별주의자 남성과 게임하는 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별보다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전디협은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라기보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커뮤니티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의 장점은 편하다는 거다. 비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다면 페미니즘적인 이슈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에서는 상대가 한 (성차별적) 말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여성주의 이슈뿐 아니라 장애인 비하 발언 등 다양한 소수자 차별 발언을 하지 말자고 합의된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하고 있기에 편하다. 단점은 없다. (웃음) 너무 좋다.

 

겜송이 : 나는 여성 클랜에 소속되어 있다. 여성 클랜이 좋은 건 남자들과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성 클랜에 들면 클린하게 게임할 수 있다. 반면 남자들에게 욕먹기 싫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게 단점인 것 같다. 여성 클랜이 몇 개 있었는데 많이 사라졌다. 클랜 내에서 메갈리아나 워마드 단어를 쓰지 말라’, ‘남자 욕을 하지 말라는 식의 의견과 왜 그런 것까지 검열해야 하냐는 의견이 충돌해 없어지고 다시 만들어지길 반복한다. 우리 클랜장도 검열을 해야 하나 고민하더라. 우리끼리는 검열하지 말자고 결론이 났지만, 주변에선 아직도 검열 문제로 많이 힘들어한다.

 

리리 : 오버워치 시스템 내에는 클랜이 없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는 있겠지만 가입하지 않았다. (여자라도)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지 않는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는 검열이 심하고 메갈리아, 워마드나 여성혐오 관련 언급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소속하지 않았다.

 

8. 다른 여성 대학생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나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친구 중 한 명이 오버워치를 하다가 성희롱 때문에 그만둬버렸다. 과거에는 성희롱, 비난당하면 그냥 참고하던가 아이디를 바꿔서 남자처럼 가장해버리던가 접던가 하는 부정적인 대응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디협을 비롯한 여러 페미니즘 단체들의 활동도 확대되고 있고, 연대해서 목소리 낼 수 있고, 여성끼리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도망칠 수 있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런 선택 말고 다른 선택지들도 생기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겜송이: 앞서 언급했던 오버워치 페이스북 그룹에 한 여성분이 어제 팀을 보러 들어갔는데 어떤 남자가 내가 있어서 힘이 난다는 말을 했다. 이거 성차별적 발언 아니냐는 글을 올리셨다. 댓글에 남자들이 프로 불편러네’, ‘일상생활 가능하냐?’, ‘메갈이냐?’는 말을 하더라. 화가 나서 성차별 발언 맞는데 왜 사람을 프로불편러로 만드냐고 했더니, 어떤 여성 유저분이 내 페북을 털어서 과거 발언들을 박제하셨다. (일명 메갈스러운글을 올리면) 여자들조차 비난하며 몰아가지 않나. 남자들은 당연하고. 당당해지기 어렵다는 건 안다. 나도 욕 들으면 눈물이 나려고 하고 주눅 드는 편이다. 그래도 같이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위축되고 주눅 드는 게 싫다. 실력 면에서도 다들 게임 충분히 잘 하고 남자들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자기 실력에 대해 검열하는 분들이 많다. 남자들은 안 그런다. 남자들은 못해도 남 탓을 하고, 힐러는 절대 안 한다. 모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리리: 자신이 겪은 일이 개인적인 일인지, 아니면 모두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일인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자기가 겪는 일에 대해서 한 단어로 일축할 수 있는지도. 그건 전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니까.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여혐이라는 단어를 몰랐으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을 당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을 해야 하니까 힘들고, 개인적인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여혐을 겪었다이렇게 말하면 문제가 좀 더 확실히 보인다. 공부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자유지만.

 

감나무: 페미니즘을 해라. 답은 그것뿐이다.

 

9. 후기

 

리리: 이렇게 말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건 처음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계속 덮어두고 있다가 하나씩 이야기하니까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힘들어도 얘기를 해야 더 나아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도 인터뷰 자리가 아니더라도 친구들끼리 이런 말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나무: 여대회담이라고 해서 요즘 대학생들이나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하였는데, 겜송이님의 (대학 게임 동아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성들만 모여 있는 곳은 좀 다른지 아니면 아직도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궁금했었는데, 아직은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간다.

 

겜송이: 학내 커뮤니티만 봐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글을 올리면 또 시작한다’, ‘너네 남혐 좀 그만해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식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도 잘 모르니까 배워야겠다.

  1. 참고: 페미위키-오버워치 여성게이머 핵몰이 사건 (https://femiwiki.com/w/%EC%98%A4%EB%B2%84%EC%9B%8C%EC%B9%98_%EC%97%AC%EC%84%B1%EA%B2%8C%EC%9D%B4%EB%A8%B8_%ED%95%B5%EB%AA%B0%EC%9D%B4_%EC%82%AC%EA%B1%B4) [본문으로]
  2. 대학 E 스포츠 동아리 연합회 (http://e-cca.kr/) [본문으로]
  3. 넥슨이 배급 중인 온라인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와 사이퍼즈의 e스포츠 대회. 두 게임의 제작사인 네오플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본문으로]
  4. 참고: 페미위키-전국디바협회 항목 (https://femiwiki.com/w/%EC%A0%84%EA%B5%AD%EB%94%94%EB%B0%94%ED%98%91%ED%9A%8C) [본문으로]

<? 마른 거 그거 완전 좋은 거 아니냐?>

암탉

 

    한국만큼 외모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나라를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다. 지하철 플랫폼엔 성형외과 광고가 벽지처럼 도배되어 있고 화장은 예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한, 그 잣대는 유독 여성들만을 향해 날을 벼리고 있다. 여성의 신체를 부위별로 나누어 평가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파편화된 여성상에 다가가도록 한다.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징벌은 가혹하다. (온갖 매체에서 미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연예인들이 외모로 인해 굴욕을 겪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그 상황은 분명히 유도된 것이다) 이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여성혐오의 일종이다. ‘몸을 지배하는 여성혐오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다. 외모 꾸미기가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몸을 지배하는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 회차에서 이야기했던 살찜 혐오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몸을 지배하는 여성혐오를 짚으며 마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다이어트의 성정치를 절반만 알고 넘어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마름 혐오’(Skinny Shaming)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 마른 거 그거 완전 좋은 거 아니냐?’, ‘마른 걸 누가 혐오해?’라고 생각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마른여자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법

 

    난 168cm 45kg의 여자이다. 원래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딱히 운동하지 않아도 항상 이와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한다. 이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살찔 걱정 없어서 좋겠다며 축복받은 체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삶은 몸무게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쭉 강박증을 가지고 살아왔다. 중고등학생 시절, 폐쇄적인 또래 집단 안에서 우리들은 서로에게 외모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내 몸이 평균보다 말랐기 때문에 항상 나는 마른 애로 분류되었고, 때때로 내 이름이 아닌 몇 반 마른 애로 불리곤 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 하나하나 나의 마른 몸과 연관 지어 그러니까 살이 안 찌는 거야’, ‘병원에 가봐’, ‘한약을 먹어봐등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일부 몰지각한 아이들은 걱정해준답시고 밥을 입에 쑤셔 넣기도 했다. 폭언을 일삼는 이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해골 같다’, ‘왜 이렇게 삐쩍 말라 비틀어졌냐’, ‘환자 같다는 식의, 듣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말들을 툭툭 내뱉던 아이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너는 내 옆에 서지 말라며 밀어내 무안할 때가 있다. 나를 두고 자신의 몸매와 비교하면서 우울해 하는 친구들도 많다. 내가 딱히 노력해서 마른 것도 아니고 유전적으로 살이 안 붙는 체질일 뿐인데 나에게 체형 유지 방법이나 식습관에 관해 물어보니 해줄 말이 없다. 원래 살이 안 붙는 체질이라고 대답했을 때 혼자만 알려고 하냐’, ‘치사하다는 반응이 돌아오면 난감하다. 이렇게 부러움 당하는상황에서 나는 굉장히 애매한 위치가 되어 버린다. 정작 나는 다이어트를 해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마른 몸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는데, 친구들이 나에게 너는 다이어트 안 해도 되니까 좋겠다는 말을 할 때면 내 몸에 대한 발언권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Body Shaming(타인의 몸매를 비웃거나 비난하면서 수치심을 주는 행위[각주:1], 이하 바디 셰이밍)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여전히 나에게 너무 말랐다’, ‘살 좀 쪄라’, ‘밥 좀 먹어’, ‘혹시 다이어트하세요?’ 따위의 말로 운을 띄우는 이들이 있다. 23년째 듣다 보니 이제는 인사치레구나 할 정도로 익숙해졌을 뿐이다. 10대 때의 바디 셰이밍과 차이점이 있다면 성인이 된 후의 바디 셰이밍에는 남성에게 대상화되는 시선이 더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마르면 남자들이 안 좋아한다부터 너무 마르면 가슴이 작다는 성희롱 발언까지, 사회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난 내 몸이 말랐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관심 두고 싶지도 않고 별로 자각하고 살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네가 지금 어떠어떠한 몸 상태입니다.’, ‘너의 몸매가 어떻습니다.’하고 각인시켜줘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당당하게 말이다. 그들은 내 몸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없고 난 그들에게 내가 마른 이유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

 

마름 혐오도 바디 셰이밍이야?

 

    바디 셰이밍 하면 보통 살찐 몸매를 향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마른 몸매를 향한 바디 셰이밍은 그와 약간 다르다. 마른 몸매를 향한 바디 셰이밍은 살찐 몸매를 향한 바디 셰이밍보다 더 당당하다. 보통 살찐 몸매를 가진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뚱뚱하냐’, ‘살 좀 빼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데 마른 몸매를 가진 사람에게는 너 왜 이렇게 말랐냐’, ‘살 좀 쪄라하는 식의 직접적인 지적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전자와 후자 모두 상대방의 몸매를 평가하는 행위이고 무례한 지적인 건 마찬가지인데, 후자의 경우 실례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아가서 본인이 하는 이야기가 칭찬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마름 혐오가 상대적으로 덜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마른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자랑질이라는 오명 아래 바디 셰이밍을 바디 셰이밍이라고 말할 발언권조차 박탈당한다. 전시할 기회를 빼앗겼기 때문에 마름 혐오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말라서 더 쉽다.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지X, 마르면 말랐다고 X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란 없다. 미의 기준은 매우 모호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 획일화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신체를 못생겼다고 평가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과 상관없이 획일화된 기준에 다가가기 위해 약품, 수술 등 인공적인 방법이 동원된다. 외모 꾸미기 비용은 마치 세금처럼 여성들에게 부과된다. 병든 사회가 개인에게 외모지상주의라는 강박증을 뒤집어씌우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살과 뼈를 깎게 한다.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틀을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대상화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이 개개인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여성의 신체를 부위별로 조각내고 상품화하여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환상의 틀을 만들고, 경쟁적으로 이 이미지에 부위별로 가까워지길 강요한다. 이런 사회에서 설리는 예쁘지만, 키가 너무 큰 여자고, 설현은 예쁘지만, 너무 까무잡잡한 여자다. 여성의 외모는 항상 흠결사항으로 읽혀, 그 여성이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의 외모가 항상 장점 혹은 매력으로 읽히는 것과 대조된다.)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준하는 여성이 존재할까? 나는 없다고 확신한다. 아름다움, 나아가 미의 신화 자체가 여성을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실존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성의 변증법에서 모든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이상적 아름다움을 고취시켜 왔지만, 그 목적이 다수를 배제하는 것에 있으므로 이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다수가 그 이상에 다가서면 이상이 변화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오미 울프는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 여성이 법적·물질적 장애를 돌파할수록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이미지는 더 엄격하고 무겁고 무자비하게 여성을 짓누른다고 말했다. 무너져가는 남성중심사회를 유지하고자 아름다움이 정치적 도구로써 이용됐다는 것이다. 파도처럼 잡히지 않는 아름다움에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를 억압하는 여성은 계급화하기 쉬운, 다루기 쉬운 여자가 된다.

 

    ‘살찜 혐오이든, ‘마름 혐오이든 그 근본에는 여성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사회에 사는 내가 마름 혐오를 겪게 되는 이유는 내가 마름이라는 방식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살찜이라는 방식이든 마름이라는 방식이든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교정의 대상, 곧 비난의 대상이 된다. 어떤 길로 탈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너무 뚱뚱한 사람 혹은 너무 마른 사람만 남는다.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다가가라며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것, 그것이 미의 신화가 의도한 바이다.

 

페미니즘이 나에게 준 해답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 잡은 동아줄 같은 존재이다. 살기 위해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회가 살기 편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접해도 나처럼 절박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발 벗고 나서서 사회 구조를 분석할 수밖에 없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페미니즘은 타자화된 내 몸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힘이다. 페미니즘을 통해 나의 몸과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았다. 마른 내 몸이 기형적인 게 아니라 사회가 기형적인 것이다. Shame을 주는 Shameless들을 족치자.

 

이 글은 Sarah 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야기를 공유해주신 Sarah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필자 소개

여태껏 내 손으로 덕질한 것 중에 페미니즘만큼 재밌는 게 있었나? 페미니즘에 강하게 치인 새내기 페미입니다.

 


  1. 출처: Oxforddictionaries.com [본문으로]

(출처 : 구글)


3.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캠퍼스를 밟는 때이다. 새내기 A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첫 강의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강의계획서를 꼼꼼히 읽고 고른 대학 강의의 교수는 강단에 서서 여학생들이 칠칠맞은 남학생들의 뒷바라지를 잘 해주라고 발언한다. 손을 들고 교수의 발언을 제지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다.

피곤한 마음에 과방에서 조금 쉬려고 했더니 소파는 이미 만원이다. 의자에 앉아 엎드리려는데 여자 선배가 조용히 불러내 속삭인다. ‘과방에서 쉬는 건 위험하니 여학생 휴게실에 가봐라는 조언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새내기 A는 어안이 벙벙하다.

신나는 개강 총회. 새내기 A는 총회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과 학생회장도, 과대도 전부 남자인데 부학생회장과 부과대는 여자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회 구성원의 성비를 보고도 동기들은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대표는 남자가, 부대표는 여자가맡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분위기에 새내기 A는 더더욱 이상한 기분이 든다.

뒤풀이 술자리에서 A는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각종 애교스런 벌칙과 게임을 한다. 여자들에게는 귀엽거나 섹시한 버전의 FM을 가르치고, 남자 선배들은 작년 MT에서 했던 여장 사진을 보여준다. 게이샷레즈샷을 신명나게 외치는 뒤풀이 자리에서 A는 점점 불편한 자신이 유난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뒤풀이 장소를 뛰쳐나온 A. A를 위한 장소는 어디에 있을까?

 

불편한 A를 위한 자리를 월간 여기에서 마련했다. 기대를 안고 입학한 나의 학교, 나의 학과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 발언에 벌써부터 지친 새내기 페미니스트들을 한 자리에 모셨다. 입시부터 입학식, 학생회와 교수를 아우르는 17학번 새내기 여대생 페미니스트들의 시원한 우리 학교 뒷담을 들어보자.



 

(출처 : 구글)

6차 여대회담 :

갓 입학한 새내기 여대생 페미니스트가경악!

- 새내기 페미가 말하는 우리 학교는 여혐러

회담 진행 : 광개토

 

 

Q.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dare: 17학번 21살 성공회대 영어학과 학생이다. 지금은 과대표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친구들에게 자기소개하면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상태이다.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dare로 했다. dare는 사전적으로 감히 ~하다, ~할 엄두나 용기 내다라는 뜻이다.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뒤에 예전의 나였더라면 눈치 보느라 못 했을 것들이나 말들을 전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이면 ‘how dare?’ 했을 일들을 나는 지금 그냥 한다.

-john: 한세대학교 17학번 미디어광고학과 학생이다.

-청온: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17학번 신입생이다.

 


Q.언제, 어떤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는가?


-광개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언제 어떤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했는지 궁금하다.

 

-청온: 중학교 1학년 때 키도 작고 통통하고 안경을 쓴 소심한 아이였다. 남자아이들이 너는 여자인데 왜 꾸미지도 않냐고 외모를 가지고 많이 놀렸다. 여자는 왜 예뻐야 하는지, 왜 내가 외모로 놀림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맘고생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책을 읽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책을 읽고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확실히 깨달은 것 같다.

 

-dare: 나는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갈 때 정체화했다. 전에는 소위 말하는 여자 마초였다. 종종 나는 그런 애들이랑 다르다고 말하곤 했다.

부모님 두 분 다 흡연을 하시는데 아빠는 밖에서 담배 피운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엄마는 친구들 사이에서가 아니면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엄마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밖에서 담배 피우면 안 좋게 본다.”고 하셨다. 그 대답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메갈리아가 화제였다. 페미니스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메갈리아의 지향점이나 그들이 선택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날 소위 말하는 셀프 코르셋을 다 풀어 던지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를 압박하던 게 사회적인 이유도 있었구나,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john: 이 중에서 제일 늦게 정체화한 편이다. 원래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안 좋은 편견들도 있고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인데, 3 후반 즈음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을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재수를 시작하면서 기독교 기숙학원에 들어가게 됐는데 여성혐오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상태여서 (여성혐오 분위기에) 저항하기 위해 새끼 페미라고 불릴만한 짓을 많이 했다. 애매하게 싸우다 망해서 나 페미니스트해도 되나?’ 고민하기도 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입시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때 내가 행복해지려면 페미니스트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페미니스트가 된 지 1년도 안 된 셈이다.

 


Q.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성차별이 있는가? 


-광개토: 회담자들 모두 본격적인 입시 전에 페미니스트로 정체화를 했다. 입시 과정에서 겪은 성차별이 있나?

 

-dare: 너무너무 많았다. 재수를 하면서 수학을 포기했었다. 수학을 포기하니까 여대를 준비해야 했는데, 여대를 준비하겠다고 아빠에게 말하자 제일 먼저 돌아온 말이 '여대 가면 안 돼.'였다. ‘여대 가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여자는 기가 세기 때문에 가서 치인다’, ‘여자들이랑 같이 있으면 너도 그렇게 된다’. 뭐가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

그래서 아빠가 정한 마지노선이 이화여대, 숙명여대였다. 이화여대, 숙명여대까지는 허락을 해주시겠다는 것이다. 나는 입학할 성적도 안 되는데 왜 (대학이 아닌 아빠가) 허락해주지? (웃음)

성적이 되는 서울여대를 가겠다고 하니 제일 먼저 '육사'가 돌아왔다. '육군사관학교와 놀고먹기 때문에 서울여대 이미지가 안 좋다.', '육사 사귀겠네? 군인이 얼마나 더럽게 노는데.', '너도 그렇게 변할 것이다.' (광개토: 다 미래형이다. 왜 앞날을 점치는가?) 집안에 유리구슬이 있는가 보다. 나도 모르는. (웃음)

나는 이해가 안 됐다. '여대를 나오면 시야가 좁아진다.' 이거는 어쩌라고? 싶었고, '서울여대'라는 여대가 다른 공학 대학에 의해 평가받고 있지 않나. 서울여대가 얼마나 아웃풋을 냈다, 이것도 아니고. 그 옆에 육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고 있었다여대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너무 많고, 나한테 너도 직접적으로 변할 거라고 말하니까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근거가 있는 말도 아니고, 남성의 시각에서 본 기준이다. 어이가 없던 입시준비 기간이었다.




여대에 대한 편견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여자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말하는 여대 편견은 

<월간 여기>의 제1차 여대회담 : '너 여대 티나'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http://weolganyeogi.tistory.com/21

(출처 : 구글)


 

-청온: 이건 친구의 이야기다. 음대를 지망하는 학생이었는데 개인지도 선생님이 있었다. 그분도 여자였는데, '음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으니 잘 나가는 남자를 한 명 잡아서, 결혼을 하는 게 낫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그래야겠다.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나에게 말하더라.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아직도 남자에게 여자가 종속되어있다는 인식이 많다.

 

-dare: 내 친구는 문·이과 전체 1등이었다. 지금 서울대 경제학부를 다니는데, ·이과를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과 가지 마라'였다. 그 친구는 이과로 가고 싶어 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은 이과에 진학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공간지각능력이나 수학적 능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1등을 해도 2, 3학년 때 남자애들이 어떻게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 이과에 가면 남자애들에게 치여서 서울대 진학을 못 할 것이다'라며 말렸다. 남학생들과 성적이 월등히 차이가 났는데도!

나중에 그 친구가 서울대를 쓸지, 다른 데를 쓸지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교대를 쓰라고 권했다. 교사 될 마음이 없는데 왜 교대를 추천하냐 물어보니,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교대를 가서 너의 시간을 가정에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단다. 어른들의 눈에는 이 친구의 미래에 결혼을 하고 육아를 담당한단 전제가 깔려있던 것이다.

'결혼도 육아도 안 할 건데요.'라고 말하자 '그게 네 말처럼 되느냐?', '그렇게 말하는 애들이 꼭 시집 빨리 간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결국 자기 뜻대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갔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청온: 어른들이 왜 미래를 말하는가?

-john: 내 미래에는 아이돌 밖에 없는데. (모두 웃음)

 



치열한 입시를 견디기도 바쁜데 여자들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여성혐오도 함께 견뎌야만 한다.

(출처 : 구글)




-john : 입시 당시 여대를 희망했는데 여대를 희망한다고 말하면, 왜 여대를 희망하냐고 물어보더라. 공학이랑 똑같은 이유로 여대를 희망할 수도 있는데.

나는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국어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함께 있는 대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서울여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하면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냐', '남자를 싫어하냐'는 질문으로 무조건 이어졌다. 여고 출신인데, '여고·여대를 가면 좀 그렇지 않냐'는 얘기도 들었다.

기숙학원에서는 예배를 드렸다. 한번은 목사님이 성경을 인용하면서, ‘여자랑 남자가 사귀면 남자는 원래 스킨십을 끝까지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자가 끝까지 가고 싶어 해도 여자는 허락하면 안 된다. 그러면 순결을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새벽 5시 반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참을 수 없어서 조용한 예배 시간에 문을 소리 나게 박차고 나갔다. 서러워서 눈물이 펑펑 나고, 재수하기도 싫었는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가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 기숙학원 사람들에게 말하면 내가 목사님을 욕했다고 반드시 말이 돌 게 뻔했다. 그때 다른 여자선생님이 나와서 위로랍시고 '성차별이 그렇게 심한 목사님은 아니지 않느냐. 성경을 기반으로 한 말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힘들었던 사건이었다.


 

Q.대학에 입학하기 전, 대학 혹은 대학 생활에 대해 가졌던 감정은 어땠나? (기대감, 불안함 등) 그런 감정이 든 이유는 무엇인가?

 

(출처 : 구글)


-광개토: 힘든 입시 과정을 겪었는데, 불안감보다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는지 궁금하다.

 

-john: 기대감이 더 컸다. 불안감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슬펐다.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dare: 솔직히 원하는 대학교에 온 게 아니라 기대도 불안도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바보 같은 애들을 만나 어떤 멍청한 소리를 들을지 예상됐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입시 준비하면서도 살 좀 빼라, 넌 갈수록 살이 찌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어차피 여기 있던 애들이 같이 대학갈 것 아닌가? 여기서 뽑힌 애들이 흩어져서 각 대학에 가겠구나, 그러면 난 이런 멍청한 애들을 무시하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 무뎌진 것 같다. 무뎌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광개토: john은 기대감만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john: (폐쇄적인) 기숙학원에서 지냈으니까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다. 대학에 가면 최소한 4년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경우 연애보다는 대학 공부, 소모임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컸다.

 

-청온: 3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아예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다. 부모님이 명문대 출신의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이셔서 어릴 때부터 자신들을 따라 명문대를 나와야 한다고 강요하셨다. 오히려 그런 압박감 때문에 대학에 가기 싫었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여성학과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교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공부했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불행했던 이유, 대학에 가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서 대학에 왔다. 지금은 동아리도 하고 행복하다. 엄마도 엄마가 보기에도 지금 넌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변하신 것 같다.

 


Q.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느낀 성차별은 무엇인가?


(출처 : 구글)


-광개토: 대체로 기대감이 컸던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기대감을 깨뜨렸을 첫 번째로 느낀 성차별은 무엇인가?

 

-dare: '언니 남자친구 있어?'.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여자에게는 남자친구 있어? 남자에게는 여자친구 있어?라고 당연하게 묻는다.

여자 둘이 손잡고 갈 수 있는데, '뭐냐? 너네 사귀냐?'라고 묻는다. (여기에 깔린 생각은) ‘당연히 너네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이다. 그냥 놀리기 위해서 물어보는 그게 너무 기분 나쁜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고 '. 우리 사귀어.' 라고 말하면 웃더라. 당연히 (퀴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거 되게 거만한 게 아닌가. 자기가 뭔데 나를 퀴어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가. 퀴어 조롱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굉장히 조롱하는 말이었는데, 여자 선배가 남자에게 ', 술 한 잔 마셔라.'라고 하자 다른 남자 선배가 '이거 남자가 여자에게 하면 나중에 신고하고 성희롱이니 뭐니 하면서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는 일'이라면서 '남자가 술을 잘 마실 거라는 거 이런 게 성차별이지, 이런 게 역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여자 선배는 대꾸를 안 하고 다른 선배가 시끄럽다고 해서 일단 그 상황이 종료됐다.

OT 때 성교육시간이 있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교육 시간이었는데, '그런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남자더라. 왜냐하면 여자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무섭지만, (남자들은) 본인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거다. 무슨 말만 하면 역차별이라더라.

 

-청온: 입학 후 숙대에 대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연대 응원가'를 보고 충격 받았다. ‘이대나 숙대 같은 여대생들은 명문대의 여친이라는 내용의 가사였다. 지금은 21세기인데. 내가 가려는 이 대학교, 여대생이라는 지위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john: '하지 말아야지'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니 놀랍다. 생각해야하는 거 아닌가.

-dare: 인간이라면 말이다.

-청온: 엄마가 보시던 90년대 후반의 여성 잡지에 비슷한 가사가 있었는데, 그걸 아직도 부르다니 믿을 수 없다.




 


연세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지난 210일에 올린 연대 응원가동영상 캡쳐.

문제가 된 응원곡 ‘Woo’

고대 못생겼어 / 일단 못생겼어 (중략)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 여기저기 차이고

라는 가사로 해당 학교에 다니는 여자 학생을 지우고 

여자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화했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지적을 받았다.

(2차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2017/02/13/story_n_14716144.html)

 

 

Q.대학에 입학한 뒤 다양한 행사들을 겪었을 것이다.(OT, 입학식, 새내기캠프 등) 어떤 행사들을 겪었고, 그 행사들은 페미니스트인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

 

-john: OT에서 성교육을 했는데 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뇌 구조 그림을 띄워 놓고, 남자는 여자랑 뇌 구조가 달라서 여자는 사랑해야 성욕이 생기지만 남자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성욕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싶었다. 그만 졸고 말았다. 조는 게 제일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이었다.




(출처 : 구글)



-john: 기독교 기반 학교라서 억지로 남녀를 엮는 일은 없었다. 술을 마실 때도 (술을) 마시지 않고 싶으면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좋았는데, 섹시 댄스·애교 같은 술 게임 벌칙이 불편했다. 차라리 여자, 남자 모두 웃기게 혹은 모두 진지하게 하면 모르겠는데 남자 선배들이 할 때는 장난처럼 코믹하게 하고, 여자 선배들이 할 때는 진지하게 반응하니까 참기 어려웠다.

학교 분위기가 보수적이라서 축제 때 주점도 없고 다른 학교처럼 대놓고 여자를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건 드문 것 같다. (학교가) 젠더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 게 아니라 기독교 기반이라 성적인 얘기 자체가 금지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딱히 기분 좋지는 않다. 성적으로 자율적인 것 자체를 반대해서 퀴어, 여성학 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면 학교 자체에서 막을 것이다.

 

-dare: 우리 학교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술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여자들에게만 과하게 많이 한다. 자기들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성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애들이 꼭 양성평등한다.

 



연세대학교 제28대 총여학생회 'around'에서 제작한 성폭력사건 대응 매뉴얼

구체적인 고민이 엿보인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ys.female.council/ )

 

 

-광개토: OT나 첫 MT에서 FM, AM, CM 등을 많이 시키지 않나? 이런 문화나 다른 성차별을 겪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청온: 여대라서 그런지 FM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시범을 보이고 선물을 줄 테니 도전해보라고 권유하는 식이었다.

 

-dare: 그런 것은 없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포스터가 RaIN(성공회대 퀴어 모임)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였고,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니 방마다 <페미들의 성교육> 책자가 뿌려져 있었다.

 

 


불꽃페미액션에서 진행한 페미들의 성교육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feministaction )

 

 

-dare: 과에서 주최한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에 선배가 후배에게 하면 안 될 행동을 상황극으로 배웠다. 5개 조로 나뉘어서 상황극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조는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 1년 정도 되었다고 답하자 기분 나쁘게 웃는 내용의 상황극을 보았다. 굉장히 퀴어포빅하고 성희롱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에 후기를 말하는데 어떤 조에서 소위 말하는 젠더 이퀄리즘,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우리 과는 앞으로 양성평등을 지향하고 위계적 분위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성별에 따른 인식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조는 상황극 속 퀴어포빅한 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냈지만, 남성 조는 퀴어포빅은커녕 말 그대로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항목

(출처 : https://femiwiki.com/w/%EC%A0%A0%EB%8D%94_%EC%9D%B4%ED%80%84%EB%A6%AC%EC%A6%98_%EB%82%A0%EC%A1%B0_%EC%82%AC%EA%B1%B4 )

 

 

Q.처음으로 수업을 고르고 대학 강의를 들어봤을 텐데, 직접 느낀 대학 강의의 젠더 감수성은 어느 정도인가? (강의 선택의 다양성, 강의계획서, 교수의 발언 등)

 

-청온: 수업시간에 여대의 단점을 물어보시더라. 한 학생이 (단점이) 없다고 말하니 계속 있다는 식으로 유도하는데 그 학생이 끝까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본인도 큰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남자가 없는 것이 단점이라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 남자는 여대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존재이며 단점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dare: 젠더학이 3개가 열려 있었다. '젠더로 보는 문학', '젠더로 세상 보기', '여성·평화·생명'이었다. 강의 계획서를 보니 '젠더로 세상 보기'는 왜 지금까지 여성정치가나 여성 사관이 없었는지, 왜 사회적으로 그들을 압박했는지를 첫 수업부터 다루더라. '여성·평화·생명'은 지금까지 남자들에 의해 죽어 나간 여성들을 첫 수업에서 다루고 있었다.

나는 '젠더로 보는 문학'을 선택했는데, 교수님이 페미니스트가 아닌 거 같다. 그 교수님이 OT양성평등을 반대한다를 가지고 오셔서 기대감에 찼다. 그런데 수업 중에 하시는 말씀이, '나중에 싸움이 날수도 있는 주젠데 메갈리아에 대한 찬반을 논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갈리아의 지향점과 그들의 방식에 찬반을 논하겠다고 말하더라. 이미 존재하는 그룹에 어떻게 찬성과 반대를 하고, 그들의 지향점에는 어떻게 반대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교수님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실체가 없어도 너무너무 무서운 메갈리아.

이쯤 되면 죽은 메갈공명이 산 사마여혐러를 잡는다.

(출처 : 구글)

 

 

-dare: '말과 글'이라는 영어학과 필수 수업은 젠더로 보는 문학과 같은 교수님이 진행하신다. 이 교수님이 질문지를 나눠주셨다. 질문지를 기반으로 자기소개를 하라는 의도였다. 그런데 그 질문지 중에 '나는 이성 친구가 있다.'라는 워딩이 있었다. 젠더학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이성 친구라는 워딩을 사용해도 되나? 애인의 대체어로 이성 친구를 쓴 것 같은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친구들은 이미 '애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이성인 친구를 뜻하는) 의도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애인이라고 받아들이면 이미 실패한 게 아닌가. 나는 당연히 페미니스트겠지 싶어서 기대하고 들었는데 이성 친구를 논하고 있고 메갈에 찬반을 논하고 있고.

'Fun English'라는 수업도 있는데, 영어 교수님께서 여자 친구에게 말하는 게 'Do you have a boy friend?'이고, 남자 친구에게는 '- girl friend?'라고 물어봤다. 'ppt를 준비하는 건 여자들이 더 뛰어나서 여자 학생들에게 더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보니까 남자들이 뛰어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남자 여자가 동등하게 경쟁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는 거다. 남자의 이성, 여자의 ppt 능력을 말하니 실망했고 답답했다. 지적하고 싶은데 지적도 못하고.

영어 발음 연습이라는 수업도 있는데 그 수업에서도 '보통 여자 친구들이 이런 건 더 많이 패스하죠. 여자에게 기대가 더 크다'라고 하시더라. '여자를 더 잘한다'라고 말하고 싶으셨던 거 같은데, 그것도 편견이지 않은가. 여자와 남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언제 젠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출처 : 구글)




-john: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고 강의 다양성도 없다. 모든 강의와 강의 계획서를 봤는데 젠더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하나도 없다. 학교는 신학과가 엄청 크고, 실무 중심의 학과가 많다. 강의선택의 다양성은 전혀 없고 필수로 기독교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완전 교회다.

아직 한 주밖에 안 됐고 OT 끝나고 오긴 했는데, 수업 만족도가 너무 낮다. 아직 입문이니까 기초적인 내용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공부가 아니라 실망했다. 일상적인 발화가 이분법적이고 헤테로 중심적인 것밖에 없다. 남자에게 주어진 잘생기고 멋진 특성, 여성에게 주어진 예쁘고 그런 특성을 강조한다. 과제를 해올 때도 '남자는 멋지게, 여자는 예쁘게 해오세요'라고 얘기한다. 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 비슷비슷한 시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남자애들이 윤동주 시인을 가져오면 '역시 남자라서' 그렇다고 하고, 여자가 꽃 이런 거 가져오면 '역시 여자라서 감성이.'이러더라. 이런 걸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힘들어서 답답함만 매일매일 쌓여가고 대외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Q.대학 내에는 다양한 학생 모임들이 있다.(학생회, 소모임, 동아리, 자치 단체 등) 학생모임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광개토: 학생회, 소모임, 동아리, 자치 단체 등 다양한 학생 모임이 있을 텐데 혹시 가입한 모임이 있는가?

 

-청온: 두 모임에 가입했다. 하나는 S.F.A(숙명여대 여성학 중앙 동아리)인데 페미니즘에 대해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공부하는 동아리이다. 만족하고 있다. 다들 똑똑하셔서 나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다른 하나는 신촌 연합 사회학회이다. 두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한다. 오늘 면접을 보고 왔는데 거기는 여남 다 섞여 있고 지역도 다양해서 기대 중이다.

 

-dare: 내 첫인상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해 처먹을 거 남자애들이 다 해 처먹는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모든 학생회, 동아리에서 회장 같은 중요한 자리는 남자가 차지하고 여자는 (부회장 같은) 보조 역할을 맡는다. 사실 이번에 과대를 하게 된 것도 (부과대로 지원했는데) 과대 지원자가 안 나와서 맡게 된 거다.

나중에 과대는 대부분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있는 곳만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대를 하면 후에 아 그때 여자 과대가 있었으니 여자가 (과대를) 해도 돼라는 말을 할 것이다. 선례를 남기고 분위기를 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구글)



-dare: 친구는 동아대 의대에 다니는데 그 학교는 무조건 장은 남자, 총무는 여자가 맡는다. 대범한 일은 남자가 잘할 수 있고 총무같이 꼼꼼한 일은 여자가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동아리도 장은 전부 남자가 맡아서 (여자 구성원들이 열심히 공연만하고) 마지막에 인사하며 박수 받는 건 전부 남자였다. 여자는 동아리의 부속품인가?

38일 여성의 날에 학교에 대자보가 붙었는데 누가 봐도 찢은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그 위에 다시 테이프를 붙였는데 나중에 또 뜯어졌다. 그걸 누가 에브리타임에 찍어서 올렸다. 학생들 중 몇몇은 바람이 너무 세서 찢어졌다고 우기기도 하고 대자보지 get it’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대자보가 맘에 안 들면 옆에 따로 대자보를 붙이지 왜 찢냐는 글이 올라오니까 누가 뗐다는 증거도 없는데 왜 보들보들?’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광개토: 성공회대에서 38일 여성의 날에 행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설명해줄 수 있나?

 

-dare: 전국 디바 협회, 펭귄 서포터즈등 여러 단체에서 모여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 취지를) 설명해주는 행사였다. 여자 학생들은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설명을 듣고 가곤 했는데 남학생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 남학생이 페미니스트들은 인터넷에서 조용히 만나면 되지 굳이 밖에서 저러더라, 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저러니까 괜히 더 거부감 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퀴어 페스티벌에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john: 너희도 집에서 여혐하면 되지 밖에서 왜 그러니?) (모두 웃음)

 

 

블리자드 사의 게임 오버워치의 한국인 여성 캐릭터 D.Va가 게임 내 미래의 한국에서 군인이자 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재의 한국에서 성평등 운동을 하겠다는 취지로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사이트 : https://national-dva-association.tumblr.com/post/156308195090/introduction-to-the-national-dva )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 재프리 캐플런이 2017 DICE SUMIT에서 '전디협'을 직접 언급한 사건은

그동안 게임계에서 여성혐오에 목소리를 높혔던 페미니스트들 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힘이 되었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재프리 캐플런이 '잘못' 알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지만.

(출처 : https://youtu.be/0zy_PObi5Jk )

 

 


펭귄프로젝트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행사 포스터

펭귄프로젝트는 대학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한 문화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대사의 제시를 통한 문제제기는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별, 상황별, 유형별 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주도한다.

(페이스북 : https://m.facebook.com/pengminist/ )

 

 

 

-john: 한세대는 한숨뿐이다. 동아리 자체가 별로 없고 해외 선교 동아리 같은 기독교 관련 동아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댄스 동아리, 흑인 음악 동아리 정도가 있는데 웃긴 게 랩은 다 남자가 하고 보컬은 여자가 하더라.

동아리에 대한 첫인상이 정말 안 좋았다. ‘방돌이라고 OT에서 동아리가 방마다 돌면서 동아리를 소개하고 세숫대야에 음료 및 술들을 마구잡이로 부어 정체 모를 음료를 만든 뒤 세숫대야에 가득 찬 술을 동아리 부원들끼리 돌아가며 마시는 문화가 있다. ‘방돌이를 직접 목격하고 내가 기안대에 왔나?’ 생각했다. 첫인상도 좋지 않았고 맘에 드는 동아리도 없었기 때문에 동아리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기숙사에 사는데 (룸메이트가) 다 선배다. 동아리를 만들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동아리를 만든다고···? 몰라 그런 애는 지금까지 한 명도 못 봤어라고 하더라.

 

-광개토: 한세대 하면 반동성애 모임이 유명하다.

 

 

한세대 반동성애모임 트위터 계정

본 계정은 폭파되었으며 두 번째로 생성한 계정 역시 사람들의 신고로 삭제됐다.

(출처 : 구글)

 

 

-john: (합격하고) 트위터에 한세대를 검색했는데 그 모임이 상단에 떠서 충격 받았다. 사람들이 신고해서 계정이 없어졌는데 다시 만들었다. 이 계정 신고 좀 해달라고 홍보하고 다닌다. 직접 활동하는 건 못 봤지만 아마 본인들이 (반동성애 모임 활동 사실을) 밝힐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배척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분위기이다. 페미니즘을 떠나 성적으로 자유로운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이다. ‘호섹호스하지도 못한다. (섹스를 섹스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난 결혼 안 할 것이고 혼전순결 신경 안 쓴다고 하면 아웃사이더가 될지도 모른다.



Q.앞으로 4, 혹은 그보다 더 길어질 대학생활 중 대학생 페미니스트로서 꼭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청온: 나는 시위도 많이 참여하고 싶고, 외국인 학생들과도 페미니즘을 논하고 싶다. 우리 학교는 주변에 다른 학교가 없기 때문에 나만의 지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공부도 더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dare: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학 소모임을 만들어서 동아리로 만든 후에 이 학교를 나가는 게 목표이다. 친구들은 대학에서 페미니스트임을 밝히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무시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제일 처음 한 말이 '스물한 살 dare이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여성학에 관심이 많습니다.'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나중에 몇몇 친구들이 나한테 찾아오더라. '언니 페미니스트야? 나도야. 나중에 그 책 읽고 재미있으면 나도 알려주면 안 돼?'라고 하더라. 다른 수업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는데 그 수업의 다른 친구도 페미니스트라고, 나도 아직 모른다고, 나중에 같이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했을 뿐인데 주위에 연대할 사람이 자꾸 생겨나는 거다.

가끔 학교에서 페미니스트로서는 되게 외롭다고 느꼈는데 말한 뒤에 연대할 친구들이 생겨나니까, 지금 당장 논의하지 않아도 언젠가 논의할 친구가 생긴 게 되게 좋았다. 그런 기회를 다른 친구들에게도 열어주고 싶다. 페미니스트로 다녀도 외롭지 않고 연대할 사람이 있다는 걸 확고하게 애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소모임을 만들려고 두 명 정도를 포섭했다.




(출처 : 구글)

 


-john: 나도 소모임을 만들고 싶다. (여성주의 소모임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는데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게 무섭다. 작년부터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연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게 아니라 "너는 원래 예민하니까."라고 했다. 그다음부터는 내가 맞는 말을 해도 너는 맞는 말을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다.’, ‘너는 이런 쪽으로 많이 알고 있는 애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이 온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이 날 공격한다. ‘너는 옳지만, 다수가 아니다. 너는 소수다.’ 이런 식으로. 과 단톡방을 봐도 페미니스트의 도 찾아볼 수 없고 또다른 선입견이 날 공격할까봐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지 못했다. 나는 (페미니즘 관련) 배지를 달고 다니니까 그걸 아는 사람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걸 알아보지 않을까?

지금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애들이 4명 정도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그 친구들과 소모임을 하고 싶다. 그리고 외부 모임을 하고 싶다.

 


Q.후기

 

-dare: 영어학과니까 영어로 남기겠다. <Be bold for change> 이번 여성의 날에 구호처럼 쓰인 말이라고 한다. 변화에 대담해지라는 뜻이다. 우린 변화에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투비 여혐 공론화 파이팅! 비투비 사과해라. (john: 한남을 사랑한 페미니스트다)

 

-청온: 나도 팬질로 마무리를 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john: 이런 지성체에 속해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대학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싶었다. 페미니스트들이 살아있는 걸 보면 너무 기쁘다. 3D로 여러분을 보는 게 행복하다. 계셔주셔서, 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방탄소년단 여혐 그만 해라.


+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