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여남 모두 군 복무를 하면 성평등한 사회가 올까?

by.한의 민족



남자들은 군대를 그렇게 좋아하는 모양이다. 무슨 말만 하면 군대다. 이는 여성주의 이슈에 관한 토론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사회에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면 남자만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는 상황을 억울하다는 듯 토로한다. ,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해 권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는 주제에 권리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논쟁에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다. 기가 막힌 방어전이다. 실제로 한 남성은 남성만 군대에 가는 상황이 차별적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송을 냈으나 헌재는 국가의 안보 상황, 재정 능력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한 사항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여성을 차별하거나, 또는 남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기각했다. (헌법재판소 2006 헌마 328) 그러나 이 소모적인 논쟁을 떠나서 왜 남자만 군대에 가는지, 정말 여남 모두 군대에 가면 진정한 성평등 사회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권리는 시민의 의무를 다해야 따라오는 거 아냐?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여자는 사회적으로 차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a) 군 복무를 한 여자도 여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아.

b) 국방의 의무를 군 복무에만 한정시키는 것처럼 보이네.

c) '시민'이란 건 '시스젠더·헤테로·비장애인·남성'만을 칭하는 게 아냐? 다른 소수자를 배제하는 사고방식은 옳지 않아.

 


여남 모두 군 복무를 하면 성평등한 사회가 올까?

 

믿기지 않겠지만,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들고나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들은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등 시민이 되어 사회적 불이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3가지 측면에서 파훼 되는데, 인권은 천부적인 것으로 어떤 조건 하에서 차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국방의 의무를 군복무에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 심지어 군 복무를 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 패싱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1)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 즉 인권은 특정한 조건을 충족할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초국가적이고 전법률적이다. 의무를 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만일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군 복무를 하는 것만이 일등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시스젠더·헤테로·비장애인·남성만이 일등시민이 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협소한 집단만을 포함하므로 특권적이고 배제적이며 구시대적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천부의 권리로 초국가적·전법률적 불가침의 권리이므로 

국가권력이라 할지라도 침해할 수 없으며

국가가 이를 침해한 경우 침해자인 권력자에 대한 저항권이 생긴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천부인권)

 


(2) 국방의 의무는 단순히 군 복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방의 의무에는 병역법, 향토예비군 설치법, 민방위 기본법, 비상대비자원 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 이후 군 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된다. (헌법재판소 1995. 12.28 헌마80, 1999. 2.25. 97헌바3.) 즉 일부 남성들이 걱정하던 바와 달리 여남 구별 없이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3) 군 복무는 '시민'이 될 수 있는 통과의례로써 작용한다. 군대에 가지 않은 어린 남성, 혹은 군 복무에서 면제받은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시민'으로 수용되지 않는다. 남성들은 군 복무를 통해 자신이 속한 나라를 지킨다는 점에서, 또 군대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주권주체가 되어 유대를 형성한다. 여성은 함정에 빠진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도 군대에 들어갔고 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전시 '전방''후방'의 분할은 여성과 남성의 영역을 분할했고 전쟁에서 '후방-여성'의 역할은 지워지고 '전방-남성'의 역할만 부각되어 기록되었다. 군대에 참여하면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군에 복무하는 여성은 시민권을 얻지 못하며 '명예남성'에게 남성이 그러했듯 시혜적인 인정-혹은 남성만의 성역이었던 군대조차 여성에게 잠식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줄 뿐이다. '시민'의 권리는 군 복무와 아주 부분적으로 상응한다. 이 말은 즉 모든 군복무자가 호모소셜에 패싱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여자가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말은 여자도 남자처럼 군대에 가야 평등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여자도 단순히 남자처럼 군대에 가면 성평등이 이루어질까?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여남 사이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차이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법적, 제도적 불평등한 요소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남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거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던(또는 않았던) 것에 대하여 불이익을 감수하게 함으로써 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제한한다.

 



노르웨이는 여자도 군대 간다고 하던데? 그거야말로 진정한 성평등 사회 아닐까?

a) 이스라엘도 여성 징병제인데 그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니?

b) 맞아. 노르웨이 진정한 성평등 사회지! 노르웨이는 여성 임원이 40% 이상이거든. 그리고 드디어 병역 문제에서도성평등을 이루겠다는 취지래. 너무 멋지지?

c) 한국 성평등지수나 노르웨이 수준으로 끌어올린 후에 말해라.

 


군대, 너 마저……!

 

20167월부터 성별을 떠나 모든 시민에게 징병 의무를 부과한 노르웨이의 사례는 당시 큰 이목을 끌었으며 지금까지도 군대 이야기를 할 때 자주 회자되곤 한다. 여성의 병역 의무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된 당시 노르웨이 가족·평등국 국장은 여성의 병역 의무화는 결국 권리와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양성평등 정책의 기본 전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만 징병하는 제도가 남성의 희생과 보상의식, 여성차별의 정당화 의식, 가장의식, 성차별적 분업의식을 작동하여 여성을 차별·배제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남 모두에게 평등하게 징병 의무가 부과될 경우 성차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징병제가 성평등을 위한 제도라는 주장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종종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징병제가 시행되었다는 결과만을 보아선 안 된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왜 노르웨이에서 금녀의 구역으로 인식됐던 군대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되었는지, 노르웨이와 한국의 차이는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멀어 보이는 이 유럽 국가가 여성 징병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평등 확산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전까지 금녀의 구역이라고 인식되던 군대에서도 성평등을 이룩하여 기존의 여성 차별·배제적 기제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의 ‘2015 세계 성격차지수’(GGI)에서 노르웨이는 전체 144개국 중 3위에 올랐다. 한국은 116위였다. 남녀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정규직 근로자 여성 비율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산출하는 여성 경제 활동 지수도 노르웨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3개국 중 3위였다. 한국은 32위였다. 노르웨이의 여성 임원 비율은 40%이다. 참고로 한국의 여성 임원 비율은 2%이다.

이처럼 노르웨이는 성평등한 사회적 토대 아래서 남성이 대다수인 군대에 여성 비율을 늘려 성평등 문화 확산을 도모하고 성 중립적(gender neutral)’ 군대를 목표로 한다. 또한, 군 내부의 변화를 위해군대 내 젠더 : 이론에서 실전까지라는 교육용 교과서도 보급했다. 군 상부에 여성을 늘리기 위한 여러 방안도 검토·시행 중이다. 군의 양성평등정책의 보편화(gender mainstreaming)를 돕고, 군사 훈련·작전 수행 시 젠더 이슈를 점검하는 전문가도 상주한다.

 

이쯤에서 또 다른 여성 징병제 실시국인 이스라엘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이 문제를 심도 깊이 다루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이 갖는 가장 큰 기대효과는 평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군대 내에서도 남성의 보조적 역할이나 비전투적인 역할만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유대인 전투 병사-이 시민권의 상징이 되는 것과 연결되어 여성의 주변화와 배제로 이어졌다. 비록 여성이 남성과 같이 군 복무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복무 내용의 차이로 인해 그들은 남성과 같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대 내에서도 여성적인임무에 배치됨으로써 이중의 차별이 발생한다. 군대 내의 성희롱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페미니스트는 여성 징병은 여성들이 평등보다는 성별 위계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성별 역할분담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한다.”고 비판한다.


<노르웨이와 한국의 ‘2015 세계 성격차지수’(GGI) 비교>

 

▲노르웨이의 ‘2015 세계 성격차지수’(GGI)

한국의 ‘2015 세계 성격차지수’(GGI)




육군사관학교의 수석과 차석이 모두 여성이었을 때, 관련 기사에 달린 여자냐 남자냐’, ‘쟤들은 저래도 능력이 없다.’며 여성을 인정하지 않는 댓글, 여대 최초로 ROTC를 창설 숙명여대의 후보생들은 곧잘 학군단 수석임관을 받지만 늘 따라오는 여성이라 기준이 낮아서 쉽게 수석을 한다.’는 편견이 의미하는 바는 뻔하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성평등을 위해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실력 있는 여군을 두려워한다.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성평등한 사회라거나 군대의 실력 향상이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그들도 여성 못지않게 힘들다 징징거리고 싶을 뿐 실제로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군대에서조차 여성에게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에서 여자가 군대에 가는 것을 막는 건 누구일까? 남성만 지는 병역의무에 대한 헌법소송에 헌법재판소는 기각 판결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여성이 처한 역사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인식적 차별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여성 징병은 불가능하다. 진정으로 여성 징병제를 막는 것은 한국의 남성들이다.


<털에게 자유를!>

암탉


마돈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일부 미디어에서는 이 사진을 두고 기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까지 여자는 겨드랑이 털이 나지 않는 줄 알았다. 나도 겨드랑이 털이 나지 않았을 때였고, 이전까지 겨드랑이 털이 난 여자를 본 적 없었다. 당신은 언제 처음 여자의 겨드랑이 털을 보았는가? 난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처음이었다. 여름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반팔을 입고 팔을 드는 순간, 담임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멈칫했다. 처음엔 저게 뭐지?’하다가 겨드랑이 털임을 눈치 채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너도 봤냐며 제각각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다음날 선생님은 겉옷을 걸치고 오셨다.

 

    왜일까? 왜 아이들은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수군대었고, 왜 선생님은 조용히 겉옷을 입고 오신 걸까? 나는 왜 선생님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휩싸였고, 여자도 겨드랑이 털이 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됐던 것일까? 난 왜 이전까지 여자의 겨드랑이 털을 접해볼 수 없었을까? 여자도 털이 나는 건 확실한데 왜 여자의 체모만 부끄러움과 금기,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우리들은 왜 제모할까?

    친구들에게 첫 제모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를 꼽더라. 나도 같다. 살결이 드러나는 스타킹을 신고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어야 하는데, 털이 난 내 종아리가 부끄러워서 엄마에게 제모 용품을 사달라고 졸랐다. (제모 지옥의 시작이었다.) 서투른 솜씨에 피도 많이 났고 물이 닿으면 무척 쓰라렸다. 그래도 털이 보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기에 만족스러웠다.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갈수록 나는 점점 더 다양한 영역의 털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쯤부터는 막 난 여린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기 시작했고, TV에 나오는 제모 크림이 좋아보여서 제모 크림으로 다리털을 제모하기도 했다. 눈썹도 뽑아 정리하고 가끔은 눈썹 칼로 인중 털을 밀었다. 솜털 때문에 화장이 뜨는 것 같아 스트립 왁스로 볼에 난 솜털을 제모해본 적도 있다.

 

    제모를 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면도칼, 제모 크림 등으로 피부 위의 털만 걷어 내는 방식의 제모는 금방 털이 다시 올라오고 아차하면 다치기도 쉽다. 왁싱, 족집게로 모근까지 털을 뽑아내면 털은 느리게 자라지만 무척 아프다. 물론 이 방법도 오래가는 건 아니다. 레이저 반영구 제모 시술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방법 또한 아프다. 사람 따라 털이 금방 다시 자라버리기도 한다. 제모의 왕도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왕도를 찾아야 한다. 찾지 못했더라도 찾은 체 하라고 강요받는다. 그 비용과 고통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된다.

 

    얼마 전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하게 옷을 입는데, 따뜻해진 날씨에 맞게 짧은 옷을 입었다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말았다. 까먹고 제모하지 못한 것이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긴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급하게 역으로 뛰어가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자 너무 억울했다. , 털 만큼 죄책감 없이 혐오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부터 여자의 체모는 금기시되었을까?

    여성의 체모가 금기시된 역사, 즉 제모의 역사를 훑어보려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의 기준 즉 이 털 한 올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노예나 이방인을 제외한 모두가 제모를 했다고 한다.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에서도 바닷조개를 족집게처럼 사용해 털을 뽑아내거나 불에 그슬려 태워버리는 방식의 제모가 유행했다. 기원전 500년 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비디우스의 저서 사랑의 기교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연출하기 위해 종아리 털을 깎는 것은 필수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임산부의 조오신하지 못한 처신이 신의 노여움을 사 체모가 많은 여자아이를 낳게 한다고 믿고, 체모가 많은 여자아이를 학살하거나 구경거리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의 제모 문화는 이슬람 사회로 건너갔다. 가부장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은 성인의 생리적 기능을 가졌더라도 권리를 행사하는 문제에 있어선 아동 취급을 받았다. 이슬람 사회는 여성의 성숙한 몸을 그 법적 지위에 걸맞게 끌어내릴 수 있는 상징적 절차로써 제모를 활용했다. 성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털난 성기를 제모하게 해, 어린 아이의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1915년 질레트사의 여성용 면도기 광고. 

소매가 없는 여름 드레스를 위해 질레트사의 면도기로 '무례한 털'을 제거하라고 하신다.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건 10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성 해방 운동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성들은 불편하게 질질 끌리는 옷을 벗어던지고 짧은 치마와 짧은 소매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옷이 몸 전체를 감싸는 스타일이 유행했기 때문에 체모가 노출되지 않았고, 옷을 벗는 실내에서는 체모가 보여도 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여성들이 여성스러움을 잃을까 걱정했던 여성지 칼럼니스트들은 겨드랑이와 팔뚝의 털을 면도할 것을 권했고, 미국의 화장품 회사들은 여성의 체모가 해로운 박테리아의 온상이라고 낙인찍으며 탈모제를 내놓았다. 1915, 세계적인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가 최초의 여성 (겨드랑이용) 면도기를 발명하면서 "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는 광고 문구로 여성들의 털 혐오감을 부추긴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질레트의 혐오 조장 광고는 역겹게도 대성공을 이루어 1916년에만 782,028개의 면도기가 판매되었고 1917년에는 백만 개 이상의 면도기가 판매되었다. 1차 세계 대전 전에는 어떤 미국 여성도 다리를 면도하지 않았지만, 1964년경에 이르자 44세 이하 여성의 98%가 다리털을 밀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완벽한 승리였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여성의 체모

    책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은 2012년 한 지상파 방송에서 18개월간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노출해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전국적인 스타로 거듭났다고 한다. (그 털 진짜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 영화 <색계>를 검색하면 색계 줄거리, 색계 주인공 같은 그럴듯한 검색어들을 제치고 탕웨이 겨털이 연관 검색어 가장 상단에 올라 있다. 모두 여성의 몸에서 체모가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체모가 보이는 순간, 체모의 존재를 처음 안 것처럼 뻔뻔하게 굴곤 한다. 도대체 여성의 체모가 뭐라고 생각하기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다루는 방식에 유념해야 한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찾아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체모를 다룬다고 하면 대부분 개그 프로그램에서, 엽기적이고 비하적인 뉘앙스로 다뤄진다. 이는 유머로 소비되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체모를 지우고, 여성 신체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준다. 또한 이는 꼼꼼하게 제모된 여성 신체에 대한 숭배와 병행되어 여성에게 (제모 열심히 하라는) 경고 내지는 공포감을 심어준다.

 

    개그 프로그램 외에도 여성의 체모가 언급되는 미디어가 있다. 뷰티 프로그램이다. 뷰티 프로그램도 여성의 체모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개그 프로그램과 별 다를 바 없다. 개그 프로그램의 모멸적인 언어들을 정제해 돌려 말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해한 척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유해하다. 이러한 언어의 정제전략은 이전에도 널리 쓰인 적 있다. 한창 여성 제모 대중화를 주도하던 1920년대 질레트사는 민소매 댄스 드레스를 위한 에티켓’, ‘박테리아따위의 핑계를 대며 여성들에게 자기 신체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었다. 뷰티 프로그램이 곧장 뷰티 산업과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여성들에게 제모가 에티켓이라고 말하는 뷰티 프로그램의 배후에 뷰티 산업이 버티고 있다. 과거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고 광고했던 질레트사처럼 말이다.

 

    만약 이 외의 미디어에서 우연히 여성의 체모가 노출된다면 그것은 방송 사고가 된다. 특히 아이돌, 배우의 경우 타격은 배가 된다. 여성의 체모는 우스꽝스럽고 비천한 것으로 여겨져 아이돌, 배우에게 요구되는 모든 이미지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털은 그냥 신체 일부일 뿐이다. 여성의 체모가 시한폭탄이라도 되는 양 다루는 꼴을 보라. 명백히 여성의 신체를 향한 유해한 검열이다. 이는 여성의 체모를 죄악시하는 문화를 더욱 견고히 한다.

 

우리들은 제모해야 할까?

 

영화 러브 픽션 中

 

    영화 <러브 픽션> 중 희진(공효진 역)이 애인 주월(하정우 역) 앞에서 당당하게 겨드랑이 털을 내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희진은 당황하는 주월에게 이게 (겨드랑이 털이) 뭐가 어떻냐고당당하게 되묻고, 주월은 그런 희진에게 더욱 마음을 빼앗긴다는 내용이다. 이 장면에는 다소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다. 공효진은 <러브 픽션> 언론시사회에서 영화 속 겨드랑이 털은 사실 가짜였다고 밝혔다. 원래 감독의 요구는 공효진의 진짜 겨드랑이 털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공효진도 이에 동의했지만, 촬영 일정이 다가오자 부담감이 들어 거절했다고 한다. 만약 공효진이 아닌 하정우가 겨드랑이 털을 내보이는 내용이었다면 그는 공효진과 같은 고민을 했을까? 아니, 애초에 남성의 겨드랑이 털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서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고민해볼 거리가 하나 생긴다. 우리는 앞에서 여성의 체모를 죄악시하고 제모를 강요하는 문화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것임을 합의하고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모하면 안 되는 걸까? 결국 제모하기로 결정내린 공효진을 비난해야 할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제모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제모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구속인 건 알겠는데, 제모하지 않은 여성을 흉보는 이들 앞에 제모하지 않은 내 살갗을 내놓긴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 우리는 여성을 구속하는 미의 신화, 그리고 그것의 다양한 발현을 지적하려는 것이지 그것을 수행하는 여성을 질타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털이 난 상태 혹은 제모한 상태를 자유롭게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 상황은 타인의 개입 없이 온전히 내 의지에 따라 제모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여성이 지하철에 타 손잡이를 잡는 상상을 해보라. 칸 안의 사람들이 그의 겨드랑이를 힐끔거리고 불경하게여길 것은 뻔하다. (제모하지 않은 여성을 향한) 조롱과 (조롱을 피하기 위한) 검열이라는 두 선택지만이 주어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부끄럽게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자랐다. 부끄러움을 내재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부끄러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이가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성이 결여된 선택을 한 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정말 고민해봐야 할 것은 왜 제모라는 선택지가 등장했고 강요되는가, 나는 왜 털이 난 그대로의 상태 혹은, 제모한 상태를 편하게 여기는가 하는 점이다. 미의 신화 담론의 의의는 제모를 해라, 말아라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의 신화를 인지하고 미의 신화가 의도한 바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제모하든 말든, 염색하든, 파마하든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봊대로 행동하자.

 

참고 문헌

: 수염과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본 체모의 문화사, 다니엘라 마이어, 작가정신

아름다움의 발명, 테레사 리오단, 마고북스

여자다운 게 어딨어: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 에머 오툴, 창비 


필자 소개

여태껏 내 손으로 덕질한 것 중에 페미니즘만큼 재밌는 게 있었나? 페미니즘에 강하게 치인 새내기 페미입니다.

남자들은 왜 장문복을 좋아할까?

By.광개토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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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시즌2가 시작됐다. 인기리에 마무리된 지난 시즌의 아성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와중, 프로그램을 둘러싼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바로 출연자 장문복에 대한 열광이다.

장문복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슈퍼스타k2에서 예선 탈락한 수많은 화제인물 중 한 명인 것. 그는 특이한 발성과 스킬로 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힙통령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후 머리를 길게 기른 그는 프로듀스 101시즌2의 연습생 중 한 명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도 그를 둘러싼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형이 밀어 줄 테니 열심히 하라는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장문복에게 감동했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에 화답하듯 엠넷 제작진은 장문복이 방송 이후 악플에 힘들어했단 요지의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장문복의 <프로듀스 101> 1분 PR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 작성자 분석

다른 참가자들의 PR영상에는 여성 작성자가 80에서 90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via.네이버tv <프로듀스 101> 



애초에 힙통령을 메이킹한 사람들이 엠넷 제작진임을 생각해보면 이런 포장은 괴상하기만 한데, 이런 제작진을 생각해보면 현재 장문복을 응원한다는 남자들이 장문복의 힙통령 영상을 비웃음거리로 삼는 데 가장 앞장섰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영 현실성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왜 장문복을 응원하게 되었을까?

 

 


프로듀스 101이란 프로그램의 흥행을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극도의 경쟁 사회인 한국, 외모 자본주의 등 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여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독법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들을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를 포함해 평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프로듀스 101은 이미 한 번 소속사 오디션을 통해 걸러진 101명의 연습생들이 참여하고 시청자들의 호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런 상상력이 가능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로 룸살롱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via.<프로듀스 101> 시즌1 1화



프로듀스 101시즌1의 오프닝에서 제작진은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일렬로 서 있는 그림을 제시한다. 그림 속 사람들은 서로 각양각색의 머리 모양, 의상을 입고 있다. 제작진은 이 중 11명만 남기고 가위로 자른다. 101명의 출연진과 11명의 데뷔확정 멤버를 설명하기 위한 이 그림은, 줄지어 선 여성들 중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는 룸살롱의 초이스 문화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엠넷 국장이자 담당 PD였던 한동철 PD남자들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발언을 참고한다면 제작진의 상상력에 룸살롱 문화가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프로듀스 101시즌1은 현재 방송에서 보기 드문 경쟁하는 어린 여성을 읽을 수 있는 텍스트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101명의 젊고(혹은 어리고) 예쁜 소녀들 중 내 입맛에 맞는 11명을 매일 골라 투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극도의 대상화 경험, 내가 선택해줘야 상대가 보상(데뷔)을 얻는 권력을 가지는 경험은 여성혐오 사회에서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누리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프로듀스 101시즌1은 이런 즐거움을 판매했다는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via.구글



프로듀스 101의 남성판, 즉 시즌2의 출범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즐거움을 여성 고객에게 판매하겠다는 제작진의 포고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 남성이 즐겨온 룸살롱문화의 미러링 버전이 시작된다고 느낄 수 있다. 기존 남성 아이돌과 여성 팬덤으로 대표되던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한 사회의 노골적인 폄하와 비웃음은 감히 여성 팬이 남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괘씸함에서 온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프듀 시즌2는 아주 노골적으로 나온다. 101명의 남성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마음껏 11명을 골라보라는 포맷은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지독한 물화에 반감을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사실, 여성이 남성을 대상화한다는 사실 자체에 반감을 준다. 남성 아이돌 팬덤에서 여성 팬이 남성 다수를 선택하고 그들이 데뷔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부여해온 일은 종종 있었지만 남성들이 그것을 투명하게 관람해올 기회는 처음인 것이다.

 


via.구글



장문복은 아이돌로서의 재능이 있을까? 장문복의 기획사 오앤오는 타이미, 아웃사이더 등 랩퍼를 컨설팅하던 매니지먼트사다. 오앤오 엔터테인먼트의 첫 아이돌 기획이 장문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준 태도는 아이돌 지망생이라기보다 랩퍼에 가깝다. 다른 연습생들이 PR영상에서 국민 프로듀서들을 향해 애교 혹은 남성적(..) 매력 어필, 뽑아달라는 애원에 가까운 처절한 몸짓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그는 인터넷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던 어린 시절의 슬픔과 앞으로의 성공을 다짐하는 내용의 랩을 선보였다. 쇼미더머니가 아님에도 그는 랩을 잘 한다라거나 멋있다며 응원 받는다. 시즌1의 김소혜가 본래 연기자 데뷔를 준비했던 탓에 아이돌로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들며 다른 참가자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다고 비판받았던 일과 비교된다.



장문복에 대한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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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복의 아이돌로서의 무재능은 축복이고 캐릭터다. 남자들은 그가 여성을 즐겁게 해줄 수 없을 것 같기에 응원하고, 계속해서 그가 불쌍하다며 소환한다. 장문복이 인터넷에서 조롱받았던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서 아이돌로 성공해야한다는 주장은 그에 대한 모욕이다. 과거의 고통을 여성 팬이 보상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장문복에게 보상해야한다면 충분한 설명 없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슈퍼스타k2의 제작진이고, 그에게 악성 댓글을 남겼던 사람들이다. 남자들은 정말로 장문복을 좋아하는가? 그저 성공한 찌질이 신화에 자신을 대입하기 위해서, 혹은 여성이 남성을 대상화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장문복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점은 장문복을 둘러싼 크고 작은 소모전을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기꺼이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다.


 

 

via.<프로듀스 101> 시즌2 1화



앞서도 짚었지만 프로듀스 101시즌 1남성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목표로 만든 콘텐츠다. 시즌2는 어떨까? 메인MC이자 국민 프로듀서 대표를 맡은 보아는 대단한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다. 노련한 눈썰미까지 겸비한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검토한다. 그런 보아를 향한 참가자들의 시선은 장문복의 그렇게 예쁜 얼굴로 독설을 하신다는 말로 요약된다. 연습생들에게는 절대적인 갑이자 까마득한 실력자인 대표 프로듀서마저도 여성이라는 기호 앞에서 대상화된다. 연습생들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도 여성일 경우 헤어스타일에 따라 아기 같다는 말로 평가당하고, 엄하게 혼을 내도 예쁘다, 사귀고 싶다는 말을 제자인 연습생들에게 듣는다. 제작진이 프로그램 잠정 시청자의 성별을 무엇으로 상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프로듀스 101시즌2를 통해 데뷔할 남자 아이돌 그룹의 주 타겟층이 여성인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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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시즌2가 우리에게 남길 의의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참가자 박성우가 군필이라는 사실에 열광하거나, 상품으로 군 면제를 걸면 잘 될 것이라 훈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을 누리는 콘텐츠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확실해 보인다. 과연 프로듀스 101시즌2여성을 위한 건전한 야동이 될 수 있을까?





   필자 광개토.

광개토대왕님 만큼이나 넓은 (덕질영역을 자랑하는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 덕후

최근의 즐거움은 NCT와 아이유입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필자는 게임 문외한, 일명 겜알못이다. 오버워치를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게임 컨텐츠를 맡았냐 하면 궁금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가 왜 페미니즘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는지 말이다.

 

 

2016년 한 해가 페미니즘 이슈로 뜨거웠듯,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게임계에도 많은 페미니즘 이슈들이 대두되었다.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자. 일단 20165, 오버워치가 출시됐다. 이례적인 수준의 다양성을 가진 캐릭터들, 특히 한국 출신 프로게이머라는 설정의 D.Va가 큰 주목을 받았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618, 인벤 주관 넥서스 컵 8강전 오버워치 팀 아티즌과 디지니스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팀 디지니스 측은 팀 아티즌의 게구리선수에게 핵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게구리 선수가 여성임을 의식한 명백히 여성혐오적인 의혹 제기였다.[각주:1] 게구리 선수는 개인 플레이 화면을 공개하여 핵 의혹을 벗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가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집단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11, 미래의 D.Va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조직된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가 그 시초였다고 본다. 전디협은 223,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 제프 카플란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사실 오버워치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많은 비판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캐릭터 설정의 경우, 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이지 절대적으로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남성 캐릭터의 경우 왜소증 캐릭터도 있고(토르비욘), 뒤뚱대며 걸어야 할 정도로 과체중인 캐릭터도 있고(로드호그), 심지어 고릴라인 캐릭터(윈스턴)도 있다.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어떠한가? 아나는 프로필상 60세지만 주름을 제외하면 20대의 얼굴에 가깝다. 메이는 여성에게 비만이라는 특징을 부여한 전무후무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지만, 비현실적으로 잘록한 허리에 갸름한 얼굴형을 갖고 있다. 쫄쫄이의 저주에 걸린 트레이서, D.Va, 위도우 메이커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일부 남성유저들의 성차별적 태도도 심각하다. ‘송희롱을 아는가? D.Va (송하나) 캐릭터를 일부러 늦게 죽여 리스폰을 꼬는 게임 방식을 말한다. 성희롱이라는 단어에 송하나의 성씨인 송을 붙여 송희롱이라고 부른다. ‘일부 남성유저들은 D.Va의 쓰러진 모습을 두고 강간을 암시하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머로 소비하고 있다. 오버워치 내 성차별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분위기에 저항하기 위해 유저들이 끊임없이 제재를 요구해왔지만, 제작진의 우유부단한 태도 탓에 별 소득은 없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지 않나? 왜 오버워치가 여러 페미니즘 담론들 사이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묵직한 존재감을 갖게 됐을까? 왜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여성 게이머들의 가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까? 왜 오버워치를 중심으로 여성 게이머들의 분노가 집단화되었을까? 페미니스트들은 왜 오버워치를 할까?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게임할까? 대학생 여자들은 어떻게 게임하고 있을까? 그래서 모셨다. 여자 대학생 페미니스트 게이머들과 얘기해보자. 게임, 여성, 그리고 오버워치에 대해.


제7차 여대회담:

안녕 친구들? 옵치하는 여대생이 왔어!

회담 진행: 암탉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감나무 : 전디협 회장 감나무다. 어른들이 넌 뭐 하고 있니하시면 취준생이라고 둘러대며 여러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중이다. 주변 친구들이 다 게임을 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마비노기 처음 나왔을 때쯤, 게임계의 얼리어답터 같은 친구가 권해 마비노기를 시작으로 새 게임이 나오면 친구들과 하나하나 장르를 갈아타면서 계속 해왔다. 작년부터 스팀 게임에 입문했고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폰 게임으로 욕구를 채우고 있다.

 

겜송이 : 숙명여대 교육학부에 다니고 있는 겜송이다. 유치원생 때부터 꾸준히 게임을 좋아해 왔다.

 

리리 : 단국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릴 땐 오프라인 게임을 했고 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꾸준히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2. 게임 내에서 여성임을 밝히는 편인가?

 

감나무 : 절대 밝히지 않는다. 밝히지 않는다기보다 일부러 여자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편이다. 게임을 하다가 여성으로 추정되면 그래서 어쩔 건데?’ 식으로 나가긴 하는데, 자진해서 여성임을 밝히지는 않는다. 일부러 닉네임도 남성스럽거나 무성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당에 여성이라고 먼저 밝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겜송이 : 나는 말만 해도 다 여자인 걸 알더라. 그래서 욕을 먹으면 고소하기 쉽게 하려고 아예 실명과 학교를 닉네임에 밝히고 시작한다.

 

리리 : (여자라서 당하는 성희롱과 폭력적 언행이) 너무 괴로워서 아예 남자처럼 하고 다닌 적도 있다. 사이퍼즈를 할 때는 나를 남자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 오버워치에서는 보이스톡을 켜면 바로 아니까 혼자 게임할 때는 보이스톡을 잘 켜지 않는다. 이 회담을 위해 3일 정도 오버워치 하면서 보이스톡을 켜봤는데 게임에서 나갈 때 맥락 없이 메갈년소리를 들었다.

 


게임 내에서 여성임이 밝혀지면 듣게 되는 말들. 여성 게이머들에겐 이미 일상이 된 듯하다.

제발 게임 좀 하게 내버려 둬!

 

3. 대학 내에서 게임하는 여자임을 밝히는 편인가? 동기나 선후배의 반응은 어떠했나?

 

감나무: 주변에 친한 남자가 없어서 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자 친구들 같은 경우 감나무는 게임 좋아하잖아’, ‘너 게임하고 있었어?’, ‘게임 재미있게 해하고 넘어갔다.

 

겜송이: 게임 동아리 소속이라 주위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게임한다고 하면 다들 무슨 게임하냐?’ 이런 반응이다. 동기나 선후배한테 말한 적은 없는데, 교수님께 동아리 지도 교수를 부탁드렸을 때, ‘무슨 여대생이 게임을 하냐는 반응을 보이셨다.

 

암탉: 어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계신지?

 

겜송이: E 스포츠 동아리로 롤, 하스스톤, 오버워치 세 게임을 중점으로 두고 여성 대회 혹은 기타 교류전을 진행하고 싶어서 만든 동아리이다.

 

암탉: 동아리 창설 계기가 궁금하다.

 

겜송이: 20153월쯤, 에브리타임이라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우리 학교 게임하는 여자들끼리 뭉치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 구심점을 만들고자 창설하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동아리 운영이 쉽지는 않다. 대회에 나가자고 하면 남자들한테 질 텐데,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더라.

 

리리: 나는 게임하는 여자임을 말하고 다녔는데,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시선은 있었다. 여자애들은 관심이 없으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남자애들은 랭크를 물어보곤 했다. 왜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았다.

 

암탉: 여자 동기들은 게임에 관심이 없나? 접근도가 낮은 것인가?

 

리리: 동아리 내에는 게임하는 여자애들이 조금 있었는데, 파이널 판타지, MMO, AOS 장르를 주로 하고 FPS 장르는 잘 하지 않았다. 그래서 FPS 게임 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3-1. 함께 게임을 한 적이 있는지?

 

감나무: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다 게임을 좋아해서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 같이 게임하고 있다. 동기를 끌어들이려고 했었는데 나 그런 거 잘 못 한다고 지레 겁먹는 경우가 많아 설득하기 어려웠다.

 

겜송이: 게임 동아리에서 함께 게임을 하는데, 롤을 할 때 클랜으로 동아리, 학교명을 닉네임 옆에 달고 한다. 닉네임 옆에 숙명여대라고 뜨니까, ‘거기 보지팟이냐?’, ‘남자애들이 다 올려줬지?’, ’미팅할래?’, ‘나랑 소개팅할래?’, ‘전화번호 알려줄래?’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래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클랜을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리리: 주위 여자애들이 게임을 잘 안 해서 남자애들이랑 어쩔 수 없이 게임을 같이 했었다. 여자라고 시비 걸리면 당시에는 같이 욕을 해준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여성 유저를 보면 내가 들었던 성희롱 발언, 비하 발언을 똑같이 하더라.

 

3-2. 동기 및 선후배들과 게임 세계에서 벌어지는 여성주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본 경험이 있는가?

 

감나무: 마비노기를 할 때, 남자 유저가 껄떡대곤 했는데 그때는 페미니즘에 결부시켜서 생각하지 못했다.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이다. 왜 그러지?’ 하면서 넘겨왔다.

 

암탉: 그런 경험들이 파편적으로 벌어지던 것인가?

 

감나무: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을 겪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냥 이상한 사람한테 걸렸다고 생각했다.

 

겜송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게임 동아리 내에서는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지만, 오버워치 여성 클랜에서는 대화의 98%가 게임 속 성차별적 발언, 성희롱 발언에 관해 토로하는 것이다. (넥슨) 보이콧 사건에 관해서도 얘기했었다. 클랜 가입 동기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한테 지쳐서 들어왔다고 한다. 남자들이랑 게임하면 여왕벌이라는 소리를 듣고, 혼자 게임하면 남자들한테 성희롱, 비하발언을 들으니까 다들 지쳐있다. 클랜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암탉: 그런 피해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긴 하는데, 그걸 여성주의로 연결시키지는 않는 분위기인가? ‘페미니즘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분위기인가?

 

겜송이: 페미니스트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분들이 성차별적 발언을 들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이야기해주신다. 알려주신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욕을 먹으면 울 것 같고 떨려서 대처를 잘 못 하겠더라.

 

리리: 학교 애들이랑 만든 단톡방에서 게임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항상 여성주의 이슈는 일명 메갈 사건이라고 퉁쳐진다. 김자연 성우님 메갈리아 티셔츠 사건 같은 경우,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메갈은 정신병자 집단이라고 말하더라.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눈치 볼 것 없이 신나게 욕하고, ‘남혐 여혐 다 나쁘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중립충, 여혐충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상황이다. 끼어 들어볼까 생각도 해봤었는데, 지금은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대학별 게임 대항전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가?

 

겜송이 : 에카(ECCA)[각주:2]라는 대학교 게임 동아리 연합회에서 대항전을 연다. 그때 여성팀으로 많이 참여했다.

 

암탉 : 여대 대항전은 어땠나?

 

겜송이: 숙명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4팀으로 진행했다. ‘왜 이분들이 대학 대항전에 안 나왔지?’ 싶을 정도로 모두 게임을 잘했다. (나는) 오버워치 대항전에서 우승했다. 여대 대항전이 아닌 전체 대학별 게임 대항전은 주로 남자들이 활약한다. 여성 게임 대항전은 작은 이벤트 수준으로 취급한다. (대항전이) 아프리카TV에 중계됐었는데 채팅창엔 게임 실력이 아닌 얼굴 평가만 계속됐고 사회자는 이것만 보고 싶네요. 꽃처럼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나와서~ 칙칙한 남자들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너무 기분 나빴다.

 

암탉 : 혼성팀은 없나?

 

겜송이: 혼성팀은 (본 적) 없다. 점수가 객관적으로 높은데도 남자가 대신해줄 수도 있으니까 검증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배제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혼성팀이 없는 것 같다.)

 

리리 : 게임 대항전은 참여해본 적 없지만, 액션 토너먼트[각주:3] 방청을 가본 적 있다. 거기서 여자 방청객이 카메라에 잡히면 외모 평가를 당한다.

 

감나무 : 대학은 아니고 오프라인 PC방 오버워치 대회에 참가했었다. 인상 깊었던 게 당시 우리 팀만 팀원 중 여자가 두 명 있었고 나머지는 다 남자였다. 팀장이 대전 상대를 제비뽑기로 뽑고, 부전승을 뽑은 팀은 자기가 상대할 팀을 직접 정할 수 있었는데 단번에 우리 팀을 골랐다. 왜 우리를 골랐는지 보이지 않는가? 오버워치 정식 오픈 전이라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자가 있는 팀을 고른 건 속이 뻔한 선택이었다. 같은 팀이었던 남자가 내가 그럴 줄 알았다고 소리쳤다. (방송) 카메라도 우리 팀 남자들도 부담스럽다고 할 정도로 계속 나와 친구만 찍었다.

 

5. 많은 FPS 게임 중 오버워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감나무 : 앞서 말했던 오프라인 오버워치 대회에서 팀장을 맡았던 친구가 오버워치를 개발 단계부터 기다려왔다. 일이 년 전부터 개발 영상을 보여주며 영업했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메르시를 보여줬다. 나는 새를 좋아해서 날개만 붙어있으면 환장을 한다. 메르시가 날개 펼치고 날아다니는 걸 보니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겜송이 : 원래 AOS 게임을 좋아해서 롤을 3년 했다. 오픈베타 쯤 남자친구가 ‘AOS인데 FPS인 게임이 거의 없는데 오버워치는 특이하다며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리리 : 처음에는 디바라는 한국인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다. 디바 원챔으로 오래 했다.

 

암탉 : 오버워치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감나무 : 친구에게 영업당하고 나서 내가 영업을 하게 됐다. (예전부터) 같이 게임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오버워치를 시작했다. 게임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연락이 오면 하게 된다.

 

겜송이 : 나는 무슨 게임을 하든 즐겁게 하기보다는 빡세게 해서 무언가를 남기자는 주의다. 롤을 할 때도 여성 대회를 나가려고 했는데 (팀원을) 못 구했다. 오버워치는 팀원을 구해서 꾸렸다. 그것 때문에 하는 것 같다. 이기고 싶다.

 

암탉 : 롤 대회에 나가고 싶었는데 사람을 못 구했나?

 

겜송이 : 대회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롤은 안 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오버워치는 롤보다 잘하는 여성분들이 많다.

 

암탉 : 왜 그럴까?

 

겜송이 : 롤은 챔프가 너무 많아서 하다가 질려 하는 사람이 많다. 오버워치의 경우 롤보다 플레이 시간도 짧고 덜 질린다. FPS 게임 중에서 에임이 쉽기도 하다.

 

암탉 : 여자들은 챔프가 많거나, 플레이 시간이 길거나, 에임이 어려운 게임은 잘 못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겜송이 :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FPS 게임을 한다. 여자들은 보통 MMORPG 게임을 많이 한다. 어릴 때부터 FPS 게임을 해왔던 사람들은 남자보다 훨씬 잘한다. 플레이 시간이나 선호하는 게임 성향 차이인 것 같다.

 

감나무 : ‘여자는 이런 게임 못 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친구가 오버워치를 영업했을 때 (지금 내 실력은 보통인데도 불구하고) ‘FPS? 나 그런 거 못 해'라고 했었다. 막연하게 그건 남자애들이 많이 하는 거고 나(여자)는 왠지 못 할 것 같다라는 편견이 있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이 FPS 게임을 시작하는 것보다 (여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더 높다. 롤은 앞서 말한 대로 (어려워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남자들은 못해도 남자라는 이유로 욕먹지는 않는다.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욕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욕을 들으면서까지 게임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단 마음이 있는 거다.

 

리리 : 여자는 왜 게임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생각해본 적 있다. 남자들은 친구 관계를 맺으려면 게임을 해야 한다. 좋든 싫든 어릴 때부터 게임을 시작하니 익숙한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여자들은 사교활동에 (게임이) 필요하지 않다.

 

암탉 : 오버워치 캐릭터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게임과 어떤 차이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오버워치의 영웅들. 다양성 측면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리 : 사이퍼즈에는 늙은 여자가 없다. 프로필은 늙었으나 얼굴은 10대다. 오버워치에는 늙은 여자 캐릭터 아나가 있다. 아쉬운 건 늙은 할아버지 캐릭터 토르비욘은 배도 나오고 키도 작은 것에 비해 (아나는) 객관적으로 예쁘다는 점이다.

 

감나무 : 오버워치는 잘했다 싶은데 좀 아쉽고 아쉬운데 좀 잘 했다 싶은 느낌이라면, 다른 게임은 그냥 아쉽다. ‘잘했다가 없다. (메이는) 나름 뚱뚱하다고 만들었는데 진짜 뚱뚱하지는 않다. 동양인은 살이 찌면 얼굴부터 찌는데 메이는 얼굴이 너무 갸름하다. ‘우리 뚱뚱한 동양인 여성 캐릭터 만들었어라고 생색낼 수 있는 캐릭터다.

 

리리 : 그 뚱뚱함도 성적 대상화를 노린 뚱뚱함이다. 이번 신년 스킨에서도 허리가 과도하게 강조됐더라. 보고 놀랐다. 일반 스킨을 착용했을 때보다 허리도 가늘고 엉덩이도 크다. 모델링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암탉 : 보통 오버워치 캐릭터는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서든어택2’의 캐릭터와 비교된다.

 


서든어택2의 캐릭터 원화. 남성 캐릭터들은 온몸을 감싸는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방탄복도 없이 맨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다.

 

겜송이 : 서든어택은 아이돌과 콜라보해 모델링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탱크탑, 숏팬츠, 비키니 등 전투에 부적합한 옷을 입힌다. ‘이 천 쪼가리로 어떻게 총을 막지?’ 싶을 정도다. 나는 오버워치에 감동했던 게,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해봤는데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가슴이 엄청 부각되어 있다. (여자면) 아무튼 날씬하고 가슴이 크다. 스킨 자체도 야하고 선정적이다. 남자 캐릭터는 안 그렇다. 남자 캐릭터는 못생기거나 키가 작거나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여자 캐릭터들은 다 예쁘고 몸매가 좋다. 오버워치는 부담스럽지 않다.

 

리리 : 남성유저들을 신경 쓴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여성 성적 대상화에) 무감각해진다. 나는 처음 오버워치를 할 때 메이를 보고 얘는 왜 이렇게 크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스스로에게 놀랄 만큼 무감각해진 거다. 오버워치는 여성 캐릭터에게 전신 수트를 입히기는 해도 대놓고 노출을 하지는 않는다. 전신 수트 집착은 그만했으면 좋겠지만.

 

6. 블리자드의 메인 게임 디렉터 제프 카플란이 IGN D.I.C.E 행사에서 전디협을 언급한 사실이 화제였다. 제프 카플란의 언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인 제프 카플란은 IGN D.I.C.E 행사에서 플레이어들이 오버워치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장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중 "정말 특별한 일을 목격했다(we saw something very special happen)"며 전국디바협회를 언급하였다.[각주:4]

(영상 3645초경부터)

 

감나무: 당시에는 물론 좋았는데, ‘성차별 신고 항목을 만들어 달라’, ‘제재를 강화해달라는 유저들의 계속된 요구에 대한 피드백은 전혀 없는 와중에 (전디협을) 이렇게 언급했다는 건그냥 자기에게 이득이 되니까 날름 주워 먹은 거 아닌가? 싶더라. 본인이 보기에 옳은 가치라고 생각해서 전디협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게이머들의 건의 사항을 처리하지 않는 건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리리: 처음엔 번역으로 접했는데, 나중에 원문을 읽어보고 매우 돌려 말한다고 생각했다. 전디협 언급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꼭 해야 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피해가 안 오는 방식으로, 피해는 없지만 체면은 차릴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우린 정치적인 게임은 아니지만, 좋은 말, 좋은 말, 좋은 말그래도 그게 최소한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감나무: 그래도 언급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언급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상황 아니었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얘기한 거라고 생각한다. 전디협말고 다른 단체가 있었다면 다른 단체를 언급했겠지만, 전디협 밖에 없었으니까 언급한 것 같다.

 

암탉: 전디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전디협이 나왔을 때, 겜송이씨와 리리씨는 어떻게 생각하셨나?

 

리리: 처음에 되게 놀랐다. 하야 시위로 처음 접하고 나서 팔로우를 하고 지켜보는데, 갈수록 비난 여론이 거세지더라. 깃발 아래 서 있으면 공격받을 수도 있는데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조심하길 바랐다.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

 

감나무: 조심하라는 얘기들도 참 많았는데, (인터넷상의 비난을) 실제로 행동에 옮길 만한 사람은 생각보다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작년 12월쯤에 미트쉐어 컨퍼런스 페미니즘 섹션에서 동국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 제작진을 만났다. 신분이 노출돼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데, 혹시 공격당할까봐 두렵진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실제로 공격당한 적도 없고, 인터넷에서만 말하지 자기 앞에서 직접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거기서 많이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계속 활동해보니까 없더라. 정말 졸렬하다고 생각했다. 전디협 시즌1을 마치고 페미니즘 카페에서 쫑파티를 했었는데, 장소를 밝히고 진행하면 위험하지 않겠냐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실제로는 페미니즘 카페가 너무 무서웠는지 어쨌는지, 우려하던 일은 딱히 일어나지 않았다.

 

겜송이: 나도 박근혜 하야 시위 때 처음 전디협 깃발을 봤다. 전디협이 페미니즘 성향을 띠는지는 몰랐고 제프 카플란이 언급했을 때 (페미니즘 성향의 단체임을) 알게 됐다. 한 번 전디협 인식이 안 좋다고 느낀 게, 오버워치 페이스북 그룹에 전디협 대회 나가실 팀원 구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는데 메갈이냐면서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전디협이 했던 일 중에서 잘못된 행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인식에 갇히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나무: 사실 하는 활동은 여타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똑같은데 자기 마음에 안 드니까 디바를 이용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여자를 메갈이라고 부른다. ‘메갈과 상관없다. 왜냐면 실제로 상관이 없고, 메갈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거기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을 해도, 제프 카플란이 전디협을 긍정적으로 언급해도 똑같다. ‘제프 카플란이 잘 모르고 있네’, ‘Do you know feminazi?’, ‘페미나치라는 걸 빨리 메일을 보내서 알려줘야 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제프가 뭘 모르고 있다.’고 한다. 제프 카플란의 언급 덕분에 많이 알려졌지만,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7. 최근 페미니즘 이슈가 큰 물결을 타면서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다.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는가?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소속되어 있다면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감나무 : 나는 전디협을 커뮤니티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전디협을 만들게 된 데에는 페미니즘 영향이 크다. 기존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 중 페미니즘 가치를 가져가는 곳이 없었다고 알고 있다. 성차별주의자인 여성과 게임하는 것과 성차별주의자 남성과 게임하는 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별보다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전디협은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라기보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커뮤니티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의 장점은 편하다는 거다. 비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다면 페미니즘적인 이슈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에서는 상대가 한 (성차별적) 말이 왜 잘못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여성주의 이슈뿐 아니라 장애인 비하 발언 등 다양한 소수자 차별 발언을 하지 말자고 합의된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하고 있기에 편하다. 단점은 없다. (웃음) 너무 좋다.

 

겜송이 : 나는 여성 클랜에 소속되어 있다. 여성 클랜이 좋은 건 남자들과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성 클랜에 들면 클린하게 게임할 수 있다. 반면 남자들에게 욕먹기 싫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게 단점인 것 같다. 여성 클랜이 몇 개 있었는데 많이 사라졌다. 클랜 내에서 메갈리아나 워마드 단어를 쓰지 말라’, ‘남자 욕을 하지 말라는 식의 의견과 왜 그런 것까지 검열해야 하냐는 의견이 충돌해 없어지고 다시 만들어지길 반복한다. 우리 클랜장도 검열을 해야 하나 고민하더라. 우리끼리는 검열하지 말자고 결론이 났지만, 주변에선 아직도 검열 문제로 많이 힘들어한다.

 

리리 : 오버워치 시스템 내에는 클랜이 없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는 있겠지만 가입하지 않았다. (여자라도)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지 않는 여성 게이머 커뮤니티는 검열이 심하고 메갈리아, 워마드나 여성혐오 관련 언급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소속하지 않았다.

 

8. 다른 여성 대학생 게이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나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친구 중 한 명이 오버워치를 하다가 성희롱 때문에 그만둬버렸다. 과거에는 성희롱, 비난당하면 그냥 참고하던가 아이디를 바꿔서 남자처럼 가장해버리던가 접던가 하는 부정적인 대응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디협을 비롯한 여러 페미니즘 단체들의 활동도 확대되고 있고, 연대해서 목소리 낼 수 있고, 여성끼리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도망칠 수 있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런 선택 말고 다른 선택지들도 생기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겜송이: 앞서 언급했던 오버워치 페이스북 그룹에 한 여성분이 어제 팀을 보러 들어갔는데 어떤 남자가 내가 있어서 힘이 난다는 말을 했다. 이거 성차별적 발언 아니냐는 글을 올리셨다. 댓글에 남자들이 프로 불편러네’, ‘일상생활 가능하냐?’, ‘메갈이냐?’는 말을 하더라. 화가 나서 성차별 발언 맞는데 왜 사람을 프로불편러로 만드냐고 했더니, 어떤 여성 유저분이 내 페북을 털어서 과거 발언들을 박제하셨다. (일명 메갈스러운글을 올리면) 여자들조차 비난하며 몰아가지 않나. 남자들은 당연하고. 당당해지기 어렵다는 건 안다. 나도 욕 들으면 눈물이 나려고 하고 주눅 드는 편이다. 그래도 같이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위축되고 주눅 드는 게 싫다. 실력 면에서도 다들 게임 충분히 잘 하고 남자들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자기 실력에 대해 검열하는 분들이 많다. 남자들은 안 그런다. 남자들은 못해도 남 탓을 하고, 힐러는 절대 안 한다. 모두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리리: 자신이 겪은 일이 개인적인 일인지, 아니면 모두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일인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자기가 겪는 일에 대해서 한 단어로 일축할 수 있는지도. 그건 전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니까.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여혐이라는 단어를 몰랐으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을 당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을 해야 하니까 힘들고, 개인적인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여혐을 겪었다이렇게 말하면 문제가 좀 더 확실히 보인다. 공부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자유지만.

 

감나무: 페미니즘을 해라. 답은 그것뿐이다.

 

9. 후기

 

리리: 이렇게 말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건 처음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계속 덮어두고 있다가 하나씩 이야기하니까 힘들기도 하다. 그래도 힘들어도 얘기를 해야 더 나아지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도 인터뷰 자리가 아니더라도 친구들끼리 이런 말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나무: 여대회담이라고 해서 요즘 대학생들이나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하였는데, 겜송이님의 (대학 게임 동아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성들만 모여 있는 곳은 좀 다른지 아니면 아직도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궁금했었는데, 아직은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걸 배우고 간다.

 

겜송이: 학내 커뮤니티만 봐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글을 올리면 또 시작한다’, ‘너네 남혐 좀 그만해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식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도 잘 모르니까 배워야겠다.

  1. 참고: 페미위키-오버워치 여성게이머 핵몰이 사건 (https://femiwiki.com/w/%EC%98%A4%EB%B2%84%EC%9B%8C%EC%B9%98_%EC%97%AC%EC%84%B1%EA%B2%8C%EC%9D%B4%EB%A8%B8_%ED%95%B5%EB%AA%B0%EC%9D%B4_%EC%82%AC%EA%B1%B4) [본문으로]
  2. 대학 E 스포츠 동아리 연합회 (http://e-cca.kr/) [본문으로]
  3. 넥슨이 배급 중인 온라인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와 사이퍼즈의 e스포츠 대회. 두 게임의 제작사인 네오플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본문으로]
  4. 참고: 페미위키-전국디바협회 항목 (https://femiwiki.com/w/%EC%A0%84%EA%B5%AD%EB%94%94%EB%B0%94%ED%98%91%ED%9A%8C) [본문으로]

책 읽어주는 나나

제2호 「P. K. 35

 

(출처 : 아마존프랑스)

레몽 장(1925-2012)은 단편집 벨라. B의 환상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이자 교수입니다. 우리는 벨라. B의 환상을 총 3호에 걸쳐서 살펴 볼 계획인데요. 오늘은 두 번째 단편, P. K. 35입니다.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던 즈음, 레몽 장은 엉뚱한 착상을 한다거나 신선한 자극을 안겨주는 작가로 평이 나있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을 잠시 살펴볼까요? “우리 주변에서는 논리성을 저버린 일들이 너무나 자주 일어난다. 다만 우리들이 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맞아요. 이 이야기는 논리성을 저버린 이야기에요. 그렇다고 그 논리성이라는 것이 논리적이라고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엉뚱하고 신선하다고도 하는데요, 글쎄요, 무엇이 엉뚱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일단 레몽이 보여주는 대로 폴의 증언을 먼저 들어볼거에요.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폴이 아닌 경찰의 관점에서 다시 보도록 해요. 

 

 

 

<P. K. 35>

 

이 일은 “35km 지점에서 일어났습니다. 그곳에서 희생자H. 는 히치하이크를 하는 두 여자를 발견합니다. 조금은 수상했지만, 이내 편협한 생각이었다며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 여자들은 아름다웠거든요. 그녀들을 태워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감사하다고도,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목적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서요. 그저 이름이 데지, 그리고 메이라는 것만 밝히고는 담배만 피워댔습니다. 이 여자들, “예의도 없었고 순수하지도 않았습니다. 폴은 짜증이 났지만, 두 여자의 몸매가 잘빠졌기에 그래도 참아봅니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두 여성들의 몸에 시선이 가 있는데요.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은 생각지도 못한 채 도톰한 입술과 풍만하고 탱탱한 가슴만 슬쩍슬쩍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메이가 그의 척추에 권총을 갖다 댑니다. “바로 그거야, 허튼수작 하지 마, 네 등에는 VW27구경 권총이 노리고 있어.” 그녀들은 차를 인적이 드문 작은 숲속으로 끌고 가, 폴에게 잠시 차에서 내려 풀밭에 누워 있으라고 요구합니다. 그는 용감하게도 지금의 이 우스꽝스러운 짓거리가 대체 무얼 하자는 것이며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알고 싶다고 대꾸를 하지만, 메이가 총알 한 발을 주저없이 그의 주변에 쏘아버리자 곧장 바닥에 누워 버립니다. 하지만 뒤이어 그의 두 손도 목 뒤로 놓으라고 또 명령을 하다니, 이거 아주 기분이 상해서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 바로 옆에 총알이 박힙니다. 공포에 질린 그는 그녀들의 말에 조용히 고분고분 따르기로 결심하지요.

 

(출처 : 유튜브)

 

그녀들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갑자기 옷이 싫증이 난다며 갖고 있던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가슴을 다 드러내기까지 하는데, 그는 포로인 주제에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얼이 빠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까지 하지요. 옷을 다 갈아입은 두 강도들은 이제 그의 옷까지 벗깁니다. 그의 티셔츠 뿐 아니라, 바지 주머니 안에 있는 모든 잡다한 물건들까지 다 빼내어 그의 차를 타고 사라져버립니다.

 

(출처 : 유튜브)

 

그는 강도들이 남겨준 바지와 구두, 담배 두 개비를 챙겨 도로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있을 긴급 전화박스를 찾아 헤매는데요. 그러나 겨우 찾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여자 목소리네요. 여자 경찰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그에게 다시 짜증이 치밀게 만든 모양입니다. 어쨌든 그는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고, 경찰 초소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 힘없는 발걸음을 질질 끌고 갑니다.

 

그가 초소에서 만난 경찰은 운동선수같이 건장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름다웠고 가슴도 엄청나게 커보였다고 합니다. 또 꼭 끼는 치마를 입은 탓에 그녀가 다리를 꼬려고 움직일 때마다 허벅지가 거리낌없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폴이 보기에 그녀에겐 분명 도발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여자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설명하자니, 비웃음을 면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쉽게 말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정말 이 여자에게 남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굴욕적인 사건을 털어놓는 것이 최선이란 말인가? 이런 외딴 초소에 위험하게 여자 혼자 있을 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잠깐, 옆방에서 타자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 아니네요. 그저 폴의 환상이었어요.

 

(출처 : 유튜브)

 

폴이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자, 경찰이 폴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며 어르자 그는 조금씩 사건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특히 무기들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저 대구경의 권총 한 자루밖에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계속 웃음을 짓고 있는데요. 이 웃음이 그에게는 아주 거슬렸다고 합니다. ‘나를 미치광이로 보는 걸까?’ 그녀는 계속해서 폴에게 세부적인 사항들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질문도, 대답도 하지 않으며 그가 말하는 것에 귀만 기울이며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점이 폴에게는 너무 이상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녀는 그를 횡설수설 지껄이는 정신병자로 생각하여 그의 말을 재미있게 듣고있음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는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가 몸을 일으켰지만 그녀가 입에 담배를 물고, 위압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 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하는 수없이 다시 앉아서 설명을 이어갔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여자경찰에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이처럼 털어놓아야만 한다는 것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앉으라고 지시했고, 그는 다시 한 번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말을 타는 것처럼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태도였겠지만, 그래도 그가 보는 앞에서 의자 위에 이렇게 말 탄 자세로 걸터앉아있다니요? 그녀는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고허벅지와 가슴이 두드러져 보이는 채로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외설스럽고 지나치리만큼 난잡스러워그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안되겠습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는 냅다 달렸습니다. 그녀가 그를 잡을 수 없게 한참을 힘껏 뛰었습니다. 결국 그는 며칠을 헤매고 나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폴이 말해준 이야기의 전부인데요. “그렇지만 그것이 사실이었을까?”

 

 

 

<기묘한 지점 P. K. 35>

 

결국 오늘도 좆뱀이었습니다. P. K. 35, 이 지점은 상당히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떠도는 두 명의 강도단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한데요. 종종 그녀들에게 당했다는 남자들이 근처의 전화박스로 저에게 전화를 걸어옵니다. 참 이상한 점은, 그들이 늘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겁니다. 오늘도 그곳에서 저에게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또 어떤 남자였는데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있는 경찰초소로 오는 길을 물었습니다. 20분이 지났을까, 그의 눈동자는 이미 빛을 잃었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겨우 이 곳에 다다른 것 같았습니다. 그는 지금 모든 것을 약탈당했고, 바지와 구두 외에는 입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창백했고, 두 팔은 유행에 맞게 단련되어 있었습니다. 유륜은 옅었고, 작게 동그란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낮게 튀어나온 유두 또한 아주 옅은 갈색이었고, 털 하나 없었습니다. 자연산 같은데요. 아주 행운이지요. 저런 가슴은 모든 남자가 원하는, 몇몇은 수술까지 감행하는 그런 모양입니다. 저렇게 예쁜 몸을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돌아다니는 걸까요.

 

그런데 이 남자, 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대기만 합니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 포기하기를 반복한 게 몇 번인지 몰라요. 한 마디도 완성할 줄을 모르기에 제가 잘 어르고 달래보았죠. 그러나 그가 우연히 제 가슴을 보더니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마치 그와 같은 사람, 즉 같은 성을 가진 경찰을 찾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능한 남경이 이런 외딴 초소에 있을 리는 만무하지요. 폴이 이해는 가지만, 본인의 망상으로 성별을 이유로 들어 저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역차별로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유튜브)

 

다행히 이 상처받은 남자에게 훈계를 둘 일은 없었습니다. 초소에 있는 경찰은 저 하나뿐이거든요. 저는 끝까지 친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에게 겁먹은, 특히 여자들에게 약탈까지 당한 직후의 남성을 대하는 법은 확실하니까요. 그를 안심시켜주고, 여자를 대할 때보다 더욱 부드럽고 온화하게 다루어야 하는 법이지요. 그러나 저의 이런 친절이 그의 신경을 더욱 자극한 듯 보였습니다. 그는 주로 제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았지만, 그러다가 제 가슴이나 허벅지가 보이면 깜짝 놀란 새끼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썩거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통 경찰이 아닙니다. 이런 낯선 곳에 있다 보면 어떤 상황에도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저는 그를 안심시키고,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반라로 이곳을 찾은 남자가 당한 일은 뻔했으니까요. 그는 평생 이 사실을 가능한 한 숨기며 수치스러운 상처로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옅은 미소를 잃지 않고, 다그치지도 않으며 가만히 있었죠. 마치 섬세한 작은 토끼를 다루는 것 처럼요. 이제 그에게는 그 수치스러운 사실을 저에게 말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제게 하나 둘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길을 떠도는 두 여성을 순순히 차에 태웠다고 합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 두 명을 차에 태운답니까? 남자가 짧은 옷을 입고 여자를 자기 차에 들인다면 결말은 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명백합니다. 이건 그냥 좆뱀질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순수하게 여자들에게 어떤 호의나 인정이라도 기대했다는 말인가요? 요즘 남자들은 약아 빠져서 여자들의 넘치는 성욕을 이용하지요. 제가 의심의 눈빛을 보내자 그는 갑자기 발끈하여, 그도 처음에는 그 사람들을 의심했었노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태웠단 말인가요? 믿을 수는 없었지만 저는 그에게 다그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어린 남자가 말을 꾸며댈까 염려스러워 가만히 있었습니다. 폴은 방금 그 말은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했던지, 갑자기 그녀들이 아름다웠었다고 둘러댑니다. 거리에서 모르는 두 여성을, 그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차에 태우는 남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더군다나 그는 혼자였고, 그 흔한 호신용 도구조차 하나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듯 저 또한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바로 이 점입니다. 그 강도들이 그의 옷을 다 벗겼는데, 그는 별 다른 일을 당하지 않고 바지를 돌려받아 왔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에는 남자들은, 정말 괘씸한 일이지만, 욕을 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연코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몹쓸 여자들이 불쌍한 희생자 한 명을 제압하고 옷을 벗겼는데, 그에게서 돈과 차만 빼앗아갔다니. 오늘날의 못된 여성들 중에도 그런 예의는 갖출 줄 아는, 숙녀 중의 숙녀가 존재했던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폴이 남자로서의 존엄성은 지키면서, 어떤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보상을 원하고 있다고 밖에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여러분들이 그의 섬세한 목선과 흥분하여 붉어졌지만 여전히 투명한 피부, 미성년같은 외모, 작지만 꼿꼿하게 선 젖꼭지를 보았다면요. 이 한 번도 더럽혀지지 않은 듯한 그의 몸을 보았다면 그 숙녀분들이 그냥 두고 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불쌍한 폴은 계속 말했습니다. “대구경의 권총으로 위협을 당했다고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자꾸 저를 힐끔 쳐다보며 제 눈치를 살핍니다. 제가 이 남자의 말을 믿기가 어려웠던 데에 한 몫 한 것은 바로 이런 태도 때문입니다. 그는 시종일관 사건의 요소를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제가 믿는지, 안 믿는지를 확인하려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도둑들에 대해 말할 때에는 매우 흥분하며 아름다웠다고 하며 바르르 떠는 것이, 확실히 제 정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작고 연약한 폴은 아마 당분간의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세상 경험이 적은 젊은 청년들을 능숙히 다루는 정신분석의를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두려움, 여성에 대한 어린 남자들의 두려움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고, 완치 사례도 금방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폴도 그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저는 점점 헛소리를 하는 이 남자가 짜증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보이는 얼굴과 젖꼭지가 꽤 귀여워 보이기는 했지만요. 우리 여자들은 그렇게 예쁜 외모를 하고 있더라도 성가시게 일을 방해하는 남자라면 단호히 혼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도 눈치를 챈 듯 뾰로통해져 자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조금은 당돌하기까지 한 이 남자를 잘만 구슬리면, P. K. 35의 비밀, 즉 요즘의 젊은 남자들의 비밀을 어느 정도 파악하여 그들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를 다시 앉혔습니다. 저는 인내를 갖고 그에게서 몇 가지 진실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늘어놓는 사건의 전말은 단편적으로 끊기거나 중단되고는 했으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마침내 점점 참을 수 없는 지경으로 이르러 소리치기 직전까지 화가 치밀자, 눈치 빠른 폴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저를 살피더니, 움찔거렸습니다. 이 남자도 도망가려는 모양이군요. 저는 기진맥진해져 더 이상 그의 일에 관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척 미소를 짓자, 폴은 있는 힘껏 자리를 박차 그 지점의 반대쪽으로 달려갔습니다.

 

P. K. 35, 이 지점은 참 기묘합니다. 젊은 총각들이 말을 지어대지만, 그들에겐 어떤 일관된 태도가 있습니다. 과연 실화일까요? 

 

(출처 : 유튜브)

 

 

 

<미러링에 대한 말말말>

 

메갈리안들이 하고 있는 미러링 스피치는 과거의 혐오발언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것에 해당된다. 혐오발언의 사용일 뿐 아니라 과거의 여성 혐오발언들을 언급하고 보여주고 전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러링 스피치에는 언어의 언급과 전시(display)의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혐오발언에 대한 언급의 측면이 존재하는 한, 메갈리안들의 혐오발언에 대한 '언급'을 일베를 비롯한 여성혐오 발언의 직접적인 '사용'과 혼동하는 것은 "사용과 언급을 혼동하는 오류"에 해당된다. 예를 들자면, "개새끼는 욕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가지고 "똑같이 개새끼라고 욕했군요"라고 하는 격이랄까. 따라서 이 주장은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언급의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유민석

 

한국 남성의 여성 지배와 성차별적 행태 전체가 이른바 미러링에 의해 효과적으로 고발되었다. ‘씹치남같은 단어는 그야말로 도발적이면서 신선하게 한국 남자의 섹슈얼리티와 콤플렉스를 적확히 치고 들어간 강렬한 풍자고 비판이었다.

-천정환

 

페미니즘은 어떠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어떠해야 한다와 같은 잣대를 만들어놓고 그녀들에게 도덕적 순수성과 논리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일이야말로 버틀러가 말한 '윤리적 폭력'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현재

 

 

 

<참고문헌>

 

레몽 장, 이인철 옮김, 오페라 택시』, 세계사, 1998.

이현재, 여성혐오 그 후, 우리가 만난 비체들, 들녘, 2016.

유민석, 혐오발언에 기생하기 : 메갈리아의 반란적인 발화, /성이론, Vol.33, pp.126-152, 2015.

천정환,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논쟁까지, 역사비평, Vol.116, pp.353-381, 2016.

위키페디아 프랑스, https://fr.wikipedia.org/wiki/Raymond_Jean

 

 




나나

“사내아이를 낳아야 했어, 그래야 그럭저럭 살아 나가기 쉽고, 이 파리에서 수많은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 말이야.”

내가 태어난 날 우리 엄마가 나를 보고 되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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