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장문복을 좋아할까?

By.광개토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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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시즌2가 시작됐다. 인기리에 마무리된 지난 시즌의 아성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와중, 프로그램을 둘러싼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바로 출연자 장문복에 대한 열광이다.

장문복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슈퍼스타k2에서 예선 탈락한 수많은 화제인물 중 한 명인 것. 그는 특이한 발성과 스킬로 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힙통령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후 머리를 길게 기른 그는 프로듀스 101시즌2의 연습생 중 한 명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도 그를 둘러싼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형이 밀어 줄 테니 열심히 하라는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장문복에게 감동했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에 화답하듯 엠넷 제작진은 장문복이 방송 이후 악플에 힘들어했단 요지의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장문복의 <프로듀스 101> 1분 PR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 작성자 분석

다른 참가자들의 PR영상에는 여성 작성자가 80에서 90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via.네이버tv <프로듀스 101> 



애초에 힙통령을 메이킹한 사람들이 엠넷 제작진임을 생각해보면 이런 포장은 괴상하기만 한데, 이런 제작진을 생각해보면 현재 장문복을 응원한다는 남자들이 장문복의 힙통령 영상을 비웃음거리로 삼는 데 가장 앞장섰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영 현실성 없지는 않은 듯하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왜 장문복을 응원하게 되었을까?

 

 


프로듀스 101이란 프로그램의 흥행을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극도의 경쟁 사회인 한국, 외모 자본주의 등 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여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을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독법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들을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를 포함해 평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프로듀스 101은 이미 한 번 소속사 오디션을 통해 걸러진 101명의 연습생들이 참여하고 시청자들의 호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이런 상상력이 가능하게 한 원동력 중 하나로 룸살롱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via.<프로듀스 101> 시즌1 1화



프로듀스 101시즌1의 오프닝에서 제작진은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일렬로 서 있는 그림을 제시한다. 그림 속 사람들은 서로 각양각색의 머리 모양, 의상을 입고 있다. 제작진은 이 중 11명만 남기고 가위로 자른다. 101명의 출연진과 11명의 데뷔확정 멤버를 설명하기 위한 이 그림은, 줄지어 선 여성들 중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는 룸살롱의 초이스 문화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엠넷 국장이자 담당 PD였던 한동철 PD남자들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발언을 참고한다면 제작진의 상상력에 룸살롱 문화가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프로듀스 101시즌1은 현재 방송에서 보기 드문 경쟁하는 어린 여성을 읽을 수 있는 텍스트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101명의 젊고(혹은 어리고) 예쁜 소녀들 중 내 입맛에 맞는 11명을 매일 골라 투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극도의 대상화 경험, 내가 선택해줘야 상대가 보상(데뷔)을 얻는 권력을 가지는 경험은 여성혐오 사회에서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누리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프로듀스 101시즌1은 이런 즐거움을 판매했다는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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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의 남성판, 즉 시즌2의 출범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즐거움을 여성 고객에게 판매하겠다는 제작진의 포고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 남성이 즐겨온 룸살롱문화의 미러링 버전이 시작된다고 느낄 수 있다. 기존 남성 아이돌과 여성 팬덤으로 대표되던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한 사회의 노골적인 폄하와 비웃음은 감히 여성 팬이 남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괘씸함에서 온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프듀 시즌2는 아주 노골적으로 나온다. 101명의 남성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마음껏 11명을 골라보라는 포맷은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지독한 물화에 반감을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사실, 여성이 남성을 대상화한다는 사실 자체에 반감을 준다. 남성 아이돌 팬덤에서 여성 팬이 남성 다수를 선택하고 그들이 데뷔할 수 있도록 권력을 부여해온 일은 종종 있었지만 남성들이 그것을 투명하게 관람해올 기회는 처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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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복은 아이돌로서의 재능이 있을까? 장문복의 기획사 오앤오는 타이미, 아웃사이더 등 랩퍼를 컨설팅하던 매니지먼트사다. 오앤오 엔터테인먼트의 첫 아이돌 기획이 장문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준 태도는 아이돌 지망생이라기보다 랩퍼에 가깝다. 다른 연습생들이 PR영상에서 국민 프로듀서들을 향해 애교 혹은 남성적(..) 매력 어필, 뽑아달라는 애원에 가까운 처절한 몸짓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그는 인터넷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던 어린 시절의 슬픔과 앞으로의 성공을 다짐하는 내용의 랩을 선보였다. 쇼미더머니가 아님에도 그는 랩을 잘 한다라거나 멋있다며 응원 받는다. 시즌1의 김소혜가 본래 연기자 데뷔를 준비했던 탓에 아이돌로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들며 다른 참가자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는다고 비판받았던 일과 비교된다.



장문복에 대한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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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복의 아이돌로서의 무재능은 축복이고 캐릭터다. 남자들은 그가 여성을 즐겁게 해줄 수 없을 것 같기에 응원하고, 계속해서 그가 불쌍하다며 소환한다. 장문복이 인터넷에서 조롱받았던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서 아이돌로 성공해야한다는 주장은 그에 대한 모욕이다. 과거의 고통을 여성 팬이 보상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장문복에게 보상해야한다면 충분한 설명 없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슈퍼스타k2의 제작진이고, 그에게 악성 댓글을 남겼던 사람들이다. 남자들은 정말로 장문복을 좋아하는가? 그저 성공한 찌질이 신화에 자신을 대입하기 위해서, 혹은 여성이 남성을 대상화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장문복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점은 장문복을 둘러싼 크고 작은 소모전을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기꺼이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다.


 

 

via.<프로듀스 101> 시즌2 1화



앞서도 짚었지만 프로듀스 101시즌 1남성을 위한 건전한 야동을 목표로 만든 콘텐츠다. 시즌2는 어떨까? 메인MC이자 국민 프로듀서 대표를 맡은 보아는 대단한 경력을 가진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다. 노련한 눈썰미까지 겸비한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검토한다. 그런 보아를 향한 참가자들의 시선은 장문복의 그렇게 예쁜 얼굴로 독설을 하신다는 말로 요약된다. 연습생들에게는 절대적인 갑이자 까마득한 실력자인 대표 프로듀서마저도 여성이라는 기호 앞에서 대상화된다. 연습생들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도 여성일 경우 헤어스타일에 따라 아기 같다는 말로 평가당하고, 엄하게 혼을 내도 예쁘다, 사귀고 싶다는 말을 제자인 연습생들에게 듣는다. 제작진이 프로그램 잠정 시청자의 성별을 무엇으로 상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프로듀스 101시즌2를 통해 데뷔할 남자 아이돌 그룹의 주 타겟층이 여성인지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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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시즌2가 우리에게 남길 의의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참가자 박성우가 군필이라는 사실에 열광하거나, 상품으로 군 면제를 걸면 잘 될 것이라 훈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을 누리는 콘텐츠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확실해 보인다. 과연 프로듀스 101시즌2여성을 위한 건전한 야동이 될 수 있을까?





   필자 광개토.

광개토대왕님 만큼이나 넓은 (덕질영역을 자랑하는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 덕후

최근의 즐거움은 NCT와 아이유입니다.  

여자 아이돌, 야동이거나 상품이거나.

by.광개토

 

 


한국의 미디어 제작자들은 여자 아이돌을 사람으로 대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Mnet <프로듀스 101>을 제작한 한동철 피디는 지난 7월 잡지 <하이컷>에서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을 만들어주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인터뷰했다. 그 말을 반증이라도 하는 듯, <프로듀스 101>의 참가자들은 교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온갖 대상화의 시선에 재단당해야 했다. 한동철 피디는 논란이 가중되자 의도가 잘못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한동철 피디는 어찌 보면 피디다운 명철함을 지닌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 아이돌은 야동이거나 상품이다.

최창수 피디가 이끌고 있는 JTBC <아는 형님>723일 러블리즈 편에서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케이와 프로그램 패널 강호동이 각각 데이트에 늦은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 역을 맡아 연기하는 모습을 내보낸다. 상황극에서 강호동은 죽고 싶어?’라는 협박과 함께 폭력을 휘두를 것 같은 위협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에 케이는 강호동의 손을 잡으며 애교를 선보인다. 마치 데이트 폭력 현장을 재현한 듯한 모습임에도 이 장면은 방송 후 케이의 애교에 집중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편 SBS는 남성 패널들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결정한다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꽃놀이패>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프로그램은 남성 패널 간 시청자 인기투표를 진행해 상위 랭크인 패널을 꽃길이라고 부르는 호화 여행길에, 하위 랭크인 패널을 흙길이라고 부르는 힘든 여행길에 서게 한다. 꽃길인 편안한 여행 코스 중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와 노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기가 많은 남성은 미모의 어린 여성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갖는다.

여자 아이돌은 데이트 폭력을 행사하려는 남자에게 화를 풀어주려 목숨을 건 애교를 부리거나, 인기 많은 남성의 승리의 트로피가 된다. 이 두 가지 소비 방식에서 벗어난 여자 아이돌은 찾기 어렵다. 한국 여성 아이돌의 시초인 S.E.S.가 데뷔한 지 약 20년이 지났고, 카라의 전 멤버 강지영이 SBS <라디오 스타>에서 애교 강요에 눈물을 쏟은 지 3년이다. 한국의 미디어 제작자들은 여자 아이돌을 사람으로 대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 나혜석_저것이 무엇인고_신여자 제2호_목판화_1920 )

1920년대, 사회에 나온 첫 여성인 신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이 아닌

잠재적 연애대상이었다.


 

 

나이 어리고 예쁜 여자에 대한 혐오적 시선을 대중 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남성뿐이던 회사에 나타난 여자직원의 역할을 알 수 없어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아직도 여름이면 여성들의 옷차림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며 히잡을 씌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들은 그간 자신의 세계에 있던 두 종류의 여성-어머니로 대표되는 가족여성 혹은 창녀로 대표되는 성적 대상화된 여성-외의 여성을 낯설어 한다. 여성을 사람으로 대한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앞에 나타난 인간인 여성을 자기들이 아는 여성인 여자 친구 혹은 창녀로 읽으려 든다.

이런 사회적 풍조는 고스란히 대중 미디어에 투영된다. 특히 성 상품화와 대상화에 대한 담론이 끊기다시피 한 한국 여자 아이돌은 더욱 쉽게 노출된다. 무대에서는 섹시 디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왈가닥의 대명사였던 이효리가 결혼 후 참한 주부로 그려지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나이 어리고 예쁜 여자에 대한 혐오적 시선을 대중 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걸스피릿>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14년 데뷔한 걸그룹 마마무는 음오아예발표 후 걸크러쉬의 대명사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눈에 반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였더라라는 내용의 가사와 뮤비는 여성 팬층을 확고히 했다. ‘걸그룹이라도 여성팬을 붙잡아야 한다. 그러면 남성팬은 자연스레 따라온다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말처럼, 성별을 막론하고 아이돌 그룹 기획자들은 여성 팬층을 붙잡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어도 아이돌 시장에서 여성은 중요한 고객인 것이다.

팬 대부분이 여성인 아이돌을 기용하면서도 아이돌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는 제작자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기만적 행동이다. 팬들은 그저 방송의 꽃, 방송의 활력소, 방송의 장식 역할에 그치는 내 아이돌의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팬들의 화력(시청율, 인터넷 내 입소문 등)을 기대하며 아이돌 게스트를 섭외하면서, 아이돌과 팬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기울어진 성 역할을 여실히 드러내는 프로그램은 콘텐츠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재미도 없다. <12>에서 무대 의상인 양말까지 신은 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남성 패널을 위한 노래와 춤, 애교를 부리는 트와이스의 모습은 군부대 앞에서 공연하는 걸그룹 이상의 감흥을 주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아는 형님> 속 강호동의 모습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뿐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자라면 어떤 웃음이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지 아는 기민함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현 한국에서 폭력과 성적 대상화가 무해한 웃음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에 맞춰, JTBC는 최근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본 적 없는 걸그룹 멤버들이 1위를 놓고 노래 실력을 경쟁하는 방송 <걸스피릿>을 내놓았다. 아이돌 시장의 포화로 노래할 무대가 줄어든 여자 아이돌들을 위해, <걸스피릿>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졌던 경쟁에 어린 여자들이 뛰어든다는 점에서 <걸스피릿>은 최근 나온 예능 방송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경쟁에 참여하는 12명의 아이돌 역시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을 숨기지 않는다. 야동도 상품도 아닌 목소리를 내는 여자 아이돌’, ‘질투가 아닌, 경쟁하는 여자 아이돌의 등장을 기쁘게 응원한다.  

 

 

필자 광개토.

광개토대왕님 만큼이나 넓은 (덕질) 영역을 자랑하는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 덕후

최근의 즐거움은 세일러문 크리스탈과 오마이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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