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각잡기 전에 먼저 한 눈에 훑어보자

페미타쿠


  단권에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 있다면? 물론 어떤 학문이든 그런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짧은 분량으로 잘 정리한 글을 분별해서 볼 수는 있다. 여러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 처음부터 심도 있게 공부하기는 어려운 사람들,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싶은데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들, 지금부터 쓸 소개글은 이런 이들을 위한 것이다.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 지 잘 정리가 안 되는 독자들은 지금부터 나올 책들에 주목해보기 바란다.

 


(▲'젠더와 사회' 표지, ©알라딘)


2010년대 여성주의 프리즘, <젠더와 사회>

  <젠더와 사회>는 여성주의 쟁점을 단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단권에 한국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페미니즘의 쟁점과 정보는 거의 다 수록되어 있다. 젠더의 의미나 연구방법을 다루는 이론적 주제부터,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인 현상을 다루는 주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한 챕터 마지막에 더 읽어보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한 주제를 깊이 읽고 싶을 때 요긴하다. 페미니즘 역사를 정리한 연대표(54-57)와 같이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표나 그림도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전에 소개했던 <새 여성학 강의>도 여러 가지 쟁점을 다루고 있었지만, 그와 구분해 이 책이 갖는 장점은 특히 최근에 출판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2010년대에 나온 이슈들에 집중하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게 하자는 의의를 갖고 있으며, 모든 성별이 성차별 운동에 힘써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독자들이 겪는 최근의 여성혐오 실태와 이 책의 이슈들을 비교하고 적용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 표지, ©알라딘)


여성주의 자세히 들여다보기,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젠더와 사회>처럼 굵직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주제가 세분화되어 생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각 전문가들의 견해를 깊이 읽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도 비교적 최근에 논란이 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성의 정치 진출, 트랜스 젠더, 성노동자, 동성애-성매매-에이즈, 동성 서사를 욕망하는 여자들에 대해 논한다. 이 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하이브리드 인문학 총서중 하나인데, 그 중에는 <남성성과 젠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남성성을 주제로 여러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함께 읽어볼 만 하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는 절판되었지만 도서관에서 쉽게 빌려볼 수 있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표지, ©알라딘)


더 깊이 여성 혐오를 다룬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여성 혐오를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 책 또한 <성의 정치 성의 권리>처럼 주제가 세분화 되어 있다. 여성 혐오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일베부터, 역차별, 젠더 무의식, 언어 재현, 퀴어/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다룬다. 작년에 여성 혐오개념이 한국 온라인에 부상하면서 그 흐름을 타고 출간된 책이기에 온라인으로 여성 혐오 이슈를 다수 접한 독자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쓰여있다. 정희진의 김치녀와 벌거벗은 임금님들 : 온라인 공간의 여성 혐오는 온라인 공간에서 재현되는 많은 양상의 여성 혐오를 짚는다. 정희진은 앞서 소개한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이며 여성학자로서 활발히 저술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가 쓴 글들을 모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성주의는 사회의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새로운 화제를 발견해도 또 다른 화제가 눈에 짚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주의를 이해하려는 독자들은 각각의 화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느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책들을 읽다 보면 여성주의적으로 조금 더 윤리적인 방향이 무엇인지, 차별과 혐오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자신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본인만의 의견이 생기면 공부하는 재미가 생기고, 그 재미가 본인의 무기가 된다.

  나를 포함한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참고도서-

이남희 외, 『젠더와 사회』, 동녘, 2014

권김현영 외,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자음과모음, 2012

윤보라 외,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현실문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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