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의 여성혐오와 3세계 페미니즘

페미타쿠


 

페미니즘은 단 하나의 갈래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말하느냐, 누가 경험하느냐에 따라 맥락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1세계3세계는 향유하고 있는 문화가 다르고 ‘백인비백인이 처한 상황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주로 백인 여성들을 위해 진행되어오던 서구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3세계라고 칭해지는 이슬람 문화권에 관한 페미니즘을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슬람 문화권이 거리상으로 한국과 가깝지 않고, 이슬람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당장은 생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이슬람교는 다분히 윤리적이지 않고 여성혐오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종교가 토대가 되어 여성차별의 정서가 그들의 문화 속에 곳곳이 스며있다. 밑의 책들이 문제제기하며 설명하는 쟁점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유효한 지점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책들을 읽어본다면 문화상대주의로 덧입혀져 보이지 않던 이슬람교의 소수자 탄압과 비윤리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표지, ©알라딘)


혐오와 테러는 명백히 종교의 문제,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이슬람교에 대해서 논의할 때, 특히 종교가 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것은 서구중심적인 생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움츠러든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이런 분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이슬람교에 대해 비판을 시도한다. 저자는 목숨을 무릅쓰고 이슬람교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위협을 받는 이유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종교적인 문제제기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이 안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구는 인종차별과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슬람교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려 들지만, 저자는 이슬람교가 자행하는 종교적인폐해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순교행위라는 이름의 자살폭탄테러는 이슬람 문화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이슬람교의 교리와 긴밀한 연관이 있으며, 특히 이슬람교는 여성과 소수자를 가혹하게 억압하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그 문화권에서 살았으며 한 때는 독실한 신자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이슬람 문화권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한다. 이슬람교에 몸담고 있을 때 직접 눈으로 목격했던 폭력적인 사례들과, 지금 외국에서 배교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혼란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생생히 전해질 것이다.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표지, ©알라딘)


이슬람 여성 문제는 꼭 논의되어야 할 문제,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은 이슬람교의 문제들을 제재 중심별로 분석했다. 저자 오은경은 이슬람교에 배어있는 여성혐오적·비윤리적 문제들을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가부장제의 체계를 지키기 위해 남성들의 민족주의이념에 여성들이 희생당했으며, 여성에게 재생산의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여성을 희생시켰는가로 처음을 시작한다. 그리고나서 신여성이 등장한 배경과 당시에 어떤 가능성을 지녔는지 살펴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 하는 신여성의 모습을 문학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인으로 비교문학을 연구했으며, 예시된 문학 텍스트들은 한국의 192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는 신여성들의 문학과 비교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 흥미롭다.

  이외에도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베일을 남성의 페티시즘과 관련해서 조명하고, 명예살인과 여성 할례와 같이 여성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다루거나 훼손하는 문제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후반부로 가면 각성한 여성들이 남성적 민족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이슬람 페미니즘’, ‘3세계 페미니즘’, ‘탈식민주의라는 이름하에 정의된 용어들은 어떤 식으로 논의가 되었는가와 같이 비교적 근현대의 쟁점들도 정리되어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전쟁을 가져와 한국의 역사도 이슬람 문화권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이며 마무리한다.

저자는 이슬람 문화권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여성 일반으로서 볼 수 있는 성차별적 문제들을 총망라한다. 국가와 민족주의에 의한 여성 문제는 초국가적인 문제임을 시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여성에게는 국가가 없다는 말을 공감케 한다.

 

 

마치며

 

이슬람 문화는 낯선 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종교민족주의의 이름하에 희생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비단 남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들을 접하면 보다 체계적으로 이슬람의 문제들을 바라보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아얀 히르시 알리, 이정민 옮김,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 책담, 2016

오은경, 이슬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시대의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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