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특집> 언냐들, 이거 나만 불편해?

 

 

  "대학가가 '여혐'의 불바다가 되었다."

  지난 3,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편집위원회가 여성혐오 발언을 제보 받아 대자보를 작성했다. 해당 자보에는 ○○,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좀 해봐.”, “여자는 똑똑하면 남자한테 인기가 없어. (중략) 조금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한테 사랑받지.” 등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들었던 교수들의 성차별성희롱 발언들이 쓰여 있었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대자보 ©데일리안)  

 

 

  그런가 하면 국민대, 고려대, 경희대,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 등 서울의 유수한 대학들에서 연쇄적으로 불거진 대학교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 성폭력 사건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원색적인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남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최근 온라인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희대 대나무숲 사건의 경우, 피해자 신지윤씨는 가혹행위를 가한 선배의 성별을 물어봤다는 이유로 신상정보가 유출되고 각종 협박과 욕설에 시달리는 등 전교생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확실히, 대학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개강시즌을 맞아, <월간여기>대학 내 여성문제를 주제로 제3차 여대회담을 진행하였다. 특히 남녀공학은 구성원 성비 특성상, 간접적인 성폭력이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남녀공학 출신, 그 중에서도 학내 여성 기구 운영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토론진을 구성하였다. 각 대학 내 여성혐오 분위기 실태와 학내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 여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의 운영상황, 그리고 대학 내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스탠스에 대해 저마다 할 말이 많은 대담자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답답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마무리를 맺었던 페르가즘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거기, 페미니즘을 힐난하기 위해 오늘도 어슬렁거리는 당신! 긴장하시라. 그들이 몰려오고 있으니까. (쿵쾅쿵쾅)

 

 

제3차 여대회담 : 여대생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 대학 내 여성문제

회담 진행: 최존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카멜리아 : 차기 검찰총장을 꿈꾸며, 성균관대학교에서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

이연 : 서울교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교직에 몸담고 있다.

옥지은 :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장이다.

GODDESS : 숙명여자대학교 LCB외식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Q. 요새 대학 교/강사들의 성차별성희롱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교수나 강사의 성차별 발언을 직접 들어본 적 있는가?

 

카멜리아: 지난 학기 수강한 경제학 수업에서였다.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하고 맨날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후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그러면서 항상 하는 말이 아빠는 돈을 버니까 괜찮고, 엄마는 돈을 벌지 않으니까 엄마의 노후준비는 꼼꼼한 딸들이 꼭 챙겨줘야 된다. 딸들이 꼼꼼하니까 그래야 된다.”였다. ‘여자들은 꼼꼼하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꼼꼼하지 않으면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부인을 언급했는데, ‘이대 출신에 박사 학위까지 받은 여자인데 운전도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대단한 복부인, 재테크의 여왕이라면서 너희들도 재테크에 능숙한 지혜로운 여성이 되어라.”라고 했다. 대학 다니면서 들었던 가장 가시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이었다.

GODDESS: 새내기 때였다. 대학교 수업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고 설렜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남성들은 이성적이고 여성들은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순간, ‘여기 여대 아닌가?’ 하고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대면 이런 부분에 민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옥지은: 작년에 학교에서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다. 학교 신문인 <대학주보>에 한 학생이 제보를 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심리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여자들은 집에서 애를 보지 않고 금테 안경 끼고 밖에 나가서 일하는 여자들이며, 그 순간부터 그 (여자의) 애들 인생은 망한 거다.”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카멜리아: 최악이다.

옥지은: 그 외에도 엄마 없이 자란 애들은 어딜 가도 티가 난다’, ‘남성은 여성이 밖에 나가지 않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아빠도 아이를 돌볼 수 있지만 엄마만큼은 못한다. 모성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은 남성이 할 일이지, 여성의 영역이 아니다와 같은 이야기들을 자주 했다고 한다. 결국 이 교수님은 해임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총여학생회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시간에 비슷한 발언들을 들은 적이 있는지 혹은 성희롱/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간단하게 조사를 했다. 교수님이 예쁜 학생들만 좋아한다’, ‘외국인 교수님이 (여학생들한테) 사적으로 연락한다’,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아서 평생 겁만 가지고 살기 때문에 시집가서 구박받는 거다’, 특정 여학생한테 너 밤일 나가니?’라고 하는 등 다양한 대답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학년 때였는지 3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전공수업에서 교수님이 남편과 사별한 여성을 비하하는 과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기억난다.

최존: 총여학생회에서 조사하기 전까지는 교/강사들의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공론화되지 않았나?

옥지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퍼졌을 수 있지만, 한 번도 공론화된 적은 없었다. 이렇게 (성차별 발언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작년 심리학 수업 사건이 처음이었다. 그 교수님은 문제의 발언뿐만 아니라 굉장히 권위적이고 수업 진행에 있어서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많이 보였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쌓인 상태였고, 한 용기 있는 남학생이 제보를 해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최존: 제보자가 남학생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었지만 성차별 발언의 경우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여학생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은 왜 제보하지 못했을까? 경희대는 총여학생회가 있으니까 총여학생회에 알려서 가시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옥지은: 나도 궁금하다. (웃음) 확실히 수강생들 사이에서 (당 사건이) 논란이었다고는 하더라. 그 교수님이 굉장히 오랫동안 당 수업을 진행해오셨고, 불만이 누적되다가 결국 터졌던 걸로 보인다. 총여학생회에 얘기를 안 해주신 건 나도 아쉽다고 생각한다.

최존: 교대는 여학생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GODDESS의 경우처럼 여대임에도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교/강사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나 교대생이나 교사는 교사는 일등 신붓감’, ‘여자는 교사가 최고야등의 성차별 발언 대상으로 자주 오른다. 그러한 발언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가?

이연: (재학 당시) 강의 중에는 딱히 성차별 발언을 들은 기억은 없다. 내가 잘 까먹는 편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진행자가) 아까 말했듯이 교대생이라고 밝히면, ‘시집 잘 가겠다’, ‘신붓감 1위네와 같은 말을 자주 들었는데, 정말 싫었다. 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 들어간 건데 마치 결혼하기 위해 교대에 들어간 것처럼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이 성차별적인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해왔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고, 다른 직업에 비해 여가시간도 많은데다 임신과 출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될 우려도 없으니까 들을 때마다 짜증나긴 하지만 (위의 발언들이) 사회적 맥락에서 동떨어진, 막연한 성차별 발언인 것 같지는 않다.

카멜리아: 그렇지만 그러한 말들의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그 말을 듣는 교대 다니는 여학생들이 당연히 결혼을 하고 애를 낳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선택할 문제인데, 당연히 결혼하고, 당연히 임신하고 출산할 거라고 정해놓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이연: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수님들로부터 딱히 성차별 발언을 들은 적은 없다. 그렇지만 다른 학교의 경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의 굉장히 저명한 교수가 남학생들만 모아놓고 자신이 해외 출장 나가서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돈 많이 벌면 (나처럼) 여자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 내게 이 얘기를 해준 학생 말에 따르면, 그의 동기들 사이에서 여자를 (물건처럼) 평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능력은 있지만 상식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감성 면에서는 결여된 남자들이 그런 (성차별적인) 생각을 많이 갖는 것 같다.

카멜리아: 상식이나 감성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사회가 성차별적 분위기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유명한 짤들 있지 않나. ‘재밌는 교훈이라면서 ‘10분만 더 공부하면 여자친구/마누라 얼굴이 바뀐다와 같은. 이런 식으로 성공한 남성에게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보상처럼 따라올 것이다라고 사회가 주입하고 있다. 의대면 최고의 학벌 중 하나가 아닌가. 그 사람들이 상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식이 그렇게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존: 우리 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개체가 아닌, 남자들의 성공을 위한 보상으로 여긴다는 것인가?

카멜리아: 그렇다. ‘성공하면 예쁜 여자, 매력적인 여자랑 잘 수 있어류의 생각들. (여성을) 무슨 게임 퀘스트에 대한 보상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소위 성공한남성들의 변태 행위에 대한 얘기를 적지 않게 듣는 편인데, 아마 그들은 내가 이렇게 높은 위치까지 올랐으니 여자들을 아무리 함부로 대하고 미친X같이 굴어도 사회는 용인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GODDESS: 맞다. 범죄를 일으킨 게 분명해도 봐주지 않나? 의대생이 몰카찍으면 의사의 꿈이 좌절돼선 안 되니까 봐주자면서.

카멜리아: 판례를 조사하는 게 과제여서 보던 중 정말 어이없는 경우를 봤다. 강간미수 사건이었는데, 가해자가 모 대학 법대생이었다. 판결문에 나와 있는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을 그대로 얘기해보자면, ‘법대생이므로 그 남자가 법을 오인했을 리 없다. , 법을 잘 배워나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강간미수)을 벌일 일이 없다.’가 있었다. 결국 가해자가 기소유예로 석방되었는지 무죄판결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끝난 사건들이 꽤 있다.

GODDESS: (카멜리아가) 여성이 액세서리로 인식되는 게 어렸을 때부터 사회로부터 그러한 생각을 주입받고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 정말 공감하는 게, 요즘 대중가요 가사들을 보면 내가 성공해서 버스에 여자들 가득 태워서 돌아오겠다’, ‘내가 너무 멋져서 여자들이 다리를 벌린다이런 식이다. 저런 가사 싫다고 하면 예민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힙합이 원래 이런 건데, 너무 예민하신 것 아닌가요?”

카멜리아: 너 메갈하니? (웃음)

GODDESS: 이런 게 정말 사소해 보이지만, 사람들 인식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행사한다. 앞으로 이런 콘텐츠들을 많이 지적하고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대,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 발언 내용 ©동아닷컴, 한국일보)

 

 

Q. 성차별 발언은 강단에서뿐만 아니라 같은 학우끼리도 행해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대학 단톡방 성폭력 사건이나 에브리타임, 각종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여성혐오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 그 예다.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나 동기 단톡방에서 성차별 발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GODDESS: 숙대 커뮤니티에서 있던 일이다. ‘남자친구가 ROTC 후보생인데, 여대 ROTC 후보생들은 힘든 일도 잘 안하려 하고, 남자들보다 성취 기준도 낮은데 여대라고 점수를 잘 받는다. 그래서 어이가 없다.’라는 글을 누가 작성했다. 반박댓글을 달았는데, ‘근데 여대가 ROTC 1위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라는 작성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게 이상한 일인가? 그 외에도 회사에서 성희롱이 종종 일어나고 있지만, 하나하나 따지려 들지 말고 어느 정도 참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글도 봤다.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문제 삼으니까 여자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이러니까 여자들은 안 돼라는 말이나 듣는 거 아니냐면서, 사회에 어느 정도 맞춰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다.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카멜리아: GODDESS가 말한 것과 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한 여학우가 학교 대나무숲에 여잔데 ROTC가 하고 싶다. 군필인 남자친구에게도 말했는데, 그가 군대는 여자들이 갈 곳이 못 된다고 힘들 거라면서 하지 말라더라. 근데 정말 ROTC가 되고 싶다. 남성분들, 여자친구가 군인이면 싫나요?’라는 내용의 질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대나무숲 페이지 관리자가 달은 댓글이 아주 가관이었는데, ‘여자 ROTC 후보생들 많이 아는데, 걔네들은 어떠한 사명감으로 ROTC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스펙 한 줄 더 추가하고, 여자 ROTC 타이틀 하나 따서 그 뽕에 취하려는 애들이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만약 사명감이 있었다면 사관학교를 갔어야죠. 왜 성대에 왔나요?’라고 추가로 또 복장 터지는 소리를 하더라. 교내 ROTC, 특히 ROTC 여학우분들의 항의가 빗발쳤는데, 어떠한 사과문도 없이, 그냥 논란이 되어서 댓글을 지웠다며 문제 댓글만 쏙 지우더라. 그 뿐만이 아니다. 대나무숲 제보 중에는 여성혐오적인 것도 많은데, 그러한 내용에 대한 필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누군가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그 사람들을 차단하고 글을 삭제해버리기 일쑤다. ‘남녀 분란글은 무조건 필터링을 하겠다는 원칙을 7월부터 세워놓고선 페미니즘 내용의 제보는 다 거르고 여성혐오적인 제보는 올린다. 감수성이 빻아서그런 건지, 아니면 일부러 싸워보자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문제제기 하러 달려가서 뭐라고 하면 바로 (해당 내용을) 삭제하긴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아무런 사과나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GODDESS: 살면서 정말 많은 여성혐오 글을 봤는데, 그럴 때는 절대 남녀 분란 조장글이라고 욕을 먹지 않았다. ‘요즘 여자들이 정말 문제입니다. 요즘 여자들은 어쩌고저쩌고라고 해도 절대 욕먹지 않고, 오히려 맞아요. 솔직히 다 맞는 말들이런 식의 동조하는 댓글들이 달리더라. 여자들조차 맞아. 요즘 여자들 개념 없는 게 사실이지.’ 이러고.

카멜리아: ‘나도 여자지만~.’ (웃음)

GODDESS: 그러다가 한번쯤 남자들에 대해 지적하는 글이 나오면 남녀 분란 조장글이라는 둥, 메갈이 쓴 게 틀림없다는 둥, 당장 내려야 한다는 둥.

카멜리아: 동아리 회식자리에서도 문제가 있다. 0으로 시작하는 학번의 선배들이 1학년 여자애들을 앉혀놓고 술을 엄청나게 먹인다. 회식하는 날이면 그 여자애들 휴대폰이 터질 때까지 술 같이 마셔달라고 전화를 하고, 자신들에게 술 따르라고 시킨다더라. 거의 접대부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 여학생을 술자리의 꽃으로 취급한다고 들었다.

옥지은: 어떤 동아리 같은 경우는 요즘 계속 단톡방 사건이 터지니까 남자애들이 , 이 단톡방 보여주면 안 된다면서 단톡방을 안 보여준다고 한다. 내게 이 얘기를 해준 친구는 아마 그 단톡방에도 그런 (성폭력적인)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더라.

최존: 대학교 단톡방 내 성폭력 발언 사건들이 최근 뜨거운 이슈이지 않았나. 남학생들이 ,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이거 범죄구나.’라고 반성하며 자정하는 것인지,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뿐인데,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GODDESS: 그들은 아예 (성폭언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네들끼리 음담패설하는 거고, 여자들도 남자들 없을 때 야한 얘기하지 않느냐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이걸 범죄라고 하지? 다른 남자들도 다 하는 건데?’, ‘걔네가 재수 없게 들킨 거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분위기 상) 그렇게 말해야하는 것 같으니까 잘못된 거지만, 남자들 사이에선 어쩔 수 없다. 같이 동조하지 않으면 씹선비라고 욕먹게 되고.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허세 부리는 거다. (성폭언은) 모든 애들이 하는 거라서 이걸 막거나 고칠 수 없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된다.’라고 얘기하더라. 이걸 정말 진지하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해선 안 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여자들 중에서도 이게 왜? 다른 사람들도 다 하지 않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카멜리아: 굉장히 충격 받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서강대 사건이 터졌을 때였다. 평소에 젠더 감수성이 있다고 생각한 남자 과동기와 얘기를 했는데, 내가 걔네 완전 쓰레기들이야. 우리 과 남자 단톡도 그러고 남을 거 같아. 우리 과 남톡도 털어서 박제해갖고 창피한 줄 알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이게 뭐가 문제야. 걔네들이 범죄의 목적을 갖고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얘기하는 건데라고 하더라. 특정 여성을 저격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굉장히 성차별적이고 여자를 성적 객체화하는 발언 자체가 문제인데.

GODDESS: 국민대 사건이 터졌을 때도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카톡방 성폭언도 그렇고, 더 나아가서 몰래카메라도 당사자만 모르면 범죄가 아니라고, 성희롱의 영어 정의를 가져와서 얘기하더라.

 

 

(이미지 출처 = ©Berry College)

 

Q. 학교에서 여성학 수업 혹은 젠더 관련 수업이 개설되어 있는가?

 

GODDESS: (여성학 수업이) 개설은 되어 있는데, 굉장히 부족하다. 매 학기마다 열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안타깝다. 여성학과 관련된 수업도 적은 편이고. 이화여대 다니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여성학 수업이 굉장히 많더라. ‘여성과 ~’, ‘여성의 ~’ 이런 식으로. 필수로 들어야 되는 수업도 있고.

카멜리아: 내 친구도 이대를 다니는데, 교양 과목 마지막 단원은 꼭 여성학 얘기가 나온다고 하더라. 친구가 하는 말이 이대에서 교양 들으면 기---여성학이라고. 그런데 그렇게 가르쳐도 못 알아먹는 사람들도 참 많은 것 같다. 여성학 수업만 해서 신물 난다고. 여성학 수업은 해도 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교양은 기---페미니즘이라 힘들고 재미없다’, ‘맨날 똑같은 말만 한다는 식의 반응들도 더러 있다고 하더라.

최존: (페미니즘이) 여성과 굉장히 밀접한 학문인데도 재미없고 불필요하게 느끼는 것은 본인이 페미니즘 이슈와 무관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카멜리아: 그렇기도 하지만,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은 늘 예민하게 취급받고, 어떤 자리에서는 불청객처럼 여겨지지 않는가. 그런 것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여성도 여성혐오를 하듯이,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서이거나, 남성우월적인 사상에 너무 젖어있기 때문에, 혹은 문제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자체가 젠더 감수성이 매우 낮으니까.

GODDESS: 성차별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 그건 너무 극단적인 거 아냐?’, ‘현실에 없는 얘기 아니야?’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성차별을 당해도 당하는 줄 모른다. 그게 성차별인지를 모르니까. , 요즘에는 페미니즘을 말하는 여자들을 남자한테 사랑 못 받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현실에 불만이 많은 메퇘지라고 프레이밍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매우 팽배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을 저렇게 몰아버리면, 그런 이미지를 갖기 싫으니까 피하는 것도 있을 거다. 아까 말한 이대 친구가 여성학 수업을 듣다 보니 관심이 생겨서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었는데, 남들이 보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할지 몰라서 그 책을 숨겼다고 하더라.

최존: 성균관대나 경희대, 서울교대는 여성과 관련한 수업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연: 없다.

카멜리아: 필수로 듣는 교양 중에는 없는 것 같다. 전공 수업 중에는 두 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 여성학 연계전공이 있긴 하지만, 한 학기에 한 두 개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젠더의식과 관련한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지정해야 대학생들이라도 문제의식을 가질 텐데, 안타깝다.

옥지은: 10학번이라 요새는 어떤지 잘은 모르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작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여성학 수업이 그나마 한 학기에 한 개 정도 선택교양으로 열린다. 그거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사회학과에 여성학 관련 수업이 있다고 해서 들으러 갔다가 오티를 듣고선 젠더 의식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여 수강 신청을 취소했던 기억이 있다.

GODDESS: 여성학 수업들이 있다고 해도 그걸 가르치시는 분들이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숙대도 그런 강사가 있다고 들었다.

최존: /강사들이 젠더 감수성이 없다는 것인가.

카멜리아: 여성이나 젠더 관련 수업들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다른 비인기 과목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인기가 없으면 듣는 애들도 별로 없고, 담당하는 교수님도 없고. 강사만 맨날 바뀌는데, 그러다보니 수업의 질이 좋아지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더 안 듣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GODDESS: 숙대는 수강 신청할 때 세 분반이 꽉 찰 정도로 여성학 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왜 더 많이 열어주지 않는지 궁금하다.

 

 

Q. 학교에 성폭력/성평등 상담소가 설치되어 있는가? 존재한다면 학생들의 이용 빈도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 위와 같은 대학 내 기구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유효성 면에서 어떤 지도 궁금하다.

 

카멜리아: 학교에 이름부터 빻은 양성평등센터가 있다. 그런 기구가 있다는 걸 2015년에서야 알았다. 한 남자 ROTC 후보생이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나도 (센터의 존재를) 몰랐고, (다른 학생들도)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거의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용 빈도도 매우 낮은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센터 구성을 보면 여성학적 교양이나 지식을 갖고 있는 상담사 분들은 1-2명밖에 없고 나머지 구성원은 양성평등센터로 발령받은 행정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센터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센터를 홍보할 생각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구조면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최존: ROTC 후보생의 성폭력 사건 당시 양성평등센터의 입장은 어땠나?

카멜리아: 양성평등센터는 학생이 신고를 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를 해주는 기구다. 그 사건이 공론화된 계기는 피해 학생이 문과대 소속 여학생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검토한 결과, 사건의 수위가 학교에서 징계를 내릴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양성평등센터로 가자는 결정이 났다. 그곳은 그저 학교의 행정기관일 뿐이다. 어떤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규정대로 징계를 내릴 뿐이다. 그런데 그 징계도 (피해자나 피해자를 도운 사람들) 마음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최존: 그럼 성차별이나 성폭력과 관련한 교칙이 제정되어 있다는 건가?

카멜리아: 그렇다. 양성평등 교칙이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정의도 있고, 누가 징계를 내릴 수 있다든지 세칙들이 존재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최존: 그러한 교칙들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잘 안 알려준다는 건가?

카멜리아: 그렇다. 새터(새내기배움터) , 술을 마시기 때문에 성폭력이나 성희롱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안전교육 시, 성교육도 하라고 총학생회에서 지침이 내려온다. 입학했을 때 내가 소속된 단과대에서는 술 많이 마실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이 정도에서 (성교육이) 그쳤다. 다른 단과대에서도 다들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유일하게 문과대에만 여성주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여성주체를 각 단과마다 뽑아서 문과대소속 여학생위원회에서 6주 동안 반()성폭력 세미나도 하고, 새터에서 여성주체가 된 사람들이 나와서 교육도 진행한다. 그런데 그 여성주체도 전학대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 때마다 없애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이 나온다.

최존: 어떤 이유로 철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가?

카멜리아: 하는 것도 없고 이름만 있는데 필요하냐는 식이다. ‘문과대에서 그런 문제가 얼마나 발생한다고? 필요 없잖아?’ 내가 소속된 단과대 세칙이 수정됐는데,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성범죄) 관련 세칙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다른 단과대 세칙도 마찬가지다. 90년대에 만들어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학생위원회에 신고가 들어와 학교 측에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려달라고 요청할 때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난감했다.

이연: 학교에 학생들 고민을 들어주는 그냥 상담소는 있었지만, 성평등 상담소는 없었다.

옥지은: 경희대는 원래 성폭력 상담실이 있었는데 성평등 상담실로 이름을 바꿨다. 상담실은 실장님과 상담사 한 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담실은 여학생과라는 행정부서도 겸하고 있다. 매년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예방 교육 지침을 내리고 결과를 보고하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각 대학은 징계를 받게 된다. 이전 상담실장님 같은 경우는 되게 의욕적인 분이어서 각 대학 새터를 다 돌면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셨다. 근데 내용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결국 2014년에 정경대를 시작으로 교육받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최존: 문제 제기된 내용은 무엇인가?

옥지은: 실장님이 연세가 있는 분이었는데, 초반에는 이러한 사례는 성폭력이다, 관련 법률 조항으로는 이런 게 있다는 식으로 진행하다가, 사례를 들면서 여학생들에게 남자 선배들과 술 마시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성폭력 예방 교육이냐는 말이 많았다. 이 분의 정년퇴임 이후 새로운 실장님이 부임하셨는데, 새터를 다 돌기가 쉽지 않아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학생들 모두 모이는 입학식 때 강연을 했다. 굉장히 형식적이었다. 만 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집중을 하겠는가? 학생들 중 몇 퍼센트가 교육을 받았는지 서류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서류상으로 실적은 나오겠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존: 형식적인 보고를 위해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옥지은: 운영진분들이 의욕이 없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는 계속 예산을 줄이고 있고,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곳이 가장 심하게 예산이 축소된 기구 중 한 곳이다. 예산팀에서 상담실을 학교에서 가장 필요 없는 곳이라 생각하는 거 같다. 2012년까지만 해도 남녀학생들 모아서 MT를 가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여성학 관련해서 발표대회를 열고 시상도 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지원 예산이 축소되니 사업 규모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상담실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용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최존: 상담소 이용 빈도는 어떠한가?

옥지은: 이용 빈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주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여학생 남학생 모두 존재 여부도 잘 모른다.

GODDESS: 주변에서 이용하는 사람을 보긴 했지만, 나는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 상담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뽑히는 건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이용할 것 같지는 않다.

최존: 성평등 상담소가 설치되어 있어도 형식적인 면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학 내 이러한 기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Students in the Powell Reading Room at Sweet Briar College, circa 1950 ©Rebecca Thompson/Flikr)

 

   

Q. 총여학생회 및 여학생위원회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이러한 기구 이외에도 학내에 또 다른 여성 단위들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옥지은: 총여학생회가 존재한다. 성폭력 신고가 들어올 경우 성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리는데, 참가 위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그 중 당연직은 회의에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위원인데, 그 중 한 명이 총여학생회장이다. 총여학생회가 기본적으로 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오늘 했던 이야기들과 관련된 것이다.

최존: 여학생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총여학생회 말고 다른 여성 단위는 없는가?

옥지은: 원래 단과대나 학과마다 여학생회가 있었는데, 2000년대 중반에 다 사라졌다고 들었다. 동아리나 학회, 소모임 등은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는데, 메갈리아 이후 담론이 활성화되다보니 많이 생겼다.

GODDESS: 숙명여대에는 중앙 동아리로 여성학 동아리가 있다.

이연: 서울교대에는 젠더나 여성학과 관련된 모임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카멜리아: 성균관대는 2009년까지는 총여학생회가 존재했었다. 2012년에 총여학생회를 세울 준비를 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다고 들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 번 총여학생회를 세워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선거본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엎어졌다. 단과 대학이나 각 과에서 소모임처럼 여성 단위가 있다고 들었지만, 현재 제일 크게 남아있는 기구가 문과대 소속 여학생위원회다. 여학생위원회가 학내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열 명도 되지 않는다. 있는 줄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여학생위원회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접수받으면 주로 세 가지의 루트로 활동을 한다. 공동체 내의 해결이라는 대자보 붙이기, 징계위원회 또는 양성평등센터 소환하기, 그리고 형사고소 준비하기. 이 세 가지 방법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 외에는 방학마다 여성학 세미나를 진행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페미니즘 문화제를 주최한다. 페미니즘 문화제에서는 영화제나 강연회, 토크 타임, 게임 등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내에서 여성주의모임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최존: 문화제나 세미나에 학생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가?

카멜리아: 2014년까지는 기존에 활동하던 인원들만 참여했기 때문에 조촐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메갈리아가 나오면서 강연회가 정말 대박이 났다. 올해 행사는 지금 준비 단계인데, 총 세 가지 정도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GODDESS: 숙대도 한 때는 여성학 동아리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작년부터 회원 수가 급증하고 활발해졌다고 들었다.

 

  

Q. 공학 내 총여학생회가 많이들 사라졌고, 일부는 총학 산하기구로 편입되거나 다른 기구로 대체되는 등 그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 들었다. 아직까지도 여학생은 각종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앞의 사례들을 봤을 때 젠더 위계에서 명백히 피기득권층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기구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는가?

 

옥지은: 왜냐하면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모두 여성이 피기득권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멜리아: 특히 대학 안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오히려 역차별 당해. 요새 여자들 살기 편하잖아. 군대도 안 가고, 밥도 잘 얻어먹고 다니고.’라는 남자들의 말을 보면, 살기 편안한 여자들20대의 젊고 예쁜 여자들이다. 근데 그 여자들이 모여 있는 대표적인 집단이 대학이지 않은가. 그래서 가시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GODDESS: ‘여자들은 좋겠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들이 밥 사줘, 얼굴 반반하면 취직 걱정할 필요 없이 돈 많은 남자 잡아서 시집가면 되고. 요즘은 여자들이 살기 더 좋은 세상이야.’라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의 미모와 젊음을 여자만의 권력 내지는 특권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걸 권력이라고 바라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걸 권력이라고 치면 그 권력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남자들이다. 남자들이 쥐어주지 않으면 그러한 권력조차 가질 수 없는데 어떻게 여성들이 권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가?

최존: 총여학생회가 있는 경희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총여학생회 존폐위기도 있었던 걸로 안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여학생들의 일반적인 여론이나 반응이 궁금하다.

옥지은: 2015년 전, 그러니까 메갈리아 전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2012년부터 총여학생회를 시작했고, 2013년에는 선본을 못 세워서 공백이 있었다. 2014년에 다시 총여학생회를 세우고 그 해를 마무리하며 여학생들 1000명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었다. 결과가 재미있었다. 많은 여학생들이 자기를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동시에 깊은 내면에서는 언제든 자신이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남자가 역차별 받는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한편으로는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장 논란이 된 지점은 총여학생회는 여학생을 위한 기구인데 왜 남녀 모두에게서 회비를 받는가이었다. 그 말의 기저에는 여성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는데 총여학생회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2014년도까지 여학생들도 공유하고 있었다.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2015년에 메갈리아가 등장하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 확실히 대나무숲 페이지를 보면 이전에는 남녀갈등관련 글이 올라오면 여학우들은 댓글을 거의 달지 않았다. 근데 메갈리아 이후부터는 여학우분들도 댓글을 달기 시작하더라.

GODDESS: 사실 그 전까지의 글은 남녀 갈등글이라기보단 그냥 여혐 글아닌가?

카멜리아: 된장녀라고, 김치녀라고 여자 욕하고. 없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프레임 만들어서 여자들은 왜 그래?’ 이런 말이나 하고.

옥지은: 조리돌림이나 마녀사냥 등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댓글들이 달릴지 아니까, 과거에는 여자들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지나갔다면 이제는 (반박)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더라. 메갈이 생겨남으로써 숨어 있던 여성 문제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동안은 우린 차별 받지 않아라는 목소리가 우세했는데, 이제는 우린 차별 받는 게 확실하다라는 목소리가 생겼다. 그전까지는 총여학생회가 왜 있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여성으로 묶이는 것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총여학생회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분들도 더러 계신 걸 보면 총여학생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최존: 대학 내 여성 단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떠한 어려움이 겪는가?

카멜리아: 여학생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일단 발언의 수위조절이 굉장히 어렵다. 왜냐면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하고 싶어도 그걸 그대로 내보일 수가 없다. 학내에서의 고립이라는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내부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그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 (여학생위원회인) 우리조차도 우리의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최존: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위협이 들어오기 때문인 건가.

카멜리아: 그렇지. 한마디로 여학생위원회의 이름을 걸고 누군가가 허락하는 페미니즘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 여학생위원회에서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글에 한 남성이 빻은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긴급회의 후, 굉장히 온건하게 당신의 말을 이렇고 저런 이유로 빻았어요. 아시겠죠? 앞으로 이런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 그랬더니 다른 메갈년들이랑 다르게 여러분들은 정말 친절하고 논리적으로 말씀해주시네요. 진정한 페미니스트이십니다.’ 이렇게 말하더라. (웃음)

GODDESS: 그 사람들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온건하게 지적해줘도 항상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개념녀시네요. 이런 여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따위로 글을 맺는다.

카멜리아: 그 댓글에 여학생위원회 일원들 모두가 기분이 나빴다. 우리의 말은 기존의 메갈년들과 주장이 다른 것도 아니고 논조만 달랐을 뿐인데. 우리의 말을 경청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밖에 말을 할 수 없다는 게, 그렇지 않으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하고 신상이 털리는 걸 감수해야 된다는 게 너무나 어렵다. 얼마나 억울해.

GODDESS: 남자들을 일반화하지 않고, 남자가 군대 다녀온다는 걸 고마워하는 개념녀임을 증명하지 않으면 메갈년이 되는 거다.

옥지은: 자기 검열 부분에서 정말 많이 공감이 간다.

카멜리아: 친절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정말 큰 굴레인 것 같다. 학내 기구의 한계랄까.

옥지은: 정치 조직이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총여학생회라는 이유만으로 스토킹당한 적도 있다. 나보다도 새내기 내지 2학년 밖에 안 된 집행부 친구들이 위협을 받는 게 너무나도 싫다.

 

 

  (이미지출처 = ©ElleAfrique)

 

 

Q. 대학 내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학내 여성들은 어떤 위치를 점해야 할까?

 

옥지은: 총여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우리가 방어적으로, 그리고 수박 겉핥기식의 우회적인 활동을 할수록 여학생들은 더더욱 총여학생회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논쟁이 될 만한 주제의 핵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

GODDESS: 숙대 여성학 동아리가 보지 좀 보지부스를 진행했던 것처럼.

카멜리아: 작년 페미니즘 문화제의 주제가 여성혐오였다. 여성혐오 주제는 가장 첨예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메갈리아도 터졌고, 어차피 우리도 곧 망할 것 같으니까 불타오르자는 심정으로 (여성혐오를 주제로 선정)했는데, 재생산도 많이 되고 자리가 모자라니까 사람들이 막 서서 강연 듣고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신입생도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PC(Political Correctness) 중요하고, 학내에서 고립 안 되는 거 중요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다한다고 해서 꼭 고립이 될까 싶기도 한다. 지금 내가 회담에서 하는 말들, 내 실명 밝히면서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옥지은: PC함과 un-PC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 해야 한다. 주제는 첨예하되, 그걸 다루는 방식은 PC하게.

이연: (지은이) 정제해서 말하는 것과 대놓고 말하는 것 사이의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공감한다. 나 같은 경우도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상태이지만, 갈등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한테 페미니즘이 공격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 같다. 여성학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 않은가. 행사 등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페미니즘을 더 많이 설파하다보면 줄타기를 하는 것도 갈수록 줄어들 것 같다.

GODDESS: 페미니즘이 많이 확산이 되어야 할 텐데, 고민인 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친절해져야 하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속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해야 할 이야기를 선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카멜리아: 근데 이제 그 나만 불편해?’라는 말조차도 못 쓰게 한다.

GODDESS: 그렇다고 해서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거기에서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최존: 페미니즘의 스펙트럼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하나의 방향으로만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GODDESS: 맞다. 사실 페미니즘은 굉장히 그 갈래가 다양하다. 그런데도 <윤리와 사상>같은 과목에서는 페미니즘이 마치 하나의 사상인 것처럼 가르친다. ‘올바른 페미니즘따위의 빻은 소리가 나오는 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카멜리아: 페미니즘을 올바르다/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준도 너무나 자의적인 게, 올바르다고 하는 페미니즘, 지금까지 끊임없이 페미니스트들이 말해오던 것이 아닌가. 좋게 얘기했을 땐 듣지도 않더니. 이제는 한남충’, ‘6.9’, ‘재기해이러니까 님들이 말하는 건 올바른 페미니즘이 아닙니다.’라며 올바른 페미니즘을 찬양하는 게 너무나 웃기다. 나는 그래서 페미니즘이 재밌어져야 하는 것 같다.

GODDESS: ‘김치녀라는 단어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진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좀 오래 했었는데, 걔네가 (여혐)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밌고 웃기니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희화화하는 게 얼마나 재밌나.

카멜리아: PC함과 un-PC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때, 좋은 평행대가 유머인 것 같다. ‘한남충’, ‘재기해와 같은 단어가 우리끼리는 재밌지만, 폭력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가 메갈에 유입하게 된 건 재밌어서였다. 말이 웃기니까 붙잡고 주장을 읽어보게 되고, 그렇게 페미니즘에 입문하게 되었다. 사실, 페미니즘 다 맞는 말 아닌가. 맞는 말을 하는데 그걸 제대로 이해했을 때, 거부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불편하게 느끼고 거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게,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페미니즘 운동이 진행되면 좋겠다.

옥지은: 전략을 다양하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총여학생회는 하는 일이 정치적이기 때문에 채택할 수 있는 전략이 한정적이다. 온건한 방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메갈리아 워마드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머리 풀고 달려들 수 있는 곳이지 않은가. 총여학생회는 학내 여학생의 대표조직이기 때문에 어쩔 때는 핵심적으로 찌르고 나가야 될 때, 그런 (유쾌한) 전략들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슈화 될 걸 못 가져가는 경우도 많았다. 총여학생회와 같은 조직이 그런 걸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집행부 인원수가 증가했다. 메갈리아 이후 페미니즘이 퍼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을 봤을 때, 여성혐오 문제를 이슈화 시키는 집단이 있어 계속 문제제기를 하다보면, 보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아지게 되고, 그럴수록 페미니즘 장벽이 더 허물어질 것이다. 메갈처럼 날뛰는 사람, PC하게 말하는 사람, 친절하게 말하는 사람, PC함과 un-PC함 중간에 있는 사람, 유머러스하게 얘기하는 사람 등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해질 거란 말이지. 전략이 다양해지려면 일단 사람들이 많아져야하지 않겠는가. 그 수단은 유머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난 일베의 장점이 유머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폭력적이고 저질스러운 내용을 포장하는 유머, 드립이라는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드립이라는 그들의 무기를 뺏어 와야 한다. 다양한 전략으로 한 곳을 바라본다면, 시너지효과가 생겨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후기

카멜리아: 정말 즐겁고 또 오고 싶다. 학교에서도 세미나를 하는데, (학내에서 하는 세미나는) 지인들끼리 모이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데, 확실히 다른 학교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니까 스펙트럼이 훨씬 넓고 정말 즐겁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정도다.

이연: 솔직히 이렇게까지 생각 못하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왔었다. 사실,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에 대해 썩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자리를 통해 좀 알게 된 면이 있고, 나도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나는 애들을 가르치는 교사니까. 애들이 가끔 남녀차별 운운할 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페미니즘과 젠더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옥지은: 교대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오늘 나눴던 이야기들이 사실 주변 사람들과 다 한 번씩 얘기해봤던 것들이라,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고민이다. 총여학생회 입장에서만 바라보다가 여성위원회나 평범한 학우의 입장에서 바라보니까 새로운 모습이 보여서. 이런 건 나도 고민해봐야겠다고 느꼈다.

GODDESS: 다양한 학교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아무래도 여대다 보니 다른 남녀공학 대학교의 분위기는 잘 모르지 않나.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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