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구글)


3.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캠퍼스를 밟는 때이다. 새내기 A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첫 강의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강의계획서를 꼼꼼히 읽고 고른 대학 강의의 교수는 강단에 서서 여학생들이 칠칠맞은 남학생들의 뒷바라지를 잘 해주라고 발언한다. 손을 들고 교수의 발언을 제지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다.

피곤한 마음에 과방에서 조금 쉬려고 했더니 소파는 이미 만원이다. 의자에 앉아 엎드리려는데 여자 선배가 조용히 불러내 속삭인다. ‘과방에서 쉬는 건 위험하니 여학생 휴게실에 가봐라는 조언이다. 무엇이 위험한지 새내기 A는 어안이 벙벙하다.

신나는 개강 총회. 새내기 A는 총회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과 학생회장도, 과대도 전부 남자인데 부학생회장과 부과대는 여자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회 구성원의 성비를 보고도 동기들은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대표는 남자가, 부대표는 여자가맡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분위기에 새내기 A는 더더욱 이상한 기분이 든다.

뒤풀이 술자리에서 A는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각종 애교스런 벌칙과 게임을 한다. 여자들에게는 귀엽거나 섹시한 버전의 FM을 가르치고, 남자 선배들은 작년 MT에서 했던 여장 사진을 보여준다. 게이샷레즈샷을 신명나게 외치는 뒤풀이 자리에서 A는 점점 불편한 자신이 유난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뒤풀이 장소를 뛰쳐나온 A. A를 위한 장소는 어디에 있을까?

 

불편한 A를 위한 자리를 월간 여기에서 마련했다. 기대를 안고 입학한 나의 학교, 나의 학과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 발언에 벌써부터 지친 새내기 페미니스트들을 한 자리에 모셨다. 입시부터 입학식, 학생회와 교수를 아우르는 17학번 새내기 여대생 페미니스트들의 시원한 우리 학교 뒷담을 들어보자.



 

(출처 : 구글)

6차 여대회담 :

갓 입학한 새내기 여대생 페미니스트가경악!

- 새내기 페미가 말하는 우리 학교는 여혐러

회담 진행 : 광개토

 

 

Q.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dare: 17학번 21살 성공회대 영어학과 학생이다. 지금은 과대표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친구들에게 자기소개하면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상태이다.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dare로 했다. dare는 사전적으로 감히 ~하다, ~할 엄두나 용기 내다라는 뜻이다.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뒤에 예전의 나였더라면 눈치 보느라 못 했을 것들이나 말들을 전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이면 ‘how dare?’ 했을 일들을 나는 지금 그냥 한다.

-john: 한세대학교 17학번 미디어광고학과 학생이다.

-청온: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17학번 신입생이다.

 


Q.언제, 어떤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는가?


-광개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언제 어떤 계기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했는지 궁금하다.

 

-청온: 중학교 1학년 때 키도 작고 통통하고 안경을 쓴 소심한 아이였다. 남자아이들이 너는 여자인데 왜 꾸미지도 않냐고 외모를 가지고 많이 놀렸다. 여자는 왜 예뻐야 하는지, 왜 내가 외모로 놀림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맘고생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책을 읽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책을 읽고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확실히 깨달은 것 같다.

 

-dare: 나는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갈 때 정체화했다. 전에는 소위 말하는 여자 마초였다. 종종 나는 그런 애들이랑 다르다고 말하곤 했다.

부모님 두 분 다 흡연을 하시는데 아빠는 밖에서 담배 피운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엄마는 친구들 사이에서가 아니면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엄마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밖에서 담배 피우면 안 좋게 본다.”고 하셨다. 그 대답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메갈리아가 화제였다. 페미니스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메갈리아의 지향점이나 그들이 선택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날 소위 말하는 셀프 코르셋을 다 풀어 던지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를 압박하던 게 사회적인 이유도 있었구나,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john: 이 중에서 제일 늦게 정체화한 편이다. 원래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안 좋은 편견들도 있고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인데, 3 후반 즈음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을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재수를 시작하면서 기독교 기숙학원에 들어가게 됐는데 여성혐오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는 상태여서 (여성혐오 분위기에) 저항하기 위해 새끼 페미라고 불릴만한 짓을 많이 했다. 애매하게 싸우다 망해서 나 페미니스트해도 되나?’ 고민하기도 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입시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때 내가 행복해지려면 페미니스트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페미니스트가 된 지 1년도 안 된 셈이다.

 


Q.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성차별이 있는가? 


-광개토: 회담자들 모두 본격적인 입시 전에 페미니스트로 정체화를 했다. 입시 과정에서 겪은 성차별이 있나?

 

-dare: 너무너무 많았다. 재수를 하면서 수학을 포기했었다. 수학을 포기하니까 여대를 준비해야 했는데, 여대를 준비하겠다고 아빠에게 말하자 제일 먼저 돌아온 말이 '여대 가면 안 돼.'였다. ‘여대 가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여자는 기가 세기 때문에 가서 치인다’, ‘여자들이랑 같이 있으면 너도 그렇게 된다’. 뭐가 그렇게 된다는 것인가?

그래서 아빠가 정한 마지노선이 이화여대, 숙명여대였다. 이화여대, 숙명여대까지는 허락을 해주시겠다는 것이다. 나는 입학할 성적도 안 되는데 왜 (대학이 아닌 아빠가) 허락해주지? (웃음)

성적이 되는 서울여대를 가겠다고 하니 제일 먼저 '육사'가 돌아왔다. '육군사관학교와 놀고먹기 때문에 서울여대 이미지가 안 좋다.', '육사 사귀겠네? 군인이 얼마나 더럽게 노는데.', '너도 그렇게 변할 것이다.' (광개토: 다 미래형이다. 왜 앞날을 점치는가?) 집안에 유리구슬이 있는가 보다. 나도 모르는. (웃음)

나는 이해가 안 됐다. '여대를 나오면 시야가 좁아진다.' 이거는 어쩌라고? 싶었고, '서울여대'라는 여대가 다른 공학 대학에 의해 평가받고 있지 않나. 서울여대가 얼마나 아웃풋을 냈다, 이것도 아니고. 그 옆에 육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고 있었다여대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너무 많고, 나한테 너도 직접적으로 변할 거라고 말하니까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근거가 있는 말도 아니고, 남성의 시각에서 본 기준이다. 어이가 없던 입시준비 기간이었다.




여대에 대한 편견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여자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말하는 여대 편견은 

<월간 여기>의 제1차 여대회담 : '너 여대 티나'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http://weolganyeogi.tistory.com/21

(출처 : 구글)


 

-청온: 이건 친구의 이야기다. 음대를 지망하는 학생이었는데 개인지도 선생님이 있었다. 그분도 여자였는데, '음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으니 잘 나가는 남자를 한 명 잡아서, 결혼을 하는 게 낫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그래야겠다.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나에게 말하더라.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아직도 남자에게 여자가 종속되어있다는 인식이 많다.

 

-dare: 내 친구는 문·이과 전체 1등이었다. 지금 서울대 경제학부를 다니는데, ·이과를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과 가지 마라'였다. 그 친구는 이과로 가고 싶어 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은 이과에 진학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공간지각능력이나 수학적 능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1등을 해도 2, 3학년 때 남자애들이 어떻게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 이과에 가면 남자애들에게 치여서 서울대 진학을 못 할 것이다'라며 말렸다. 남학생들과 성적이 월등히 차이가 났는데도!

나중에 그 친구가 서울대를 쓸지, 다른 데를 쓸지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교대를 쓰라고 권했다. 교사 될 마음이 없는데 왜 교대를 추천하냐 물어보니,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교대를 가서 너의 시간을 가정에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단다. 어른들의 눈에는 이 친구의 미래에 결혼을 하고 육아를 담당한단 전제가 깔려있던 것이다.

'결혼도 육아도 안 할 건데요.'라고 말하자 '그게 네 말처럼 되느냐?', '그렇게 말하는 애들이 꼭 시집 빨리 간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결국 자기 뜻대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갔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청온: 어른들이 왜 미래를 말하는가?

-john: 내 미래에는 아이돌 밖에 없는데. (모두 웃음)

 



치열한 입시를 견디기도 바쁜데 여자들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여성혐오도 함께 견뎌야만 한다.

(출처 : 구글)




-john : 입시 당시 여대를 희망했는데 여대를 희망한다고 말하면, 왜 여대를 희망하냐고 물어보더라. 공학이랑 똑같은 이유로 여대를 희망할 수도 있는데.

나는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국어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가 함께 있는 대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서울여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하면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냐', '남자를 싫어하냐'는 질문으로 무조건 이어졌다. 여고 출신인데, '여고·여대를 가면 좀 그렇지 않냐'는 얘기도 들었다.

기숙학원에서는 예배를 드렸다. 한번은 목사님이 성경을 인용하면서, ‘여자랑 남자가 사귀면 남자는 원래 스킨십을 끝까지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자가 끝까지 가고 싶어 해도 여자는 허락하면 안 된다. 그러면 순결을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새벽 5시 반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게 참을 수 없어서 조용한 예배 시간에 문을 소리 나게 박차고 나갔다. 서러워서 눈물이 펑펑 나고, 재수하기도 싫었는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가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 기숙학원 사람들에게 말하면 내가 목사님을 욕했다고 반드시 말이 돌 게 뻔했다. 그때 다른 여자선생님이 나와서 위로랍시고 '성차별이 그렇게 심한 목사님은 아니지 않느냐. 성경을 기반으로 한 말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힘들었던 사건이었다.


 

Q.대학에 입학하기 전, 대학 혹은 대학 생활에 대해 가졌던 감정은 어땠나? (기대감, 불안함 등) 그런 감정이 든 이유는 무엇인가?

 

(출처 : 구글)


-광개토: 힘든 입시 과정을 겪었는데, 불안감보다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는지 궁금하다.

 

-john: 기대감이 더 컸다. 불안감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슬펐다.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dare: 솔직히 원하는 대학교에 온 게 아니라 기대도 불안도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바보 같은 애들을 만나 어떤 멍청한 소리를 들을지 예상됐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입시 준비하면서도 살 좀 빼라, 넌 갈수록 살이 찌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어차피 여기 있던 애들이 같이 대학갈 것 아닌가? 여기서 뽑힌 애들이 흩어져서 각 대학에 가겠구나, 그러면 난 이런 멍청한 애들을 무시하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 무뎌진 것 같다. 무뎌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광개토: john은 기대감만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john: (폐쇄적인) 기숙학원에서 지냈으니까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다. 대학에 가면 최소한 4년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같은 경우 연애보다는 대학 공부, 소모임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컸다.

 

-청온: 3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아예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다. 부모님이 명문대 출신의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이셔서 어릴 때부터 자신들을 따라 명문대를 나와야 한다고 강요하셨다. 오히려 그런 압박감 때문에 대학에 가기 싫었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여성학과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교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공부했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불행했던 이유, 대학에 가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서 대학에 왔다. 지금은 동아리도 하고 행복하다. 엄마도 엄마가 보기에도 지금 넌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변하신 것 같다.

 


Q.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느낀 성차별은 무엇인가?


(출처 : 구글)


-광개토: 대체로 기대감이 컸던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기대감을 깨뜨렸을 첫 번째로 느낀 성차별은 무엇인가?

 

-dare: '언니 남자친구 있어?'.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여자에게는 남자친구 있어? 남자에게는 여자친구 있어?라고 당연하게 묻는다.

여자 둘이 손잡고 갈 수 있는데, '뭐냐? 너네 사귀냐?'라고 묻는다. (여기에 깔린 생각은) ‘당연히 너네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이다. 그냥 놀리기 위해서 물어보는 그게 너무 기분 나쁜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고 '. 우리 사귀어.' 라고 말하면 웃더라. 당연히 (퀴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거 되게 거만한 게 아닌가. 자기가 뭔데 나를 퀴어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가. 퀴어 조롱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굉장히 조롱하는 말이었는데, 여자 선배가 남자에게 ', 술 한 잔 마셔라.'라고 하자 다른 남자 선배가 '이거 남자가 여자에게 하면 나중에 신고하고 성희롱이니 뭐니 하면서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는 일'이라면서 '남자가 술을 잘 마실 거라는 거 이런 게 성차별이지, 이런 게 역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여자 선배는 대꾸를 안 하고 다른 선배가 시끄럽다고 해서 일단 그 상황이 종료됐다.

OT 때 성교육시간이 있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교육 시간이었는데, '그런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남자더라. 왜냐하면 여자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무섭지만, (남자들은) 본인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거다. 무슨 말만 하면 역차별이라더라.

 

-청온: 입학 후 숙대에 대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연대 응원가'를 보고 충격 받았다. ‘이대나 숙대 같은 여대생들은 명문대의 여친이라는 내용의 가사였다. 지금은 21세기인데. 내가 가려는 이 대학교, 여대생이라는 지위가 이 정도였나? 싶더라.

-john: '하지 말아야지'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니 놀랍다. 생각해야하는 거 아닌가.

-dare: 인간이라면 말이다.

-청온: 엄마가 보시던 90년대 후반의 여성 잡지에 비슷한 가사가 있었는데, 그걸 아직도 부르다니 믿을 수 없다.




 


연세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지난 210일에 올린 연대 응원가동영상 캡쳐.

문제가 된 응원곡 ‘Woo’

고대 못생겼어 / 일단 못생겼어 (중략)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 여기저기 차이고

라는 가사로 해당 학교에 다니는 여자 학생을 지우고 

여자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화했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지적을 받았다.

(2차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2017/02/13/story_n_14716144.html)

 

 

Q.대학에 입학한 뒤 다양한 행사들을 겪었을 것이다.(OT, 입학식, 새내기캠프 등) 어떤 행사들을 겪었고, 그 행사들은 페미니스트인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

 

-john: OT에서 성교육을 했는데 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뇌 구조 그림을 띄워 놓고, 남자는 여자랑 뇌 구조가 달라서 여자는 사랑해야 성욕이 생기지만 남자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성욕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싶었다. 그만 졸고 말았다. 조는 게 제일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이었다.




(출처 : 구글)



-john: 기독교 기반 학교라서 억지로 남녀를 엮는 일은 없었다. 술을 마실 때도 (술을) 마시지 않고 싶으면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좋았는데, 섹시 댄스·애교 같은 술 게임 벌칙이 불편했다. 차라리 여자, 남자 모두 웃기게 혹은 모두 진지하게 하면 모르겠는데 남자 선배들이 할 때는 장난처럼 코믹하게 하고, 여자 선배들이 할 때는 진지하게 반응하니까 참기 어려웠다.

학교 분위기가 보수적이라서 축제 때 주점도 없고 다른 학교처럼 대놓고 여자를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건 드문 것 같다. (학교가) 젠더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 게 아니라 기독교 기반이라 성적인 얘기 자체가 금지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딱히 기분 좋지는 않다. 성적으로 자율적인 것 자체를 반대해서 퀴어, 여성학 동아리를 만들려고 하면 학교 자체에서 막을 것이다.

 

-dare: 우리 학교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술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여자들에게만 과하게 많이 한다. 자기들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성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애들이 꼭 양성평등한다.

 



연세대학교 제28대 총여학생회 'around'에서 제작한 성폭력사건 대응 매뉴얼

구체적인 고민이 엿보인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ys.female.council/ )

 

 

-광개토: OT나 첫 MT에서 FM, AM, CM 등을 많이 시키지 않나? 이런 문화나 다른 성차별을 겪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청온: 여대라서 그런지 FM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시범을 보이고 선물을 줄 테니 도전해보라고 권유하는 식이었다.

 

-dare: 그런 것은 없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포스터가 RaIN(성공회대 퀴어 모임)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였고,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니 방마다 <페미들의 성교육> 책자가 뿌려져 있었다.

 

 


불꽃페미액션에서 진행한 페미들의 성교육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feministaction )

 

 

-dare: 과에서 주최한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에 선배가 후배에게 하면 안 될 행동을 상황극으로 배웠다. 5개 조로 나뉘어서 상황극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조는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에게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 1년 정도 되었다고 답하자 기분 나쁘게 웃는 내용의 상황극을 보았다. 굉장히 퀴어포빅하고 성희롱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에 후기를 말하는데 어떤 조에서 소위 말하는 젠더 이퀄리즘,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우리 과는 앞으로 양성평등을 지향하고 위계적 분위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성별에 따른 인식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조는 상황극 속 퀴어포빅한 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짚어냈지만, 남성 조는 퀴어포빅은커녕 말 그대로 양성평등을 주장했다.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항목

(출처 : https://femiwiki.com/w/%EC%A0%A0%EB%8D%94_%EC%9D%B4%ED%80%84%EB%A6%AC%EC%A6%98_%EB%82%A0%EC%A1%B0_%EC%82%AC%EA%B1%B4 )

 

 

Q.처음으로 수업을 고르고 대학 강의를 들어봤을 텐데, 직접 느낀 대학 강의의 젠더 감수성은 어느 정도인가? (강의 선택의 다양성, 강의계획서, 교수의 발언 등)

 

-청온: 수업시간에 여대의 단점을 물어보시더라. 한 학생이 (단점이) 없다고 말하니 계속 있다는 식으로 유도하는데 그 학생이 끝까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본인도 큰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남자가 없는 것이 단점이라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 남자는 여대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존재이며 단점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dare: 젠더학이 3개가 열려 있었다. '젠더로 보는 문학', '젠더로 세상 보기', '여성·평화·생명'이었다. 강의 계획서를 보니 '젠더로 세상 보기'는 왜 지금까지 여성정치가나 여성 사관이 없었는지, 왜 사회적으로 그들을 압박했는지를 첫 수업부터 다루더라. '여성·평화·생명'은 지금까지 남자들에 의해 죽어 나간 여성들을 첫 수업에서 다루고 있었다.

나는 '젠더로 보는 문학'을 선택했는데, 교수님이 페미니스트가 아닌 거 같다. 그 교수님이 OT양성평등을 반대한다를 가지고 오셔서 기대감에 찼다. 그런데 수업 중에 하시는 말씀이, '나중에 싸움이 날수도 있는 주젠데 메갈리아에 대한 찬반을 논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갈리아의 지향점과 그들의 방식에 찬반을 논하겠다고 말하더라. 이미 존재하는 그룹에 어떻게 찬성과 반대를 하고, 그들의 지향점에는 어떻게 반대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교수님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실체가 없어도 너무너무 무서운 메갈리아.

이쯤 되면 죽은 메갈공명이 산 사마여혐러를 잡는다.

(출처 : 구글)

 

 

-dare: '말과 글'이라는 영어학과 필수 수업은 젠더로 보는 문학과 같은 교수님이 진행하신다. 이 교수님이 질문지를 나눠주셨다. 질문지를 기반으로 자기소개를 하라는 의도였다. 그런데 그 질문지 중에 '나는 이성 친구가 있다.'라는 워딩이 있었다. 젠더학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이성 친구라는 워딩을 사용해도 되나? 애인의 대체어로 이성 친구를 쓴 것 같은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남자 사람 친구', '여자 사람 친구'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라고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친구들은 이미 '애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이성인 친구를 뜻하는) 의도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애인이라고 받아들이면 이미 실패한 게 아닌가. 나는 당연히 페미니스트겠지 싶어서 기대하고 들었는데 이성 친구를 논하고 있고 메갈에 찬반을 논하고 있고.

'Fun English'라는 수업도 있는데, 영어 교수님께서 여자 친구에게 말하는 게 'Do you have a boy friend?'이고, 남자 친구에게는 '- girl friend?'라고 물어봤다. 'ppt를 준비하는 건 여자들이 더 뛰어나서 여자 학생들에게 더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보니까 남자들이 뛰어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남자 여자가 동등하게 경쟁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신다는 거다. 남자의 이성, 여자의 ppt 능력을 말하니 실망했고 답답했다. 지적하고 싶은데 지적도 못하고.

영어 발음 연습이라는 수업도 있는데 그 수업에서도 '보통 여자 친구들이 이런 건 더 많이 패스하죠. 여자에게 기대가 더 크다'라고 하시더라. '여자를 더 잘한다'라고 말하고 싶으셨던 거 같은데, 그것도 편견이지 않은가. 여자와 남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언제 젠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출처 : 구글)




-john: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고 강의 다양성도 없다. 모든 강의와 강의 계획서를 봤는데 젠더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하나도 없다. 학교는 신학과가 엄청 크고, 실무 중심의 학과가 많다. 강의선택의 다양성은 전혀 없고 필수로 기독교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완전 교회다.

아직 한 주밖에 안 됐고 OT 끝나고 오긴 했는데, 수업 만족도가 너무 낮다. 아직 입문이니까 기초적인 내용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공부가 아니라 실망했다. 일상적인 발화가 이분법적이고 헤테로 중심적인 것밖에 없다. 남자에게 주어진 잘생기고 멋진 특성, 여성에게 주어진 예쁘고 그런 특성을 강조한다. 과제를 해올 때도 '남자는 멋지게, 여자는 예쁘게 해오세요'라고 얘기한다. 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 비슷비슷한 시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남자애들이 윤동주 시인을 가져오면 '역시 남자라서' 그렇다고 하고, 여자가 꽃 이런 거 가져오면 '역시 여자라서 감성이.'이러더라. 이런 걸 하나하나 지적하기도 힘들어서 답답함만 매일매일 쌓여가고 대외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Q.대학 내에는 다양한 학생 모임들이 있다.(학생회, 소모임, 동아리, 자치 단체 등) 학생모임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광개토: 학생회, 소모임, 동아리, 자치 단체 등 다양한 학생 모임이 있을 텐데 혹시 가입한 모임이 있는가?

 

-청온: 두 모임에 가입했다. 하나는 S.F.A(숙명여대 여성학 중앙 동아리)인데 페미니즘에 대해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공부하는 동아리이다. 만족하고 있다. 다들 똑똑하셔서 나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다른 하나는 신촌 연합 사회학회이다. 두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번 학기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한다. 오늘 면접을 보고 왔는데 거기는 여남 다 섞여 있고 지역도 다양해서 기대 중이다.

 

-dare: 내 첫인상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해 처먹을 거 남자애들이 다 해 처먹는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모든 학생회, 동아리에서 회장 같은 중요한 자리는 남자가 차지하고 여자는 (부회장 같은) 보조 역할을 맡는다. 사실 이번에 과대를 하게 된 것도 (부과대로 지원했는데) 과대 지원자가 안 나와서 맡게 된 거다.

나중에 과대는 대부분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있는 곳만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대를 하면 후에 아 그때 여자 과대가 있었으니 여자가 (과대를) 해도 돼라는 말을 할 것이다. 선례를 남기고 분위기를 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구글)



-dare: 친구는 동아대 의대에 다니는데 그 학교는 무조건 장은 남자, 총무는 여자가 맡는다. 대범한 일은 남자가 잘할 수 있고 총무같이 꼼꼼한 일은 여자가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동아리도 장은 전부 남자가 맡아서 (여자 구성원들이 열심히 공연만하고) 마지막에 인사하며 박수 받는 건 전부 남자였다. 여자는 동아리의 부속품인가?

38일 여성의 날에 학교에 대자보가 붙었는데 누가 봐도 찢은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그 위에 다시 테이프를 붙였는데 나중에 또 뜯어졌다. 그걸 누가 에브리타임에 찍어서 올렸다. 학생들 중 몇몇은 바람이 너무 세서 찢어졌다고 우기기도 하고 대자보지 get it’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대자보가 맘에 안 들면 옆에 따로 대자보를 붙이지 왜 찢냐는 글이 올라오니까 누가 뗐다는 증거도 없는데 왜 보들보들?’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광개토: 성공회대에서 38일 여성의 날에 행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설명해줄 수 있나?

 

-dare: 전국 디바 협회, 펭귄 서포터즈등 여러 단체에서 모여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 취지를) 설명해주는 행사였다. 여자 학생들은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설명을 듣고 가곤 했는데 남학생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 남학생이 페미니스트들은 인터넷에서 조용히 만나면 되지 굳이 밖에서 저러더라, 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저러니까 괜히 더 거부감 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퀴어 페스티벌에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john: 너희도 집에서 여혐하면 되지 밖에서 왜 그러니?) (모두 웃음)

 

 

블리자드 사의 게임 오버워치의 한국인 여성 캐릭터 D.Va가 게임 내 미래의 한국에서 군인이자 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재의 한국에서 성평등 운동을 하겠다는 취지로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게이머 모임

(사이트 : https://national-dva-association.tumblr.com/post/156308195090/introduction-to-the-national-dva )

 

 


오버워치의 메인 디렉터 재프리 캐플런이 2017 DICE SUMIT에서 '전디협'을 직접 언급한 사건은

그동안 게임계에서 여성혐오에 목소리를 높혔던 페미니스트들 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힘이 되었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재프리 캐플런이 '잘못' 알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지만.

(출처 : https://youtu.be/0zy_PObi5Jk )

 

 


펭귄프로젝트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행사 포스터

펭귄프로젝트는 대학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한 문화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대사의 제시를 통한 문제제기는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별, 상황별, 유형별 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주도한다.

(페이스북 : https://m.facebook.com/pengminist/ )

 

 

 

-john: 한세대는 한숨뿐이다. 동아리 자체가 별로 없고 해외 선교 동아리 같은 기독교 관련 동아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댄스 동아리, 흑인 음악 동아리 정도가 있는데 웃긴 게 랩은 다 남자가 하고 보컬은 여자가 하더라.

동아리에 대한 첫인상이 정말 안 좋았다. ‘방돌이라고 OT에서 동아리가 방마다 돌면서 동아리를 소개하고 세숫대야에 음료 및 술들을 마구잡이로 부어 정체 모를 음료를 만든 뒤 세숫대야에 가득 찬 술을 동아리 부원들끼리 돌아가며 마시는 문화가 있다. ‘방돌이를 직접 목격하고 내가 기안대에 왔나?’ 생각했다. 첫인상도 좋지 않았고 맘에 드는 동아리도 없었기 때문에 동아리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기숙사에 사는데 (룸메이트가) 다 선배다. 동아리를 만들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동아리를 만든다고···? 몰라 그런 애는 지금까지 한 명도 못 봤어라고 하더라.

 

-광개토: 한세대 하면 반동성애 모임이 유명하다.

 

 

한세대 반동성애모임 트위터 계정

본 계정은 폭파되었으며 두 번째로 생성한 계정 역시 사람들의 신고로 삭제됐다.

(출처 : 구글)

 

 

-john: (합격하고) 트위터에 한세대를 검색했는데 그 모임이 상단에 떠서 충격 받았다. 사람들이 신고해서 계정이 없어졌는데 다시 만들었다. 이 계정 신고 좀 해달라고 홍보하고 다닌다. 직접 활동하는 건 못 봤지만 아마 본인들이 (반동성애 모임 활동 사실을) 밝힐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에서 동성애를 배척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분위기이다. 페미니즘을 떠나 성적으로 자유로운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이다. ‘호섹호스하지도 못한다. (섹스를 섹스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난 결혼 안 할 것이고 혼전순결 신경 안 쓴다고 하면 아웃사이더가 될지도 모른다.



Q.앞으로 4, 혹은 그보다 더 길어질 대학생활 중 대학생 페미니스트로서 꼭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청온: 나는 시위도 많이 참여하고 싶고, 외국인 학생들과도 페미니즘을 논하고 싶다. 우리 학교는 주변에 다른 학교가 없기 때문에 나만의 지도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공부도 더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

 

-dare: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학 소모임을 만들어서 동아리로 만든 후에 이 학교를 나가는 게 목표이다. 친구들은 대학에서 페미니스트임을 밝히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무시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제일 처음 한 말이 '스물한 살 dare이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여성학에 관심이 많습니다.'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나중에 몇몇 친구들이 나한테 찾아오더라. '언니 페미니스트야? 나도야. 나중에 그 책 읽고 재미있으면 나도 알려주면 안 돼?'라고 하더라. 다른 수업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는데 그 수업의 다른 친구도 페미니스트라고, 나도 아직 모른다고, 나중에 같이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했을 뿐인데 주위에 연대할 사람이 자꾸 생겨나는 거다.

가끔 학교에서 페미니스트로서는 되게 외롭다고 느꼈는데 말한 뒤에 연대할 친구들이 생겨나니까, 지금 당장 논의하지 않아도 언젠가 논의할 친구가 생긴 게 되게 좋았다. 그런 기회를 다른 친구들에게도 열어주고 싶다. 페미니스트로 다녀도 외롭지 않고 연대할 사람이 있다는 걸 확고하게 애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소모임을 만들려고 두 명 정도를 포섭했다.




(출처 : 구글)

 


-john: 나도 소모임을 만들고 싶다. (여성주의 소모임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는데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게 무섭다. 작년부터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연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게 아니라 "너는 원래 예민하니까."라고 했다. 그다음부터는 내가 맞는 말을 해도 너는 맞는 말을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다.’, ‘너는 이런 쪽으로 많이 알고 있는 애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이 온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이 날 공격한다. ‘너는 옳지만, 다수가 아니다. 너는 소수다.’ 이런 식으로. 과 단톡방을 봐도 페미니스트의 도 찾아볼 수 없고 또다른 선입견이 날 공격할까봐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지 못했다. 나는 (페미니즘 관련) 배지를 달고 다니니까 그걸 아는 사람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걸 알아보지 않을까?

지금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애들이 4명 정도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그 친구들과 소모임을 하고 싶다. 그리고 외부 모임을 하고 싶다.

 


Q.후기

 

-dare: 영어학과니까 영어로 남기겠다. <Be bold for change> 이번 여성의 날에 구호처럼 쓰인 말이라고 한다. 변화에 대담해지라는 뜻이다. 우린 변화에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투비 여혐 공론화 파이팅! 비투비 사과해라. (john: 한남을 사랑한 페미니스트다)

 

-청온: 나도 팬질로 마무리를 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john: 이런 지성체에 속해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대학 와서 이런 일을 하고 싶었다. 페미니스트들이 살아있는 걸 보면 너무 기쁘다. 3D로 여러분을 보는 게 행복하다. 계셔주셔서, 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방탄소년단 여혐 그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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