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대학 축제의 달이다. 학업에 치이고 학점에 치이는 대학생들에게 대학 축제는 잠깐이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대학생이 대학 축제의 주체인가? 특히 여대생들은 대학 축제에서조차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

무대에 선 사회자는 여혐 발언을 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주위 사람들이 동조하며 웃는 것조차 나는 불편해진다. 무대에 초빙된 가수는 이전에 나온 여가수와 달리 자기는 옷 벗어서 돈 버는 사람이 아니라고 농담한다. 밤이 되면 과나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주점이 열린다. 주점의 홍보 프린트에는 섹슈얼한 포즈를 한 여성의 이미지가 나를 유혹한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에 핫팬츠 차림을 한 여학생들이 교문에서부터 남학생 몇 명을 붙잡아 부스로 데려오고 있었다. 남학생들이 테이블에 앉자 주점의 스탭인 듯 같은 옷차림을 한 여학생이 자연스럽게 같은 테이블에 착석한다. 여학생들의 호객행위는 계속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과거 대학 축제의 주 고객층은 본교 선배나 교수, 혹은 재학생의 가족이었다. 2011년 숙대 축제에서는 청소·경비 노동자분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밥 짓기행사를 열기도 했다. 극도로 성애화된 대학의 축제 문화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그럴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는 작금의 대학 축제 문화를 어떻게 향유해야 할 것인가. 모든 대학생이 주인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상상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여대생들과 함께 이야기해보자. 여대생에게 있어 대학 축제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을까?



(출처: 한국대학신문)

 


제8차 여대회담:

누구를 위하여 대학 축제는 열리나.

회담 진행: 한의 민족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챔피: 숙명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고 사회적 약자 인권에 관심 많은 페미니스트이다. 작년에 처음 겪은 축제에서 여성혐오 탓에 불편함을 느꼈다


-시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페미니스트 여대생이다. 저번에 친구가 여대회담에 참석을 했다. 그 때 <월간여기>를 알게 되었고 친구의 소개로 참석하게 되었다.

 


Q. 본인 학교의 축제문화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챔피: 낮 부스, 밤 부스, 학생 공연, 연예인 공연 4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낮에는 서울대처럼 음식을 팔거나 동아리 자체 부스를 운영하고 밤에는 주점과 연예인 공연을 진행한다.

 


 (출처: 동아닷컴DB.)

 


-시호: 낮에는 부스를 운영하고, 주점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푸드 트럭, 동아리 공연 등을 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축제 문화에 여성혐오가 너무 두드러진다거나 하는 건 많이 못 느꼈다. 노래하거나 춤추는 참가자를 받아서 대회도 하고, 림보 게임을 기획해서 상품을 주고, 밤에는 노래 틀어놓고 같이 노는 식으로 운영된다.

 

-한의 민족: 대학 축제하면 보통 주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자체적으로 안 하는 분위기인가?

 

-시호: 축제 운영 위원회에서 간단한 안주와 주류를 파는 등, 일종의 주점 역할을 하는 장터가 여럿 열리긴 한다. 그런데 과별로 주점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축제와 별개로 과, 반 별로 장터를 운영한다. 장터에서는 학기 중에 하루 날을 잡아서 주로 새내기들이 요리나 주류를 판매한다. 또한 학교 인근의 주점을 하루 빌려 운영하는 일일호프에서도 주류를 판매한다.

 



(출처:구글)



 

Q.낮 부스에서는 대체로 무엇을 하나? 낮 부스 운영 분위기는 어떠한가? 밤 부스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챔피: 전시회, 판매(음식,창작물 등), 동아리 홍보, 기타 등등 을 한다. 낮부스는 본교생 중심으로 운영되고, 밤부스는 외부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낮부스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구성돼있고, 밤부스는 주점 중심이다. 낮부스는 밤부스보다 외부인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로 본교생(재학생)이 축제를 더 안전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거 같다.

 

-시호: 낮 부스는 트램폴린을 설치한다거나 같이 게임 위주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림보 게임이라던가. 몸을 쓰는 게임처럼 말이다. 보컬이나 춤 공연을 하기도 한다. 밤 부스는 돌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쿠스틱, 일렉 노래 공연이 주인 것 같다. 신청하는 과에 텐트를 나눠주는데, 텐트 안에서 동기들끼리, 선후배들끼리 노래를 들으면서 놀고 한다.

 


(출처:구글)


 

-한의 민족: 장터에 대해 좀더 설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시호: 인문대 공터나 학생회관 앞 등 학교에 (장터 장소로) 주로 쓰이는 곳이 있다. 미리 대여해서 야외에 판을 놓고 팔고 주변에 돗자리를 깔아서 앉아서 먹거나 술을 들고 가기도 한다.

 

-한의 민족: 서울대의 축제 문화는 상대적으로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시호: 다른 대학 축제를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대학 축제랑은 구성이 다르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내부 구성원끼리 모여 노는 분위기가 있다.

 


Q.대학 축제라고 하면 주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학 축제 내 주점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서울대의 경우 장터'일일호프'를 포함하여 이야기하기로 한다.)

 대학 축제 주점에서 겪었던 구체적인 성차별 사례를 이야기해달라.

 

-챔피: 숙명여대는 청파제를 매 해 여는데, 몇 년 전 어떤 남성이 축제 현장에 들어와 여성의 다리만 찍어서 남초 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학생회에서 복장 규정과 선정적인 컨텐츠를 이용한 홍보를 금지하는 청파제 규정안을 냈다. (다른) 여대의 축제를 가본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보자면, 여대가 금남의 구역으로 여겨지다 보니까 몇몇 남성들이 불순한 의도나 호기심으로 침입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뻘 남성들이 여성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걸 자주 목격했다.



여성은 마치 상품처럼 재단되고 눈요깃거리가 되고 부위별로 평가받는다. 

(출처:구글)


 

-시호: 장터가 한 학기 중 중요한 행사라서 홍보를 많이 한다. 반 별로 컨셉을 잡아서 포스터를 만들어 뿌리는데, 주로 패러디를 많이 한다. 그런데 여초과라고 여겨지는 과의 홍보물에 남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정말 여자밖에 없는 과라고 홍보를 하더라. 여초 혹은 남초 집단에서 자조적으로 혹은 타의로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포인트로 잡은 것이다. 그걸 포인트로 고르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더 어려운 점은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들 센스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버린다. 문제제기의 여지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부분도 있다. 단과대 별로 성격이 다르지만, (사회과학대는) 학기 초 새내기 환영회를 할 때 차별이나 인권 같은 부분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그걸 준비하는 분위기도 진지하고 책자도 제공되는데, 사실 실효성이 높은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분위기를 바꾼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게 된다. 자기가 100% 알지는 않더라도 당당하지 못하다는 걸 인식하게 한다. 그런데 (눈치보는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 같다. 3월에 새내기가 가장 주목받지 않나? 활동도 활발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면 결국 술 마시고 놀다보면 다 (신경 안 쓰고) 노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진지한 문제의식이 제기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냐고.

 

-한의 민족: 교육이 존재함에도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시호: 기본 베이스(작년 자료)를 가지고 고치는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해당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바꾸기 보다는 작년에 했던 대로 적당히 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주체적인 의논이 활발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한의 민족: 책자엔 어떤 내용이 실리나?

 

-시호: 성차별적 측면이나 권력 관계적 측면 등 크게 5갈래 정도로 나눠서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적는다. 새터 때 그걸 바탕으로 연극 같은 활동을 한다. 자료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테마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하고. 그 외에도 실질적인 정보가 실리는데 보통은 그 쪽으로 관심이 쏠린다.


일일호프는 보통 학교 주변 술집을 하루 빌려서 판매하고 수익을 주인과 분배해서 갖는 식으로 운영한다. , 반별로 시기에 따라 할로윈, 교복 컨셉을 정해서 하기도 한다. 작년에 일일호프에 참여했었는데 교복 컨셉이어서 각자 고등학교 때 교복을 입고 진행했었다. 간단한 게임, 뽑기를 하기도 하고 합석도 한다.


 

(출처: 구글)



-한의 민족: 합석 과정은 어떻게 진행 되는지?

 

-시호: 핸드폰 플래시 위에 소주병을 올려놓고 그린라이트라고 불러서 합석을 시키기도 한다. (손님으로부터) 합석시켜달라는 말을 들으면 다른 테이블에 가서 물어보긴 한다. 개인끼리 합석한다고 하면 개입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술자리다보니 여자 테이블이 있으면 말 걸고 주정을 부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해당 케이스에서는 주점이 끝난 후 상황을 알아서 따로 제재를 하긴 힘들었다.

 

-한의 민족: 당시 상황은 안타깝다. 일반적으로 일일호프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스탭 차원에서 대처 매뉴얼이 있는가?

 

-시호: 우선 내가 스탭으로서 겪은 케이스는 위의 사례밖에 없어서 실제 유사한 상황에서 어떠한 대처들이 오가는지 정확한 예시를 들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일일호프 운영에 있어서 직접적 운영 방식 외에 특별한 상황에 대한 대처 매뉴얼들은 마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스탭들의 임기응변이 전부일 것 같다. 만약 내가 당시 상황을 미리 알았거나 그 현장을 목격했더라면 즉시 취객을 진정시키고 테이블로 돌려보낸 다음 피해자분들에게 괜찮은지,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는지, 혹시 불편해 한다면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드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것 같다.

 

-한의 민족: 일일호프의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일일호프에서 교복 컨셉을 했다고 말했는데, 컨셉을 결정하는 논의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시호: 직접적인 장소 섭외, 메뉴 선정 등 일을 하기 위해 자원한 친구들로 구성된 일일호프 준비 위원회가 대부분 정한 다음 공지하고 이후 의견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어서 위원회가 아니었던 나는 컨셉 선정 과정에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공지를 받은 이후에도 특별한 이견 없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복 컨셉을 선정하는데 특별한 이유나 의도가 있기 보다는 많이들 하는 드레스 코드 중 하나고, 의상 준비에 특별한 추가 비용,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비용적 측면이든, 단순한 추억이든, 재미가 이유이든 교복 컨셉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아직 뒤죽박죽인 부분이 있는데, 교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청소년들을 성적대상화 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옷을 어떻게 입든 간에 누구도 대상화 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계속 든다.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음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교복이 학생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교복 컨셉은 아이돌 시장에서도 잘 팔리며, 대학 축제에서도 인기있는 컨셉이 되었다. 

그러나 교복 컨셉은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시킨다는 혐의를 벗어나지 못 한다.

(출처:구글)

 



Q. 학교 주점 문화에 대한 본인의 느낌이나 의견을 말해달라. 또한 학교 주점 문화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챔피: 대학 축제에 주점이 존재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대학 축제는 술을 마셔야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너도나도 주점을 운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외부인들을 유인하려고, 특히 여대는 외부에서 남자들이 많이 오니까 경쟁이 과열된 상태에서 여자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호객행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도 그렇고. 그런 현실이 씁쓸하다.

 

-시호: 사실 (대학 내에서) 주점은 다양한 목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냥 축제라서 운영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행사나 캠페인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함께 열리는 경우도 있고, 학생 외 청소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함께 열리는 경우도 있고. 나는 그러한 목적이나, 주점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여성을 상품화한다던가 수단으로 이용하는게 조금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주점 부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여성이 어떤 의상을 입느냐는 문제가 아니지만, 보는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해버리는가, 이게 문제다. 페이스북에서 본 것 같은데, 대학가에서 작업주의 의미를 가진 00주를 메뉴판에 둔 것을 문제제기를 하니까, ‘왜 그 한가지 의미로만 해석하느냐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물론 메뉴판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대놓고 강간문화를 유도하고 권장하려는 의미에서 하지는 않았겠지만 (강간을 암시하는 소재를) 유머 코드로 소비한다는 것부터가 그런 문화의 지속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상황이었더라면 좀 더 비판적이었을텐데, 주점이나 축제라고 하면, 사람들이 좀더 경계를 낮추는 것 같다. 조금 더 넘어도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장난이나 유머로 소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축제라는 의미 안에서 조금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 것 같다.

 


Q. 최근 대학교 축제 현장은 성을 상품화한 호객행위가 과하다는 의견이 여럿 있다. 이에 따라 00대학교 총학과 학생들의 합의하에 자체적으로 (과나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주점에서 단체로 맞추어 입는)유니폼에 대한 의상 규정안을 낸 적이 있다. 이런 규정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챔피: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규제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당시 00대 총학에서 안전하고 건전한 00인의 축제를 보여주세요라는 취지하에 규정안을 발표한 것인데, 이 취지를 문제 삼고 싶다. ‘안전하고 건전한 00인의 축제를 보여주세요라는 슬로건이 여성에게 죄를 전가하는 것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았다. ‘안전하고 건전한 00인의 축제를 보여주세요가 아니라 축제에서 00인을 성추행, 성폭행하지 말라고 바꾸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 더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규정안의 등장으로 인해) 오로지 복장 규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그 상황을 해석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교복 규정은 찬성한다. 청소년의 의상인 교복을 입고 술을 판매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제 의상에 관한 자성을 촉구하는 권고안이 몇 차례 나왔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00대학교 총학생회는 결국 의상 규정안을 만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총학생회에서는 본 의상 규제안을 통해 오히려 여대생의 주체성을 되찾고

나아가 대학 축제 내에 만연한 성차별적이고 성상품화 문화에 제동이 걸리기를 기대했다.

당시 00대 축제에는 선정성대신 참신한 아이디어가 자리했다.

(출처:여성신문)

 


-한의 민족챔피씨가 학생회 회의에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시호 챔피씨의 말처럼 몰카를 찍어서 올린 사건을 계기로 규정안이 생겼다면, (몰카 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이 노출을 자제하는) 목적은 반대한다. 노출을 줄이는 방향의 옷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피해자 여성들에게 네가 짧은 옷을 입었으니 원인을 일부 제공한거야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 같다. 의상 규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주체적으로 만들어진 규정안이라고 하더라도, 왜 옷을 입는 학생들이 먼저 조심을 해야 하는건지. 옷을 조심해서 입는다는 표현도 이상하다. 본인의 섹슈얼리티를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을 할 것인가는 자유의 영역이지만, 타인의 섹슈얼리티를 소비하는 것은 권리나 자유가 아니다. 그런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

 

-한의 민족: 해당 규제안은 개인의 의상이 아닌 동아리나 과에서 운영하는 부스의 유니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선후배 관계에 존재하는 낙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호: (선후배 관계에서) 후배라는 위치는 상대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입장이니까 (의상 규제안이) 일종의 바리케이드처럼 작용하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더 이상 여성의 성 상품화가 짧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복 같은 것도 예전에는 그런 섹슈얼한 시각이 없었는데, 점점 성적 취향 비슷하게 소비를 한다거나 대상화한다. 의상 규정안이 일단 당장에 최소한을 보장하기 위한 대처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원치 않는 성상품화나 대상화를 막는 데에 장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옷을 입지 않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씌워버리면 결국 다시 반복될 것 같다.

 


바다에 어울리는 몸이란?

(출처:구글)

  



Q. 왜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시호: 꼭 축제뿐만 아니라 대학 문화 전반에 술이 빠지지 않는 느낌이다. 회의를 하더라도 뒷풀이-술로 연결되니까. 그러다보니 축제도 당연히 술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이대나 서울대 축제가 재미없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것 (주점 문화가 없는 것) 때문인 것 같다.

 

-한의 민족: 주점, 일일호프 문화가 대학 행사 중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궁금하다.

 

-시호: 거를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다들 참여하려고 한다.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게 큰 것 같다. 반 차원에서 하는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의 민족: 행사가 많지 않으니까 각각의 행사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챔피: 그저 관행으로, 지속적으로 이래왔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점 말고 다른 무엇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대학 내 주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여성혐오적 주점 문화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학 축제를 넘어 여성혐오적인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축제 내의 여성혐오적인 문화는 대학을 넘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출처:구글)



Q. 대학 축제 내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자정하기 위해 대학 축제 문화는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까?

 

-챔피: 주점 외의, 다른 방식의 축제를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점이나 연예인 공연 보는 것을 꼭 대학 내에서 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다. 대학교는 학습의 장이므로, 축제 때 학술적인 성격의 행사를 진행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11년 숙대 축제에서는 청소·경비 노동자 분들과 함께 '사랑의 밥짓기' 행사를 열었다.

(출처:구글)

 

 

-시호: 혐오적 언행을 용인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축제가 그 연장선이 되는 것이다. 여성혐오적인 사회 분위기를 차단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성찰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의 민족: 여성혐오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차단과 집단적 성찰은 대학 축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대학교에 그런 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축제하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축제하는 사람들이란 봄축제와 가을축제그 외 작은 페스티벌들을 기획하는 서울대학교의 학생 자치 단체이다

축제하는 사람들은 축제 기획뿐만 아니라 '대학문화의 자율성비상업성비차별성'을 유지하고

축제 내의 다양한 혐오표현과 상황을 자정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처: 구글)

 

-시호: ‘축제하는 사람들이란 봄축제와 가을축제, 그 외 작은 페스티벌들을 기획하는 단체다. 매 학기 다음 학기의 축제를 기획할 사람들을 새로 모집하는 방식으로 구성원이 모이는 걸로 알고 있고, 축제의 큰 테마를 정하는 것부터 운영할 행사나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축제의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단체이다. 축제에 관해서만큼은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체가 아닐까 싶다. 축제의 큰 가닥을 엮어가는 단체인 만큼 이들이 나서서 자정작용을 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 부족하다면, 다른 학생들과 산하에 있는 소수자 인권 위원회같은 단체에서도 계속해서 경계하고 지적할 수 있는, 또한 그런 지적이 (재미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Q. 후기


-챔피: 대학 축제 내 여성혐오그리고 복장 규정논란, 오로지 복장 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다양한 담론이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 축제 문화-여성혐오는 대학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고 본다.


-시호: 사실 학교명을 밝히고 나오는 거니까 축제에 대해 내가 본 것들만 말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됐는데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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