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의 월경, 안녕한가요?

암탉

 

(출처: Gregory Reid)

 

    “이 생리대 써본 적 있어?” 얼마 전, ‘포궁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한 친구가 뉴스 링크를 공유했다.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 국내 시판 중인 생리대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0개 제품 모두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해 물질을 배출한 모 생리대 사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단톡방에 있는 친구 4명 모두 그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나도 써보았다. 해당 생리대는 지금 내 서랍 속에도 자리 잡고 있는 익숙한 제품이고, 반쯤은 이미 써버린 상태였다. 기사를 본 순간, 불현듯 지난 생리 기간들이 떠올랐다. 많은 피해자들이 호소하듯, 내 친구들도 말하듯, 나도 월경혈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둘째 날부터 눈에 띄게 양이 적어지더니, 적어도 5일은 가야 할 월경이 3일째 저녁에 끝나버린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불규칙해진 생리 주기 탓인 줄 알았다. 심지어 (나에게 월경이란 언제나 불쾌하고 피곤한 것이었기에) 빨리 끝나서 좋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사를 보고, 그저 둔하게 반응했던 내가 어찌나 바보 같던지. 왜 진작 의심해보지 못했을까? 포궁 친구들과도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생리대 포장지 속 방긋 웃고 있는 모델처럼 즐겁게 월경할 수 있는 날이 올까?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단무지: 숙명여대 3학년 재학 중인 단무지입니다.

 

데이지: 이화여대 재학 중인 데이지입니다.

 

부기: 을지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인 23살 부기입니다.

 

연꽃: 안양대학교 3학년, 22살 연꽃이라고 합니다.

 

2. 본인의 초경 경험에 대해서

 

암탉: 초경 이전에 성교육 수업, 혹은 책 등으로 월경에 대해 배워본 적 있나?

 

연꽃: 초등학교 보건 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초경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도를 배웠다.

 

부기: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초경을 했다. 월경을 일찍 시작한 편이라 그 전에 배운 적은 없고 다 엄마로부터 배웠다. 나중에 조금 더 크고 성교육 시간에 (월경에 대해) 배웠는데, 그때 아 그거(월경)구나하고 알았다.

 

데이지: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살아남기 시리즈 중에 성교육 만화가 있었던 게 기억난다. , 유명한 작가님이 소설식으로 월경이나 연애에 대해 짧게 묘사한 책을 본 적 있는데, 거기서 여자 몸에서 피가 난다는 구절을 봤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초경해보니 매칭이 되더라. 학교에서 정식적으로 배운 기억은 없다.

 

단무지: 나도 초등학교 때 월경에 대해 배운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초경을 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주워들었다.

 

암탉: (정규 수업이 아니라) 인터넷, , 주변인을 통해 알음알음 월경을 배워서 실제로 월경을 겪어보니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었을 것 같다.

 

데이지: 연애 만화에서 피가 나온다고 묘사한 문장을 보았다. 그런데 실제로 (월경을) 해보니까 빨간색도 아니고, 선홍색도 아니고, 갈색 피가 나오더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 이게 뭐지?’, ‘피인가?’, ‘내가 뭔가 잘못됐나?’ 생각했다.

부기: 나도 비슷하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침대에 피가 묻었는데 피가 갈색이어서 초콜릿이 묻은 줄 알았다. 음식을 흘린 줄 알고 엄마 몰래 숨겼다. 엄마가 이틀 후에 월경이 시작된 걸 아시고 이게 월경이라고 알려주셔서 그제서야 내가 초경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책에서 본 거랑 다를까 궁금했다.

 

연꽃: 생리대를 몇 시간마다 갈아야 하는지 몰랐다. (월경을 시작하고) 첫 한 해 동안은 샐까봐 불안해서 30, 1시간마다 갈기도 했다. , 어릴 때는 월경이 불규칙하지 않나. 2일 째까지는 피가 나왔는데, 3일째는 하루 종일 안 나오다가 4일째는 갑자기 많이 나오고.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꺼려지더라. 어쨌든 (월경이) 성적인 부분 중에 하나니까 그때는 엄마랑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단무지: 초경을 시작했을 때 엄마가 옆에 계셔서 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 다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을 시작했는데 (주변 친구들은 아직 초경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월경을 시작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아래에서 피를 쏟는다는 게 기괴하고 민망하게 느껴져서 힘들었다.

 

암탉: 당황스럽고, 생경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본인을 포함해서 주변인, 엄마나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데이지: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이 시작됐다. 그때는 발육차가 두드러지는 시기라서 월경할 것 같은 애들은 티가 났다. 그래서 (월경)하는 애들끼리 , 나 생리대 좀 빌려줘.” 하면 아 얘도 하는구나.’하고 뭔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는 (월경과 관련된)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연꽃: 나도 엄마 말고 아빠랑은 생리를 주제로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같이 살면 당연히 내가 월경하는 걸 알텐데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건지.

 

부기: 나는 친구들보다는 가족들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처음 초경을 했을 때 엄마가 아빠한테 말씀하셔서 아빠가 목걸이를 사다 주셨다. 밑으로 여동생이 2명 있는데 모두 초경할 때마다 목걸이를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처음 월경혈을 발견했을 때 당황했던 것 말고는 그렇게 나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월경을 일찍 시작해서) 친구들과는 월경에 대한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았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친구들과 월경 이야기를 나누면서 충격받았다.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하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고.

 

단무지: 엄마는 성인이 되었다고 축하한다고 좋게 말씀해주셨는데 나는 매달 아래에서 피를 쏟아내는 것도 싫고 생리통도 싫고 정말 우울했다. (월경이) 빨리 시작한 것도, 키가 자라지 않는 것도 싫었다. 초등학교 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일이 있는데, 어떤 친구가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크게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애들이 조용히 교실을 나가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표현한 거겠지.

 

3. 소설가 김훈이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속 허무맹랑한 묘사로 크게 질타받았다.

 

- , 어떡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 왜 그래, 언니?

-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나도 생리날이 임박해 있었으므로 핸드백 안에 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룸 라이트를 켜고 패드를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내 옆자리에서 언니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나는 언니의 엉덩이 밑으로 바지를 걷어내주었다. 언니의 팬티는 젖어 있었고, 물고기 냄새가 났다. 갑자기 많은 양이 밀려나온 모양이었다. 팬티 옆으로 피가 비어져나와 언니의 허벅지에 묻어 있었다. 나는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을 펴서 팬티의 가랑이 이음새를 잘라냈다. 팬티의 양쪽 옆구리마저 잘라내자 언니가 두 다리를 들지 않아도 팬티를 벗겨낼 수 있었다. 팬티가 조였는지 언니의 아랫배에 고무줄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패드로 언니의 허벅지 안쪽을 닦아냈다. 닦을 때 언니가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벗겨낸 팬티와 쓰고난 패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차 뒷자리로 던졌다.

(소설 언니의 폐경발췌)

 

암탉: 이건 김훈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서 월경에 대한 낭설들이 폭주하고 있다. 들어본 것 중 가장 웃긴, 황당한 낭설이 있다면?

 

부기: (생리가) 오줌인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 이번에 생리대 유해 물질 문제가 크게 터지면서 생리컵이 주목받지 않았나? 한 기사 댓글에 생리컵에 커피 담아서 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더라. 정말 컵인 줄 알았나보다. 알지도 못하면서 훈수 두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생리컵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정말 인 줄 알았나보다.

(출처: 오마이뉴스)

 

데이지: ‘너 생리 아직도 해? 일주일 째? 가서 빨리 싸고 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내 전 여자친구는 발레를 해서 생리 참았다가 한 번에 싼다는 글도 본 적 있다.

 

단무지: 중학생 때 친구가 남초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싸커에 글을 올려봤는데, ‘(생리) 힘주고 참으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보고 너무 충격받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한 남성이 여성인 척하려고 자기는 생리 3분에 한 번씩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봤다.

 

데이지: 모르는 남성들은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생리대 사이즈를 크게 쓴다고 생각한다.

 

부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한 번도 ~ 안 해본 사람들 이미지' 중에 여자가 화장실에서 치마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볼일을 보는 만화를 본 적 있다. 집에서 노브라로 티셔츠를 입으면 입지, 브라만 입고 있지는 않은데 브라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그린다든가. 모르니까 그렇게 그리는 거다. 생리는 더더욱 알려주지 않고 대놓고 말하지 않는 주제다보니 더 (모르는 게) 심한 것 같다.

 

데이지: 우리도 (월경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일주일 하고 하루 쉬었다가 할 수도 있고, 컨디션에 따라 하루 정도 건너뛸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책에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도 않으니까.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겪어보지 않았고 알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으니까 모르는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오로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오로는 임신하고 애를 낳은 다음에 6개월~3년 동안 자궁 잔여물이 밖으로 나오는 거다. 나도 얼마 전에 킴 카다시안의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 오로 때문에 매일 생리대를 차고 있어야 하고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임신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된 거다. 그것처럼 남자들도 추측해서 비난하고 비방하고 소설 쓰는 건 잘못됐지만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기: 모를 수는 있지만 모르면서 비방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남자애들 자위하는 건 미디어나 책에 자세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알지 않나. 반면, 여자애들의 자위 방법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는 것 자체가 몰라도 되는 데서 오는 권력이다. 우리도 잘 알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되는 건데 왜 저들의 무지까지 이해해줘야 하는지? 모르면 적어도 입이라도 닫고 있어야지. 그게 맘에 안 든다.

 

데이지: (생리 고충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같은 생물학적 성별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되는 것 같다. 겪은 사람만이 아니까. 최근에도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가 터졌을 때 남자친구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떻게 하냐?”고 화난 투로 이야기했는데, “. 그렇구나.”하고 끝내버리더라.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겪을 일이 아니니까 화도 내지 않는 것 같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자기 일이 아니니까.

 

부기: 나도 남자친구가 있었을 때 비슷한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잘 체하는 편인데, 체해서 신경이 곤두서있을 때 생리통까지 겹치면 너무 힘들지 않나. 내가 배 아프다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 이때는 날 건들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하면 이해는 하는데 하지 말라니까 안 하는 수준. 딱 여기까지만. 그 이상은 귀찮아하고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더라.

 

암탉: 이런 무지는 월경에 대해 쉬쉬하는 문화로부터 출발하는듯하다. 월경을 감춰본, 감추도록 강요당한 경험이 있나?

 

연꽃: 다이소에서 팬티라이너를 산 적이 있었는데, 내가 해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신문지에 그릇 싸듯이 신문지로 포장을 해주시더라. 그게 신문지로까지 쌀 일인가? 당황스러웠다.

 

부기: 편의점에서도 원래는 반투명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는데 생리대를 사면 자연스럽게 굳이 아래쪽에서 까만 봉투를 꺼내 담아준다. 그리고 뿌듯한 눈길로 쳐다본다. 생리대 광고에서도 흰옷을 입고 나와서 나 이렇게 상쾌하다하는 거. 나는 항상 기분 나쁘고 찝찝한데. 나만 이렇게 예민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감정 기복 관리 잘하고 나만 그런 건가? 생각했다. 생리할 때마다 뽀송뽀송하다~ 기분 좋다~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데이지: 초등학교 때 까만 생머리,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벽에 하얀색으로 페인트를 칠하고 어디 어디 대학교 무슨 학과 이름 세자가 나오며 끝나는 광고를 봤었다. 그때는 무슨 광고인지도 몰랐다. 생리를 시작한 후에야 그게 그거구나,’ 하고 매칭이 되더라. 생리대 광고에 왜 여대생을 쓰는지, 왜 이름이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화가 난다.

 

생리대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슨 광고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 생리대 브랜드의 광고

(출처: 화이트)

 

단무지: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쓰레기통을 두 개 둔다. 생리대를 (방 밖에 있는)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엄마가 제발 아빠 계시는데, 방에 있는 (생리대 전용)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하신다. 단순히 아빠가 생리대 쓰레기를 보는 걸 안 좋아하지 않겠냐는 이유만으로.

 

데이지: 자취할 때 삼촌 차를 타고 가족들 다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고 박스에 담을 때 부피가 크면 포장 상자를 버리고 내용물만 싸가지 않나. 그때도 부피를 줄이려고 생리대를 뜯어서 내용물만 가져가려고 하는데, 삼촌이 너는 조카가 삼촌한테 생리대까지 만지게 하냐?”고 하더라. 기분이 나빴다. 생리대를 보고, 언급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특히 남자 어른들은.

 

연꽃: 한 번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생리대를 갈고 나오다 월경혈이 묻었는데 그걸 미처 닦지 못하고 나온 적 있었다. 그걸 보고 엄마가 아빠도 같이 쓰는 욕실인데 왜 깔끔하게 처리 못 했냐.”고 엄청 혼내셨다. 뒤처리를 깔끔하게 안 했다고 혼내면 되는데 굳이 아빠 이야기를 붙이면서. 아빠도 변기를 깔끔하게 쓰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아빠한테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조심하라고만 했으면서, 나한테는 그거 한 번 그랬다고 그렇게 혼을 내시더라.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숨겨야 하는 일처럼.

 

4. 대학과 월경하면 생리 공결제 이야기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생리 공결제는 학생이 생리통으로 결석할 시 공적인 결석, 즉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도입되었지만, 필수 적용 대상인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는 권고 대상으로 남아 현재 상당수 대학교에선 인정하지 않는다.

 

암탉: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재학 중인 학교에서 생리 공결제를 인정하나?

 

부기: 생리 공결제를 학교에서 쓸 수 있다는 걸 지금 처음 알았다. 우리 학교는 입원하는 정도가 아니면 질병 결석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다른 질병들도 안 해주는 걸 보면 (생리 공결제도 아마) 시행하지 않는 것 같다. 질문지를 보고 생리 공결제에 대해 처음 알았다.

 

연꽃: 여중, 여고를 나와서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고는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원활히 사용해서 (생리 공결제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대학교는 입원이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인정을 해주지 않고 그냥 결석으로 처리된다.

 

단무지: 숙대의 경우 아마도 안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숙대는 인정을 해주는가...?

 

암탉: 애초에 도입을 안 했다.

 

단무지: 고등학교 때 반에 생리통이 정말 심한 애가 있었는데 빠지지는 않았다. 욕하면서 공부했다. 고등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대학 와서 뉴스 기사를 보고 생리 공결제에 대해 알게 됐다.

 

데이지: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니고 있는데, 생리 공결제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이게 우리 학교만 그런 걸 수도 있고, 모든 여대가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도입을 하더라도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여대가 경쟁이 빡세잖나. 우리 학교는 1교시가 8시에 시작하는 학교인데도 출석률이 100%였다. 멀리 사는 애들은 다섯 시에 일어난다. 결석 한 번으로 큰 차이가 나니까. 음성 녹음 파일도 사고팔지 않나. 그 정도로 빡센데 (생리 공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고, 대학생들이 거의 그렇듯 아프면 자체 결석을 하면 했지 (공결제를 활용하진 않을 것이다) 예전엔 병원을 다녀왔다는 처방전 정도만 제출하면 (병결) 인정이 됐는데 작년의 정유라 사건 이후로 병원장이 쓴 소견서가 아닌 이상 병결 인정이 안 된다. 응급실 간 게 아닌 이상 아예 인정을 안 한다. 그래서 더 힘들 것 같다.

 

암탉: 이 중에 살아남은 학교가 없다.

 

부기: 회사에서도 육아휴직을 쓰면 욕먹고 눈치 보이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것과 비슷하다) 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냥 이런 게 있다고 전해지는 전설처럼 듣기만 할 뿐. (웃음)

 

연꽃: () 과가 공대라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생리 공결제가) 있다고 해도 쓰면 남학생들이 욕을 한다. 쟤네는 저걸 이용한다고. 이건 다른 얘긴데, 성적을 매길 때 우리 과가 여자가 없다 보니까, 교수님들이 여학우들을 배려해준다고 남자들이 생각한다. 여자애들 점수를 더 잘 준다는 거다. 시험을 잘 본 건데! 그런 걸 보면, 생리 공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쟤는 저걸 한 달에 한 번씩 이용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것 같다.

 

데이지: 이런 얘길 들으니까 아파도 더러워서 약 먹고 울면서라도 버틸 것 같다. 그냥 내가 아픈 게 낫지, 뒷말 나오는 게 더 싫고 힘들 것 같다. 이건 개인적 의견인데, 만약 내가 입사해서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안 쓸 것 같다.

 

부기: 나는 생리통이 원래 심했었는데 약을 안 먹었다. 엄마가 내성 생긴다고 싫어하셔서 나한테도 먹지 말라고 얘기하신다. “탐폰 쓰지 마라.”, “약 먹지 마라.” 그런데 나도 아프니까 공부를 해봤다. 겨우 이만큼 먹는다고 내성 생기지도 않더라. 옛날에는 일주일 내내 너무 힘들어도 안 먹었다. 그때는 생리휴가 있으면 꼭 써야지, 이렇게 힘든데 하루라도 안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약을 먹으니까 확실히 안 아프더라. 그래서 당장 안 아프니까, 쪼아대면 기분 나쁘니 그냥 생리휴가를 안 쓰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약 먹으면 참을 수 있는데 저렇게 찌질하게 우리한테 뭐라고 하니까.

 

5. 2013년 한양대에서 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생리대 자판기 설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해당 후보는 공약을 지키려 했지만 끝내 자판기 설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학생들이 역차별이라 주장하며 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암탉: 학교에서 갑자기 월경이 시작됐을 때 학교 내에 월경 용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있나?

 

부기: 학교 안에 건물마다 편의점이 있는데, 다들 거기서 구매한다. 과방이 없기 때문에 생리대를 비치해 놓을 곳도 없다. 여학생 휴게실에 생리대를 비치하자고 건의는 올라간 상태이다. 만약 나중에 비치된다면 거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꽃: 학교가 언덕 꼭대기에 있다. 한 번 올라오면 내려가고 싶지 않은 그런 언덕인데, 과에서 쓰는 건물은 한정되어 있고 생리대 자판기는 딱 한 대, 그것도 저 멀리 다른 건물, 여학생 휴게실이 있는 2층 화장실에만 있다. 가다가 다 새겠다. 보건실에서도 안 준다고 들었다. 편의점은 없고 매점만 있는데, 매점도 딱 2개 건물에만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데이지: 각 단대 건물에 생협이 있는데, 라이너까지 구비되어 있고, 생리대를 100, 200원 정도 가격에 낱개로 판다. 편의점에서 사면 묶음으로 사야 해서 남기도 하고 너무 비싸다. 큰 화장실에는 자판기도 있다. 의식하지 않고 이용해와서 다른 학교도 이런 줄 알았다.

 

연꽃: 내가 입학할 땐 여학생 휴게실이 있었는데, “왜 여학생 휴게실만 있냐.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서 남학생 휴게실이 생겼다. 남는 과방이나 동아리방 중 하나를 남학생 휴게실로 만들어 줬다. 공간이 작으니까 침대 하나에 이불을 여러 개 비치해 놨는데, “왜 여학생들은 침대 쓰고 우리는 이불 쓰냐?”고 역차별이라고 하더라. 생리대 자판기도 역차별이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설치 불가능하다. “그럼 여학우 휴게실에 비치해두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여학생 휴게실이 멀리 있어서 이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자가 많은 과라면 과방에 (생리대를) 비치할 수 있겠지만, 남초과는 과방도 거의 다 남자들이 써서 과방에 비치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암탉: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리에 대한 공학과 여대의 분위기 차이가 꽤 극단적일 것 같다.

 

부기: 아예 이야기를 못 한다.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자들끼리도 쉬쉬하는 느낌이다. 화장실 안에서는 여자애들끼리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화장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월경에 대해) 모두 입을 다문다. 신입생 때부터 남학생 단톡방 사건이 연속으로 터져서 혹시 나도 그 대상이 될까봐 내 몸이나 생리 현상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된다.

 

연꽃: 맞다. 강의실 안에서는 배가 아프다 정도로 이야기하고, 갑자기 월경이 시작됐을 때도 혹시 생리대 있냐고 소곤소곤 묻는다. 옷도 샐까봐 신경 써서 입게 된다. 강의 끝나고 옷에 묻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어두운색 치마를 입는다거나, 오버해서 생리대를 찬다거나. 하나 찰 거 소형 하나 더 해서 찬다거나. 새는 것보단 이게 낫지 싶은 마음에.

 

데이지: 우리 학교는 에타에도 나 생리해서 짜증 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길을 가다가도 나 오늘부터 생리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오늘 뭐 먹었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6. 최근, 모 생리대 브랜드를 시작으로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성환경연대 및 식약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개 제품 모두 발암물질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암탉: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연꽃: 친구가 이미 생리컵을 쓰고 있어서 (나에게) 갈아타라고 권유했다.

 

부기: 모 생리대 브랜드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탐폰을 쓰고 있었는데) 생리컵으로 바로 갈아탔다. 친구들끼리 써보고 후기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생리대를 쓰게 되더라. , (생리컵이) 초반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처음 쓰는 사람들은 겁낼 수밖에 없다.

 

데이지: 그렇다고 면 생리대를 쓰기도 곤란하다. 사회 생활하면서 (면 생리대를) 빨고, 삶고, 널어서 말릴 시간 내기가 쉬운 일인가? 생리대 기사에 그럼 여자들 면 생리대 쓰면 되지!”라는 댓글을 봤다. 자기네들이 직접 빨아줄 것도 아니면서 쉽게 말하니까 웃긴다.

 

단무지: 그냥 마저 써야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남교수님은 요새 생리대 문제로 말이 많은데,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쉽게 말한다.

 

데이지: 학교 언니와 생리대에 대해서 얘기해봤는데, “아 맞다 이거 안 좋지.”하면서도 바쁘니까 넘어가게 되더라. 비슷한 이유로 이번 사태 이후에도 계속 유해물질 생리대를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연꽃: 우리 어머니도 그럼 뭐 어떡해.”라는 생각으로 그냥 쓰신다.

 

암탉: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살충제 계란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나? 둘 다 생필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건이었는데, 반응은 무척 달랐다.

 

데이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자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 것이다. 딸이 쓰는 생리대가 유해물질 덩어리라고 생리대 회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아빠가 존재할까?

 

암탉: 기사가 뜨고 나서 대안 제품(해외 생리대, 생리컵, 생리팬티 등) 품절 대란이 났다고 한다. 회담자들은 어떤 대안을 택했나?

 

연꽃: 한 친구는 아기 기저귀 소형사이즈를 쓰겠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생리컵을 썼는데, 잘 안 맞아서 (다음 월경 때는) 생리대를 쓸 거라고 했다. 그래도 생리할 때 보지 털이 뽑힐 것 같고, 내장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고통이 (생리컵을 썼더니) 사라져서 좋았다고 했다.

 

데이지: 학교 앞에서 나트라케어를 판매하긴 하는데 너무 비싸다. 자취하면 생리대값이 꽤 나가서 부담된다. 월경만으로도 짜증 나는데, 생리대도 비싼 돈 주고 사야 돼서 짜증 난다.

 

암탉: 후속 대처에 참여하셨는지 궁금하다.

 

데이지: 항의할 줄 몰라서, 대응할 줄 몰라서 할 수 없었다. 회원가입에 뭐에, 너무 절차가 복잡해서 안 쓰고 말지!’ 혹은 쓰고 죽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단체 행동을 하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지만 혼자 할 힘은 안 난다.

 

단무지: 나 혼자 하기엔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누군가 총대를 매줬으면 좋겠다.

 

부기: 환불해주겠다는 곳도 처음 문제 된 브랜드밖에 없었다.

 

7. 내가 원하는 나의 완경

 

암탉: 우리 모두 언젠가는 완경하게 될 텐데, 내가 원하는 나의 완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것 같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편협한 개념의 완경이 아닌 내가 생각하는 완경, 주변에 완경을 맞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꽃: 사실 완경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봤다. 확실히 (미디어에서) ‘완경이라는 소재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드라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윤유선 배우가 맡은 역할이 완경을 맞았는데, 마치 인생이 끝난 것처럼 묘사하더라. ‘폐경이라는 말도 그렇고, 월경이 끝나면 여자로서 뭔가 끝난 것처럼 표현하는구나 생각했다. 솔직히 나의 완경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동생한테 물어봤다. 동생은 강경하게 비혼을 주장하는 아이인데,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하지 않을 거라 완경을 하면 해방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하더라.

 

부기: 예전에는 ‘(완경이) 언젠간 오긴 오는구나, 이때쯤이면 멈추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미디어에서 (완경이 오면) 여자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것처럼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데, 몇 년 전 한창 단어 바꾸기 운동이 유행하지 않았나. ‘자궁포궁으로 바꾼다든지, ‘폐경완경으로 바꾼다든지. 그걸 처음 듣고 곧 완경을 하실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본인도 폐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너무 싫었는데 완경이라고 하니까 정말 뭔가를 완성 시킨 것 같고, 기나긴 레이스를 완주해낸 느낌이라고 하셨다. 되게 뭉클했다. 그때부터 나도 완경이라는 단어를 꼭 쓰게 되었고, 나도 미래에 완경이 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나에게 월경을 가르쳐주신 엄마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데이지: 주변에 완경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호르몬 치료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완경이 오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탈모나 우울증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고쳐야 하는 증상이다. 병원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고 더 나은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월경하는 게 그 기간에는 싫지만,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몸이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단무지: 나는 완경을 하면 월경이 끝나니까 좋을 것 같다. 내일 완경을 한다고 하면 "아싸"할 것 같다.

 

8. 후기

 

부기: 친구들과도 대놓고 이야기하기 민망할 수 있는 주제인데, 터놓고 이야기하고 다른 분들 생각을 들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연꽃: 알게 된 것도 많고)

 

데이지: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언제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게 포럼 형식으로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단무지: 공학에서는 여성혐오라거나 월경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데에 놀랐고, 탐폰이라거나 생리컵이라거나, 대체 월경 용품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다.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꽃: 여대가 부러워졌다. (부기: 맞다) 사실 (학교 내 여혐에 대해) 무덤덤해졌는데, 우리 학교가 이렇다고 말하면서 새삼 충격받았다.

 

데이지: 여대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자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미안했다. 사회에 나가면 이런 (여대 환경과 같은) 분위기가 아닐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기: 미안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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